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몸, 두 번의 인생

리턴 서비스

by 민호

교통사고 직후의 어지러운 빛이 사라지자, 나는 낯선 천장의 희미한 형광등을 바라보고 있었다. 몸을 조금 움직이려 했지만, 팔다리는 축 늘어져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시야 위로 들어왔다. 흰색 복장의 간호사였다.

“정신 드세요?”
말투는 너무도 차분했는데, 손에 들린 건 이상했다. 얇은 종이 한 장.

〈리턴 서비스 신청서〉

“신청하시겠어요?”
간호사는 종이를 내밀며 다시 묻는다.

“저… 살아있는데요? 그게 뭔데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얼굴이 살짝 굳었다. 불만인지, 실망인지,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은 채 조용히 병실을 나가버렸다.

“뭐지…? 난 분명 살아있는데?”

잠시 후 문이 열리고, 직급이 높아 보이는 한 남자가 들어왔다. 의사였다. 가운은 잘 다려져 있었고, 표정에는 기계 같은 무표정만이 떠 있었다.

“신청서를 다시 보여드리죠.”
그의 말투는 감정이 없었다.
“신청하실 건가요?”

“전 살아있다고요. 왜 자꾸 이걸”

“신청하십시오.”
단호한 목소리였다. 마치 강요하는 것 같았다.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선택지는 없어 보였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사인해 버렸다.

그 순간 의사의 동공이 조용히 흔들렸다. 마치 ‘기다렸던 답’을 들은 사람처럼.

내가 사인한 신청서를 받은 의사는

나를 침대 째로 다른 공간으로 옮겼다.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회색빛 방. 공기는 묘하게 차갑고,

의사와 간호사가 있는 그 방의 분위기는 정말로 이상했다. 마치 납치당한 것 같았다. 그때, 기계음이 멀리서 낮게 울렸다.

“잘 생각하셨어요.”
그는 그렇게 말하고 내 허벅지에 차가운 주사를 꽂았다.

몸은 천천히 무력해졌지고, 몸은 잠에 들어버렸지만, 이상하게 정신은 너무나도 멀쩡하고 또렸했다. 심장은 뛰고, 머릿속은 맑고, 다만 나의 몸이 나의 말을 듣지 않을 뿐이었다.

“시작할까.”

간호사가 이상한 카트 같은 것을 가져왔다
그 카트에서 의사는 수술용 작은 칼을 꺼냈다.
간호사는 숫자와 지표를 중얼거렸다. 수술이 시작되려는 순간이었다.

“아니! 나 살아있다고!”
나는 온 힘을 다해 소리쳤다.

정말 큰 소리였지만

두 사람은 듣지 못하는 듯했다.
내 비명은 방 안의 공기를 흔들지 못했다.
마치 내가 이 세계에서 추방당한 사람처럼 내 말은 안 들리는 것 같았다.

피가 튄다.
서걱, 살을 가르는 소리.
철과 살이 만나는 냄새.

살을 칼이 가를 때, 그 작은 소리가 나의 귀를 긁어 대는 듯했다.
그리고 나의 몸이 반쯤 열리는 감각이 느껴졌다.

그 순간 시야가 어두워지고 다른 장면이 나타났다.

나는 도로 한복판에 서 있었다.
익숙했다. 이건 바로 그날의 도로였다.

“여기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옆에서 중형차가 고속으로 달려왔다.

나의 본능이 소리쳤다.
이건 내가 병원에서 눈을 뜨기 전 사고 상황이었다.

나는 재빨리 몸을 옆으로 굴러 피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의 숨이 턱 하고 트이며 수술대 위에서 눈을 떴다.

“오, 이제 깨어나셨군요.”
의사가 차가운 표정으로 담담하게 말했다.

“뭐… 어떻게 된 거죠? 저는 계속 말도 했고, 소리도.. 질렀는데?..”

"네 당연한 증상이었습니다."
“그 모든 것들은 꿈이었습니다.”
너무 자연스럽게 대답했다.
“당신은 사고 이후 계속 의식이 없었어요. 지금까지 잔상이 보였던 걸 겁니다.”

“꿈… 이라고요?”

“네. 수술은 정상적으로 끝났습니다. 이제 퇴원하셔도 좋아요.”

그 말에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병원을 나왔다.
계단을 내려가는 동안 계속 생각했다.

“내가 진짜 기절해 있었던 건가…?
그럼 저 수술은…?”

1층 로비에서 직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문이 닫히자, 한기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몸의 가운데가 차갑고 뜨겁다.
마치… 한 번 열렸다가 다시 덮인 것처럼.

나는 무심코 허벅지를 만졌다.
아까 주사를 맞던 그 자리.
아무 상처도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피했던 ‘그 사고’는 꿈인데,
몸에 느껴지는 차가운 기운은 현실이고,
병원의 수술은 꿈이라는데
주사는 또 현실이고.

논리가 뒤섞여 있었다.

그때 문득 등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리턴 서비스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는 숨이 멎을 뻔했다.
돌아보자, 아무도 없었다.

몸 한가운데의 열기와 한기가 동시에 크게 뛰었다.
나의 이야기는, 지금부터였다.


작가의 이전글눈 내리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