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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웅 Oct 20. 2023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

국제 감각('글로벌 마인드')

언어 구사력

경험적 통찰력 

 

국제 감각('글로벌 마인드')

세계화... (출처: 한국경제신문)

우리 활동의 주무대인 '세계'라는 더 큰 세상으로 나아가는데, 필수적인 배려와 포용의 마음을 우리는 흔히, '국제 감각', 즉 ‘글로벌 마인드(Global Mind)’라고 말한다. '글로벌 마인드(Global Mind)'의 사전적 정의는, ‘서로 다른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융통성을 바탕으로 세계인을 대하는 기본자세로서 문화적 차이에 대해 적절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국제 비즈니스의 중요한 기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돌이켜보면, 오랫동안 한반도에 갇혀 살면서 ‘중국’과 ‘일본’하고만 교류해 왔던 우리 민족이다. 긴 세월, 주변의 중국과 일본, 그리고 해방 이후에는 미국에 얽매여 질고의 시절을 거치는 동안, 강대국 사이에 끼인 약소국 한국은 눈치보기에만 급급했다. 그런데, 어느 날 외세에 의해 독립이 되었지만, 전쟁으로 미국이 다가왔고, 경제로, 수출로 세계가 눈앞에 다가왔다.그리고, 어느덧 커진 국력에 우리 모도가 어쩔 수 없이 '국제 감각'을 가져야 하는 환경으로 내몰렸는데...


이를 의식한 듯, 해마다 우리 국민 수 천만명이 해외 나들이를 다녀온다. 관련 비용만 연간 무려 40조 원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해외 체류나 여행 시에, 낯선 문화를 보고 배우기도 하겠지만, 모두가 '주마간산'식인 것 같다. 많은 경우, 그저 현지 가이드의 안내에 따라, ‘우리끼리' 몰려다니며, '우리 식’으로 생각하며 외국의 겉모습만 즐기는데 주력하는 모습인데... 현지인과 어울리는 게 ‘국제 감각’을 갖는 첫 시작인데도, 정작 현지인의 삶과 일상에는 무심하게 지나치는 것같아 아쉬운 마음이다. 사실, 그런 여행이라면 아무리 많은 여행경험이 있다고 해도 뭐 하나...? 그래가지고서는 '국제 감각'을 갖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혼자서 외국에 나가 관광하는 것도 버거운데, 외국인까지 만나야 한다고...? 설령, 외국인을 만난다 해도 외국인에게 다가가는 일은 또, 어떻게 하고...!?라는 분들도 계실 것이다. 실제로, 일부 운 좋게(?)도 '현지인과 접촉하는' 환경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 개인에게는 그게 쉽지가 않기에, “국제 감각을 어떻게 해야 갖는 것이냐?”라는 문제는 많은 이들의 관심사가 되었다. 물론, 그저 직접 부딪쳐 보는 것 이외에 별다른 지름길은 없지만, 이런저런 모습으로 꾸준히 노력하기만 하면 성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어느 순간 국제화에 나서는 일반인과 달리, 국가가 국가이익을 대표하는 외교관들을 선발하여 다른 문화권 사람을 상대하도록 사전에 교육하는 모습은 어떨까? 외교라는 큰 이슈는 나와 다른 상대의 잣대나 기준까지 예측하지 않으면 대응하기 어렵기 때문에 고도의 능력이 요구될 것이다. 그래서, 이들에게 '국제화'에 대한 준비를 어떻게 하였는지? 물어보면, 한 목소리로 상대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역사, 종교적 상황을 복합적으로 이해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한다. 바꾸어 말하면, 외교는 상대방에 대한 통찰력을 갖기 위한 현지 문화 공부와, 소통의 도구인 현지 언어 구사 수준에 좌우된다는 의미이다. 우리도 비록, 외교관이 아니지만, 국제화의 길로 들어섰다면 언어 습득과 문화 이해에 대한 중요성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국제 감각과 언어 구사력

