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훅!
오늘은 초등학교 5학년이 된 다섯 아이들의 복잡한 연애와 사랑 이야기를 다룬
진형민 작가님의 귀엽고도 사랑스러운 이야기, '사랑이 훅!'을 리뷰해보고자 한다.
이 작품에서는 뚜렷한 주인공은 없다.
등장하는 다섯 아이들, 박담, 신지은, 엄선정, 김호태, 이종수를 중심으로
각자의 이야기가 교차하고 번갈아가며 이어져서 내용이 전개된다.
박담과 김호태는 같은 아파트에 살고 어린 시절부터 소꿉친구이며 같은 복싱 학원도 다니는
말그대로 단짝 친구이다. 그런데 박담의 절친인 신지은은 어렸을 때 피아노 학원에서 강렬한 인상을 받은
김호태를 짝사랑하지만 친구 박담 때문에 말하지 못하고 끙끙 앓는다.
엄선정은 학교에서 손꼽히는 모범생인데 어느날 갑자기 더운 여름에 스치듯 만난 인연으로
이종수를 좋아하게 되었고 공식적으로 사귀는 사이가 된다. 하지만, 마냥 태평한 이종수를 보면 답답하기 그지 없고
그런 이종수를 평강공주가 온달에게 했던 것처럼 고치려고 한다.
이렇게 얽히고 섞이는 복잡한 아이들의 관계 속에서 아이들은 난생 처음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과연 제대로 표현하고 그것을 원만하게 이어갈 수 있을까? 아직은 사랑보다는 우정이나 재미가 우선인 아이들은
그런 것들을 조우하고 과연 어떤 자신의 삶에 방향을 정하고 나아갈까?
뭐 이런 식으로 요약되는 이야기다. 사실, 세부적으로 파고들면 더 세세한 이야기가 있지만
너무 자세한 내용은 넘어가도록 하고 이 이야기가 보여주는 감성과 느낌을 위주로 리뷰해보고자 한다.
일단 처음 느낀 느낌은 상당히 독특한 작품이라는 점이었다.
내용만 보면 뭐가 독특하냐는 생각을 할법도 한데, 사실 내용보다는 구성이 독특했다.
사실 동화 장르를 보면 읽는 아이들을 몰입할 수 있게, 시점의 차이는 있더라도 어찌되었건 아이들의
시선을 중심으로 내용이 구성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작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이들의 시선이 아닌, 작가의 전지적 시점도 상당히 멀리서 본 느낌을 주는, 마치 어른이 아이들을 보며
관찰한 느낌의 일기를 보는 듯한 구성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흥미로웠다.
마치, 관람석에 앉은 어른 관객이 아이들이 보여주는 연극을 보며 기록하는 느낌을 보는 기분이었다.
동화에서 이런 파격적인 시선이라니? 그걸 입증하는 것이 작중에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를때도
전부다 성을 붙여서 호칭하고 있다. 담이나 지은이가 아니라, 박담과 신지은이라고 정확하게 등장인물을
지칭하여 호칭하는 것이 그런 느낌을 확연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뭔가 아이들의 시선과 사고라기 보다는, 이미 말했듯이 어른들의 시점에서 본
아이들의 풍경화를 보는 것 같다. 그리고 그건, 어쩌면 이제 어른이 된 작가님과 독자가 예전에 아이였던 시절에
겪은 추억을 회상하며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주어 정겨운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일까? 작품의 구성 다음으로 인상 깊었던 것이 뭔가 고풍스러운 배경이었다.
일러스트가 좀 순박한 느낌이어서 그럴까? 아니면 2018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작중에서 거의 언급되지
않는 핸드폰과 SNS의 부재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면 신기할정도로 시골 풍경이 자연스럽게 나와서일까?
뭔가 상당히 고풍스러운 고전을 보는 느낌을 주는 작품이었다.
좀 과한 이야기일지 모르겠지만, 1981년을 배경으로 했다고 거짓말을 해도 그렇게 어색하지 않게
생각하고 읽을 것 같은 느낌? 신기한 문체이자 필력이다. 요즘 작품에서 이런 어른들에게 오래된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글을 담담하게 써내려가서 읽는 어른들로 하여금 미소를 짓게 할 수 있다니.
그래서 참 신기하고 독특한 재미를 느끼면서 읽어본 작품이었다.
지난번에 소개했던 '모두 깜언'을 약간 저학년 대상으로 완전 시골이 아니라 도심 근교를 배경으로
확대해서 만든 것 같은 느낌? 고즈넉하면서도 아기자기한 아이들의 이야기가 참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그렇다고 해서 내용이 빠지는 것도 아니다. 놀랄 정도로 5학년 아이들의 애정과 관심에 대한
섬세하면서도 풋풋한 감정을 세심하게 묘사하였다. 호태가 사는 10층까지 올라가서 굳이 머리를 쓰다듬는 담이.
호태와 고기잡는 담이를 보고 돌아서는 지은이. 멀어진 선정이에게 굳이 찾아와 물어보고 가는 종수.
아이들이 보여주는 잔잔하지만 그 안에 너무나 많은 감정을 담은 몽글몽글한 에피소드가
보는 어른들로 하여금 아련한 첫사랑의 추억에 빠져들게 만드는 내용이 이어진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보면서 웃음을 짓지 않을 수 있을까? 참... 여운이 많이 남는 첫사랑 이야기들이었다.
어쩌면 요즘 아이들에게는 조금 거리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제는 동화 속에서 AI와 메타버스와 SNS를 배제하면 일단 갸우뚱하는 것이 요즘 아이들이니깐.
아아... 너무 빠른 시대 속에서 세대는 다시 이렇게 멀어지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며 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만들어내는 풋풋하고 귀여운 첫사랑의 이야기를
즐겁게 감상하고 나온 주말이었다. 아주 괜찮은 내용에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어린이 연극을 요즘 같은 시기에
초대받아 본 것 같은 행복한 기분의 여운을 만끽하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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