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이순화 이야기
순화는 복지관에서 핸드폰 수업을 듣는 내 짝꿍이다. 우리는 친구가 되어 수업이 끝나면 같이 점심도 먹고 공원도 갔다. 공원에서 배드민턴도 치고 속이야기도 하였다. 그 옆에 근사한 도서관도 있어 가끔 들러 책도 보았다. 도서관 앞에는 붕어빵을 파는 조그마한 가게도 있었다. 부부가 빵을 파는데 깨끗하고 맛도 좋았다.
순화가 붕어빵을 사더니 공원에 가자고 하였다. 우리는 벤치에 편히 앉아 방금 구운 따뜻한 빵을 먹었다. 나는 지난주는 왜 수업을 빠졌냐고 순화에게 물었다.
“우리 시어머니가 돌아가셨어.”
“힘들었겠구나. 몇 살이셨는데?”
“95세, 오래 사셨지. 어려운 숙제를 한 기분이었어. 솔직히 시원했어.”
“그렇지, 며느리한테는 잘 해준 시어머니였어?”
“나한테? 시집살이도 그런 매운 시집살이는 없었어. 죽을 정도로 힘들었어.”
“착한 길순이한테 무슨 시집살이를? 남편하고 시어머니하고 사이가 좋았지?”
“아주 좋았어. 그런데 어떻게 알았어?”
“그건 공식이야. 아들과 사이가 좋은 시어머니일수록 쌩 깡을 부리지.”
“아들은 치켜세우고 나를 하녀 취급했어. 욕도 잘하고 남의 흉도 잘 봤어.”
“너하고는 안 맞겠구나. 어떻게 견뎠을까?”
“나도 공식이 하나 있었어. 아이 둘이 있으니 절대 이혼은 없다는 거지.”
“아이와 너 중에서 아이를 택했구나. 장하다, 우리 순화!”
“어머니가 막상 가시니까 미움은커녕, 고맙더라고.”
“어째서?”
“100세 보다 다섯 살이나 빨리 가셔서.”
“(우리는 신나게 웃었다) 그래, 착각은 자유지. 우리는 몇 세쯤 죽으면 좋을까?”
“우리가 70대니까 80대쯤?”
“그래, 90 넘으면 안 되겠지? 앞으로 10년 정도 살고 가야겠네.”
“뭐 하고 10년 세월을 보내지?”
“가족과의 화해와 만남, 오늘처럼 친구와 만남, 맛있는 거 먹고, 손주한테 잘해주고, 배우고, 잘 노는 것이지.”
“버릴 것 버리기, 그릇, 책, 사진, 옷 등 버릴 거 많네.”
“살아온 삶 정리하기, 누가 잘못한 거 있으면 용서해 주기.”
“나는 절대자를 꼭 만나야 되는데, 회개하고 신에게 용서를 받고 싶어.”
“나도 고해성사든지, 조용히 무릎 꿇고 기도하고 싶어. 세상 살면서 나쁜 일을 너무 많이 했거든.”
“저기 성당도 보이고, 너머 교회도 보이네. 같이 가볼까?” (우리는 웃으며 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