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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수현 Nov 09. 2024

내 이름은 망고

내 이름은 망고


요즘 유행하는 말로 대환장 파티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환장할만한 상황이 연이어 터지는 상황을 말한다. 이런 상황은 창작자에게 겁나 반가운 상황이다.


오늘 소개할 내 이름은 망고는 이런 대환장 파티를 예술로까지 승화한 걸작이다.

아직도 터져나오는 웃음과 감동의 여운을 느끼며 리뷰를 시작해본다. 


우선 작가님은 지난번 소개한 열다섯에 곰이라니의 추정경 작가님. 2011년도 작품이다.

사실 발간 시점을 보면 바로 앞에 소개한 보물섬의 비밀보다도 더 오래된 작품인데,

신기하게도 2024년도에 나왔다고 해도 전혀 위화감이 없을 통통 튀는 요즘 트렌드의 작품이다.


사실 추정경 작가님의 작품에 관심이 생겨서 관련 작품들을 보려고 마음 먹고 찾아봤는데

역시나 추천작은 그 유명한 벙커나 열다섯에 곰이라니 2편이었다.

그리고 이 작품은 추천작이기는 해도 그 정도로 인지도는 없어서 별 생각없이 손에 넣게 되었는데...

이게 제대로 빵터져 버렸다. 간만에 눈물나게 웃은 것 같다.


작품의 내용은 이렇다. 주인공 수아는 캄보디아에서 관광가이드를 하고 있는 엄마와 같이 살고 있는 소녀. 

그녀는 이 구질구질한 캄보디아도 싫고, 아빠랑 이혼한 엄마도 싫고, 맨날 보기만 하면

머리 끄댕이를 잡는 엄마의 보조 가이드의 딸인 웬수 친구 쩜빠도 싫다.

그래서 몰래 돈을 모아서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유일한 소망이고 실제로 그럴 생각으로 돈을 모으는 중이다.


아니,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진다. 엄마가 사라졌다. 

그것도 한번만 더 펑크내면 당장 월세도 못낼지도 모를 가이드 일정을 재고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맨날 아옹다옹하는 웬수 쩜빠의 엄마인 쿤라는 갑자기 아파서 쓰러진다.

 

메인가이드와 통역 겸 보조가이드가 사이 좋게 사라진 상황. 

남겨진 두 아이는 어떻게든 부재중인 엄마들을 대신해서 한국에서 온 관광객을 엄마인 척 하고 안내해야 한다.


근데... 뭔가 심상치 않은 면모의 관광객들도 환장할 지경이고,

옆집에서 괜히 친한척 하고 수아를 망고라고 부르는 삼콜 할배도 갑자기 이 난장판에 끼어들고, 

왠지 수아 주변을 맴도는 무허가 툭툭이 운전사 소년 쏙천도 가세한다.


과연 수아는 이 난장판 속에서 멘붕하지 않고 무사히 가이드 일정을 마칠 수 있을까?

그리고 대체 엄마는 왜 사라지고, 가끔 가슴을 아리는 이상한 기억들은 뭘까?


겨우 여덞줄의 소개글만으로도 뭔가 개그가 심상치 않을 것 같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가?

그리고 본문의 필력은 실제로 그런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을 정도로 제대로 빵터져주신다.


아니, 대체 어떻게 이렇게 폭소 만발인 작품이 세상에 드러나지 않고 숨어 있었데?

그리고 그 엄근진하다는 인상의 창비문학상이 이런 대환장 희극에 수상을?

뭔가 보면서 정신없이 웃으면서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필력에 감탄할 수 밖에 없었다.


어떻게 보면, 이 작품은 아직도 유행하는 살아남기 시리즈와도 비슷한 느낌이다.

거기에 앙코르와트라는, 과거에는 신비했지만 이제는 너무 관광지로 유명해져서 익숙해진 장소마저 

결합되서 과연 무슨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을까, 그런 의문을 처음에 가졌었다.


근데 페이지를 펼쳐보니 그건 너무 작은 참새가 봉황의 날개를 보지 못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 예민하고 감수성 폭발하는 좌충우돌 사춘기 소녀 둘이 서로 말끝 하나마다 지지않고 신경전을 벌이고 

자기를 버린 세상과 부모를 원망하고, 그러면서 마지못해 받아들이고...


청소년소설로서 가져야 할 왕도는 죄다 가지고 있고, 빵빵 터지는 갈등들도 적절히 섞어주면서,

그 와중에 재미까지 챙기다니? 이건 너무 반칙 아닌가? 

이렇게 재밌는 작품이 작품성과 의미와 깊이까지 있다니 지망생들한테 너무 넘사벽이잖아!


아무튼 너무 재밌기 때문에 오히려 미시적으로 디테일을 파헤쳐서 리뷰하거나 

혹은 작품과 무관한 개인적인 감상과 경험을 엮어야 할 필요조차 없는 작품이었다.


거기다 비슷하게 동남아에서 수아가 질색하던 도마뱀 찐쩌를 보면서 피식했던 경험을 떠올리면

이 이야기가 먼 이야기 같으면서도 더없이 정겹고 가깝게 느껴졌다는 점에서 더 만족스러웠다.

지프니나 툭툭이를 타고 돌아다니던 그 시절의 열기와 풍경이 생생해지는 느낌이다.


넷플릭스 같은 곳에서는 왜 이런 값진 작품을 알아보지 못하나 모르겠다.

영상화해도 뭔가 보는 내내 실소를 터트리며 대박이 날 것 같은데.

거기다 캄보디아에서는 틀림없이 순위 1위 먹지 않을까? 당찬 혼혈소녀 쩜빠를 보며 확신하게 된다.


이래저래 주말 저녁을 그리운 풍경을 떠올리게 하고 정신없이 웃으며 봤던 작품이었다.

마치 눈으로 감아도 그려지는 듯한 앙코르와트의 풍경 묘사도 일품이니,

한번쯤 돈들이지 않고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소녀 가이드들과 떠나는 

캄보디아 여행을 즐기고 싶다면 이 책을 강추하고 싶다. 



P.S 1 반전에 대해서는 뭔가 왈가왈부가 좀 많을지도 모르겠다.

분위기를 깬다는 반응도 있을 것이고, 깊이를 더한다는 말도 있을 것이고

내 입장에서는 설마 그것만은 아니길 바랬다는 점에서 아쉬운 편이다.


P.S 2 아니 그렇게 찐쩌만 보면 식겁하던 애가 왜 표지에서는 어께에 

찐쩌를 애완동물처럼 올려놓고 있더래? 여러부운! 이거 다 사기니깐 속지 마세요!

쟤 당차고 씩씩한 애가 아니라, 겁나 까칠한 애래요~~~

   




#동화 #청소년소설 #내이름은망고 #캄보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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