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by 눈빛이슬

신혼 초, 집을 구할 때 남편이 혼자 알아서 했다.

혼자서 집을 마련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동안 얼마나 성실하게 일하며 돈을 모았을지 떠올라 그의 능력과 근성에 다시 한번 감탄했다.

몇 년이 지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때 남편은 이자며, 조건이며 제대로 따져보지 않았다.

게다가, 자신이 그동안 모은 돈으로 집을 마련한 것처럼 말했지만, 사실 집값의 대부분을 대출로 충당했다.

그 사실을 마주했을 때, 배신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나에게 돈이 많은 척, 능력 있는 척하고 싶었던 건가.

그의 거짓에 속아 넘어간 내가 바보 같아 견디기 힘들었다.


결혼 초부터 남편은 수입을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난 가정경제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지 못했다.

남편의 표정을 살피며, 일이 잘되고 있는지, 힘든 건 아닌지 추측해 볼 뿐, 난 그저 사업이 잘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었다.

남편은 능력 있는 사람이니, 잘 해내고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하지만, 뒤늦게 내가 우리의 현실을 직면했을 때, 그 충격은 상상 이상이었다.

이미 힘들어진 사업 때문에 빚을 지고 있었지만, 남편은 아무렇지 않은 척 돈을 쓰고 있었다.


수입과 지출을 비교해 보고, 수입을 늘리거나 지출을 줄이며 가정경제를 이끌어가는 게 일반적인 사람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남편은 농담처럼 ‘내가 돈을 써야 한국경제도 굴러가지’라며 돈은 쓰기 위해 있는 거라는 소리를 했다.

돈을 쓰는 것에는 인색하지 않았지만, 그 뒷감당을 하는 것에는 인색했다.

가끔, 여기저기서 생전 처음 보는 청구서와 독촉장들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 후로, 걱정하는 나에게 남편은 ‘몇 개월만 버티자’, ‘몇 년만 있으면 큰돈을 벌 거야’라는 말을 셀 수 없이 했다.

그의 자신감과 능력이라면 정말로 해낼 수 있을 거라 난 또 믿었다.

언젠가는 정말 좋은 날이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믿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나는 무지했고, 그는 무능했다.

세상 물정을 잘 아는 척, 어른인 척하던 남편은 사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

중요한 결정들을 반복하게 되면서 모든 것을 잘 안다고 믿었던 남편의 민낯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의 그럴싸한 거짓된 겉모습에 속았던 내 어리석음을 조금씩 깨달아 가고 있었다.

그렇게나 의지했던 사람이 결국 의지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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