이유 있는 꼴찌
연수반에 올라간 이후 꼴찌의 역할을 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 사람이 많은 날이나 장거리 할 때는 선두에게 꼬리를 잡혀버린다. 가끔 민폐인 것 같아서 미안하기도 하고, 잘하고 싶은데 멀어지는 앞사람의 발이 야속하기도 하고, 그러다 앞사람과 차이 안 나게 도착하면 실력이 향상한 것 같아 기분이 좋기도 하다.
아침에 겨우 50분 수영하는 것뿐인데 인생의 모든 감정을 다 느낀다.
'난 언제쯤 선두를 할까?', '나도 1등처럼 수영 잘하고 싶다!', '매일 같이 수영하는데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걸까', '나도 저 실력이었으면 좋겠다!' 라며 부러워했다.
알고 보니 선두를 서는 사람들은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수영장을 찾아가거나, 돈을 내고 따로 훈련을 받거나, 집에 수영 훈련 용품이 가득하다고 한다. 심지어 밴드 당기는 운동을 하루에 1000개씩 한다고 했다. 길거리나 자투리 시간에도 틈틈이 밴드 운동을 한다는 목격담을 들었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는 생각했다.
우리의 실력이 같다면 무척이나 억울하겠구나. 잘하는 사람은 다 이유가 있었어. 마치 공부 안 하는 전교 꼴등이 밤새도록 열심히 공부하는 전교 1등이 되고 싶다고하는 것과 다름 없었다.
+비슷한 일화로 동생과의 대화가 떠올랐다.
미용실을 다녀온 다음 날, 어제 디자이너 선생님이 했던 방법을 떠올리며 머리를 드라이하고 있는데 어제 같은 스타일이 나오지 않았다.
"아쒸.. 나도 디자이너 선생님처럼 드라이 잘하고 싶다."
"야.. 디자이너 선생님은 몇 년을 연습하고 했을 텐데 네가 갑자기 그 실력이 되는 거면 너무 양심 없지."
누군가 열심히 갈고닦은 실력들을 노력도 안 하고 얻으려 했다니.. 정말 양심 없다!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