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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킁개 Mar 16. 2023

내 친구 지무노.

영혼의 베프.

 

 광안리에 살 때 자주 가던 강구네라는 수제 간식점이 있었다. 퇴근 후 집으로 가는 길에 한 번씩 들러 두부가 좋아하는 오리목뼈와 소간, 수제 육포들을 자주 사곤 했었다. 그날도 여느 때와 같이 두부가 좋아하는 간식 몇 가지를 사기 위해 들렀고 인사를 하고 나가려고 했는데 세일상품들 중 핑크색 문어 인형이 제일 꼭대기에 빼꼼하고 앉아있는 게 눈에 띄었다. 


 오천 원. 가격도 저렴했지만 문어인형이 너무 귀엽게 생겨서 그 인형도 데리고 왔다. 그렇게 두부가 [영혼의 베프 무노]를 만났다. 


 두부는 인형이나 장난감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가끔 그분이 오시면 흔들고 정신없이 가지고 놀지만 그건 아주 가끔 있는 일. 문어인형과 간식을 바닥에 내려놓자 역시나 간식에만 관심을 주고 있었다. 문어 인형의 색감과 두부가 너무 잘 어울려서 인형에 관심을 가지게 해주고 싶었다. 그래서 문어인형으로 간식을 덮어도 보고 인형 다리 사이사이마다 간식을 숨겨서 줘 보기도 했다. 그렇게 일주일정도가 지났을까? 두부가 옆에서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길래 봤더니 문어 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두부가 고사리 같은 앞발로 문어 인형을 꽉 쥐고 문어의 뒤통수를 조물조물하며 깨물며..



 너무 귀여워서 아빠미소를 지으면서 맞은편에 엎드려서 한참을 봤다. 혹시나 놓칠까 앞발로 야무지게 끌어안는데 문어 인형의 맹한 표정과 두부의 귀여운 얼굴이 찰떡이었다. 처음엔 문어 인형이라 불리다가 문어로 짧아졌고 문어가 무노라는 이름으로 불리기 시작하면서 나름의 인기도 얻게 되었고 하나의 인격? 같은 존재가 되었다. 방송하는 날에는 "무노는 어디 갔어요?"라고 심심찮게 물어볼 정도로. 


 사실 처음에는 꾹꾹이를 왜 하는지 몰랐었다. 너무 궁금해서 검색을 했다가 마음이 좋지 않았던 기억이 난다. 강아지들이 성견이 되어서 꾹꾹이를 하는 것은 어린 시절 젖을 떼기도 전에 모견과 너무 일찍 떨어져서 그때 어미의 젖을 빨던 습관이 남은 것이라고 했다. 그렇게 엄마의 젖을 먹던 기억으로 심리적 안정을 취하는 거라고 했다. 너무 속상해서 이유를 차라리 모르고 지낼걸. 찾아보지 말걸 생각하다가도 이렇게 또 두부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알게 됐고 행동의 원인을 알게 됐으니 다행이었다. 정말 우연히 마주친 그 인형이 두부의 베프가 되고 안정을 주는 존재라고 생각하니 이 또한 인연(?)이었던 것 같다. 


 두부를 만난 지 8년이 된 무노. 색도 많이 바랬고 해졌지만 여전히 두부에겐 대체불가능한 최고의 친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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