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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 권태주 Jun 05. 2024

정수원에서

정수원*에서



빈 손으로 왔다가 빈 손으로 가는 인생

이제 눈을 감고 심장이 멈추어

호흡도 느끼지를 못하는구나

오는 순서는 정해져 있지만

가는 순서는 따로 없기에

화장장 1300도의 불꽃 속에서 차례대로 육탈 된다

인생을 어찌 살았든 공평하게 같은 온도로 태워져

하얀 뼈로 남아 잿가루가 된다

누구든 삶을 지속하고 싶지 않았으랴

노환으로 질병으로 사고로 생을 마감한

인생들의 마지막 작별

정수원 산자락 까마귀 울어대고

유월의 밤꽃 향기는 더욱 진하게 내려온다

각자의 유골함을 안고 떠나는 유족들

어느 공원묘지나 납골당 수목 밑에 떠나간 이의 흔적을 기릴 것이다

아니면 하얀 가루 강물에 흘러가거나 바다 언저리 철썩이는 파도에 섞여

영겁의 세월 속으로 묻혀버리리

안녕 인생아

지구라는 별에서의 삶 행복했어라


* 정수원-대전시 유성구 계백로에 있는 화장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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