먼저, 중요한 언어 구사력의 예를 들어본다. 2019년 중앙일보는, “일본 근무 25년 '청융화'(주일 중국대사, 65세) 키운 중국, 재팬스쿨 흔들리는 한국”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게재했다. 기사는, 2019년 4월, 주일 중국대사가 일본을 떠난다는 내용이었다. 다른 나라 대사가 그 임지를 떠나는 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겠느냐마는, 그 기사의 내용에 울림이 있었다. 이 중국 대사는 외교관으로  42년 간 근무하였는데, 일본에서만 대학 4년을 포함하여 무려 25년 간이나 일본 전문 외교관 (그중, 9년 1개월은 대사)으로서 근무하다 본국으로 귀임한다는 내용 때문이다. 장인 정신이랄까? 한 우물을 판 그 경력의 대단함에 마음이 쏠린다. 중국의 ‘만만디’를 강하게 실감할 수 있는 사례로서, 시류(時流)에 따라 선호가 갈리는 우리 한국인과 너무 다른 것 같다.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 2척이 중국 시위대가 탄 배를 에워싸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그런 경력 탓일까? 이 중국 대사는 '아베' 일본총리가 일본어에 능통한 각국 대사들을 총리관저로 불러 오찬을 함께 하는 '오찬 모임'의 단골 멤버였다고 한다. 몇 년 전 ‘센카쿠 (다오위다오)’ 등 영토분쟁으로 중국 내 반 일본 운동 등 중국과 일본이 대립할 때, 그를 통하여 중-일 간에 당연히 많은 의사소통이 있었을 것이다. 얼마 후, 이 문제는 중-일 양국이 상호 보복보다 조용히 마무리하며 해결되었다. 


물론, 상기 사례는 매우 특별한 사례이다. 언어 숙달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데, 그 신문은, 대조적으로 당시 부임한 주일 한국대사가 정부의 국정철학은 잘 알지만, 뒤늦게 시작한 일본어 공부에 애를 먹는다는 말도 덧붙였다. 현지 언어가 가능할 때만 비로소 현지인 사고의 속내를 드려다 볼 수 있는데.. 정부가 일본과 과거사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으니, 외교부가 지도자의 ‘의중’을 아무리 잘 전달해 본들 "아무런 해결 방안이 없는 답답함이, 왜 그런지?"와 상관이 있는 듯하다. 


사실, 말이라고 다 같은 말이 아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것처럼, 언어 그 자체에 못지않게 '말 맛'(뉘앙스)이 중요하다. 얼마나 고급스러운 언어를 구사하고 문화적 배경에 기반을 둔 대화를 이어 가느냐? 가 현지인과의 관계 향상에 필수적이다. 말은 현지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에서 비롯된다. 사람과의 관계나 국가 간의 관계나 그 본질은 같다. 현지어를 말하고 현지 문화를 이해하는 것은 현지인에 대한 존중에 다름 아니다. 환담을 나눌 때, 현지인이 빠르게 뭐라고 농담해도 같이 웃고 맞받을 수 있으려면 그 나라의 역사, 문화, 예술로부터 문학에 이르기까지 두루 섭렵해야 한다. 


위에 언급한 대로, 일본 수상이 주관하는 오찬 모임에서 수상과 맞짱 뜨는 대사쯤 되려면 수 십 년에 걸친 공부가 필요할 거다. 그런 측면에서, 한 개인을 40여 년 전부터 한 국가의 외교관에 필요한 준비를 착착하여 진행해 온 중국과, 대사 개인의 꾸준한 '만만디'의 안목이 새삼 놀랍다. 사실, 대부분 비영어권 국가에서는 외교관이라도 주재국어를 약간 하면 생활에는 불편은 없고, 주재국 사람도 대부분 영어를 잘하니 업무도 영어로 하면 되지만, 그래가지고는 거기까지다. 특히나, 비영어권 국가 중 서구 선진국은 양국 간 외교 업무에는 영어보다 자국어를 요구하기도 한다. 대부분 현지인은 언어와 문화를 모르는 친구한테는 더는 깊은 마음을 열지 않는다. 때문에, 외교관이든 주재관이든 일반인이든 누구든 현지어를 못하면 정말 힘들다고 말하는 거다. 


