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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그냥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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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권태주 Apr 21. 2024

들꽃 시인 농장에 봄이 왔습니다

들꽃

     권태주



이름 없이 산하에 피어나는 꽃

무더기로 피어서 감싸주는 사랑

같은 꽃이란 이름으로 흔들리는 아름다움

숨어서 피기에 더욱 고귀한

이름 없는 들꽃


*에필로그ㅡ1989년 어느 봄날이었다. 시흥시 장곡초등학교에 초임 발령을 받아 어머니와 함께 동네 기와집의 사랑채에서 살았다. 평생 시골에서 농사만 짓고 사셨던 어머니께서 막내아들이 교사가 되었다고 시골집을 비워두고 함께 이사를 온 것이다.

어머님은 뒷산에서 고사리도 뜯고 소일거리를 찾으셨지만 그렇게 행복해 보이시지 않았다. 몸은 차츰 야위어지셨고 그만 어느 가을 코스모스가 필 때 돌아가셨다. 막내아들은 늘 슬픔에 젖어 어머니의 빈자리를 생각하며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시골길을 출퇴근을 했다. 마음이 헛하여 퇴근하던 길. 길가에 무더기로 핀 들꽃들이 웃으며 나를 반겨주고 있었다. 어머니의 얼굴이었다. 혼자서 외롭게 핀 들꽃이 아니라 무더기로 피어서 흔들리고 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야생 들국화 꽃으로 기억된다. 노랗게 흔들리던 야생 들국화 나는 마음을 다잡고 씩씩하게 살기로 했다. 들꽃들처럼 거칠지만 당당하게 살아가는 들꽃이 되기로 했다.


지금은 2024년 봄. 대부도 들꽃 시인 농장에 봄이 와서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아내와  아들과 함께 가서 비닐을 씌우고 풀들을 걷었다. 이제 무언가 심어서 꽃을 보려고 한다. 들꽃들이 주인이 되는 그런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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