이제, 우리도 오래전부터 전 세계 각지에서 비즈니스를 키우는 주재원, 교포들 자녀의 대입 특례 입학을 허용한다. 어린 시절을 현지에서 성장하는 동안 자연스레 현지 문화를 익히고, 한국에서 한국말과 생각을 업그레이드시키고 미래를 대비한다. 이들이야 현지 말과 문화가 기본으로 되어 있으니, 인성을 가다듬고, 다양한 경험과 철학을 공유하면 국가든 군에서 큰 인재가 되지 않을까? 그렇지만, 일반인이라고 해서 다를 것도 없다. 언어는 시간투자와 노력의 결과이니까. 


국제 감각과 경험적 통찰력 

그런데, 현지 언어를 잘하더라도 누구든 잘 모르는 사람과 어울려 살며, 그들의 이질적인 관습, 행동, 타 문화에 대해 이해나 포용은 말처럼 쉽지 않다. 하지만, 세상사의 '차이와 다름'에 대한 '이해와 포용'의 마음은 ‘다양성’의 이해해 나가는 '국제감각'의 과정에서는 필수적이다. 때문에, '국제감각'의 본질은 생각과 잣대도 다른, 다양한 상대에 대해 더 많이 알면 알수록, 불필요한 시행착오 없이 더 잘 소통하고 동행할 수 있으니, 무엇보다도, 상대에 대한 ‘배려’와 함께,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며 복잡성과 불확실성을 포용하여야 한다. 


어학 이외에 '국제감각'을 익히는 일은 자신의 전문분야에 관련되는 인터넷이나, 책도 활용하고, 현지 경험을 쌓기 위해 배낭여행도 하고… 등등 상대를 이해해 나가는 일을 꾸준히 해 나가면, 노력하는 만큼 '경험적'으로 습득될 수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 어떻게 하든 국제사회에 대한 시각을 넓혀야 한다”는 마음으로, 항상 저들과 어울리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다음에 이런저런 모습으로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 어떤 어려움이든 잘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배우면 이길 수 있는 일을, 모르면 당하게 된다.


경제 전문가인 지인의 말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각종 국채에 투자하려는 채권 전문가들은, 거래를 하고자 하는 국가의 경제 지표, 즉 정량적인 각종 숫자적인 지표들을 충분히 살핀 뒤에도, 해당 국가의 정치, 경제, 문화, 사회, 역사, 종교 등 국가 전반에 걸친 자료를 섭렵한 뒤에야 거래를 결정한다고 한다. 그의 말이 더욱 흥미로운 것은 통계자료나 정부 정책, 정치, 경제의 법적, 제도적 안전성 외에, 해당국 국민의 근면성, 의식 수준 등, 국가에 대한 '통찰력 (Insight)'을 가져야만 이른바 '촉'이 생겨 경제 전반이 보인다는 것인데... 


이런 '통찰력'을 갖는 마음이 바로 ‘국제 감각’의 본질로서, '글로벌 다양성에 다가가는' 과정이다. 그렇기에, 좁은 의미의 '글로벌 마인드'는 우리가 속한 동양에 대한 더 깊은 이해와, 서구에 대한 편견을 다듬고, 우리가 몰랐던 이슬람 등 서로의 '차이와 다름'을 경험하며 다른 사람과 그들의 종교와 문화를 알아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해외 경험, 외국어, 개방적 사고, 외부세계에 대한 이해, 배려심, 다양성 추구, 세계융합 마인드, 전략적 사고, 주도적 적응성 등 광범위한 경험과 지식을 통하여 국제감각과 다양성 이해에 주안을 두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어떤 경우든, ‘안목을 넓히기’ 위해,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자신에게 익숙하고 정겨운 서구보다 아랍이든, 아프리카든 불편하고, 새롭고, 낯선 저 멀리로 눈을 돌리고 '글로벌 다양성'에 다가가야한다. 사실, 각 문화 간의 ‘차이와 다름’의 다양성을 이해하고, 각자가 ‘추구하는 삶’의 목표가 서로 다름을 알고 나면, 우리의 지평이 넓어지고, 그제서야 비로소 어떤 세계인과도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법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적인 리더십 발휘는 그다음 단계이다. 어쨌든 '국제 감각'은 저절로 얻어지기보다 다양한 환경에 대한 직, 간접 경험의 결과물이니까..., 각자 스스로 노력하고 투자한 만큼 해당 분야에서 성과를 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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