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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민경 Feb 04. 2023

중요한건 불륜이 아니라, 나의 욕망을 제대로 아는 것

마담 보바리 - 귀스타브 플로베르


욕망은 인간의 본질이다. <스피노자>


매일매일 반복되는 하루와 회사생활,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하면 아이들이 반갑게 맞이합니다. 이제부터 뭐 하고 놀아줄거야? 하는 눈빛으로 말이죠. ㅎㅎ 아이들은 귀엽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그러다 틈틈이 나를 위한 혹은 아이들을 위한 쇼핑으로 스트레스를 푸려는 나를 발견합니다. 


매번 카드값에 치이면서도 계속 소비를 하게되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저는 매달 나오는 카드값을 보면 이 현상을 심각하게 고민해 보기도 했는데요. 그렇게 나의 소비 패턴은, 어떻게 보면 나에게 채워지지 않은 어떤 욕망 같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충분히 충족되지 않고 채워지지 않은 어떤 욕망이 비집고 들어와서 소비를 권장한다는 것이죠.


어찌 보면, 우리의 모든 행동은 욕망이라는 방아쇠에 의해 당겨져 발사되는 탄환과 같습니다. 주지하듯 욕망이 없다면 행동이 시작될 수도 없으니까요. 게다가 우리는 방아쇠의 움직임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단지 우리는 방아쇠가 당겨지는 즉시 발사될 뿐입니다. 욕망은 원인이며, 행동은 그 결과 입니다. 또 욕망은 우리가 의식하지도 못한 채, 우리 영혼의 저 깊은 무의식에서 이미 결정을 내립니다.~따라서 자유로운 의지에 의한 선택이란 아예 없으며, 가만 무의식적인 욕망의 선택만이 있을 뿐입니다. 우리의 의식 속에서 피어나는 자유로운 의지, 즉 자유 의지는 환상일 뿐이라고 스피노자는 이야기합니다. ~ 우리는 다만 그 상황에서 일어나는 가장 큰 욕망을 따를 뿐입니다. <욕망하는 힘, 스피노자 인문학 - 심강현>


스피노자는 다른 무엇보다 '욕망'에 주목한 철학자였는데요. 우리의 영혼은 욕망이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무의식 속에 있는 욕망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원동력이자 주체라고 이야기 합니다. 우리는 보통 인간에게는 '자유 의지' 라는 것이 있어서 스스로 자율적으로 행동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우리를 움직이는 주체는 무의식 속에 움트리고 있는 '욕망'이며, 그 욕망을 얼마나 실현했는지에 따라 어떤 감정을 느낄지 결정된다는 것이죠. 결국 내 무의식에 저장된 욕망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게 되면, 나는 계속 챗바퀴를 돌듯 쓸데없는 소비 혹은 유흥과 같은 것들을 탐닉하게 된다는 것이에요. 이번에는 정확한 욕망을 인지하지 못한채 방황하며 현재를 사는 우리의 모습과도 같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마담 보바리'를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대부분 마담 보바리 하면 불륜의 3대 소설 중 하나다 정도를 떠올리실 것 같은데요. 저는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 해보려고 해요. 지금부터 풀어볼게요.


마담 보바리(1857)는 실제 존재했던 개업의 드라마르의 아내 델피느의 자살 사건에서 취재해 완성한 작품이라고 하는데요. 사실주의에 입각한 이 소설은 종교와 양속을 해친다는 이유로 재판에 회부되기도 하였으나 결국 무죄 판결을 받아내죠. 마담 보바리는 '누보로망'의 교과서, 카프카의 바이블, <옵저버> 선정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책 등 수 많은 찬사를 받았어요. 처음에는 어찌보면 단순 불륜 소설에 불과하다고 할 수도 있는 이 소설이 왜 이토록 열광하는 것일지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읽을수록 이 소설의 뛰어난 진가를 알 수 있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옷차림, 말투, 행동 하나하나에 그 사람의 심리를 전달하는 소설 속의 치밀한 심리 묘사, 감정 변화 표현 등 뛰어난 표현 효과 뿐 아니라 인간 본성의 보편성은 그 시대를 뛰어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느껴졌거든요. 지금 현재에도 적용 가능한 인간의 심리등 작가 플로베르의 인간에 대한 뛰어난 통찰을 엿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되었어요.


마담 보바리의 주인공 엠마는 시골에서 평범하게 자라지만 책을 읽으며 사랑, 결혼 등등 남모를 미래에 대한 환상(외부에서 자극하는 욕망)을 지닌 채 살아가는 평범함 소녀였는데요. 어느 날 집을 방문한 평범한 의사 샤를르를 만나 결혼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혼 생활에 대한 기대감이 너무 컸던 것일까요? 엠마는 기대와는 다른 결혼 후의 평범한 현실이 못내 괴롭기만 합니다. 그럴 즈음 주변 남자들의 접근이 시작되죠. 처음에는 미혼의 젊은 남자이자 서기 레옹이 접근하지만 나름 감정을 자제하며 어긋나요. 그러던 중 뺸질한 귀족인 로돌프의 유혹에 넘어가게 되는데요. 그렇게 엠마의 불륜생활이 시작되고, 불륜이라는 사랑은 채워지지 않는, 사람을 허기지게 하는가 봅니다. 그녀는 불륜을 하며 돈을 써대기 시작합니다. 그녀는 몸치장, 고가의 가구등을 들이며 빚을지기 시작하죠. 신기하게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리나의 안나 역시 불륜을 하는 상황에서 자기 꾸미기, 소비에 더욱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그렇게 불륜과 사치의 연결고리를 끊을 수 없었던 그녀는 로돌프에게 버림받고 빚을 감당하지 못하며, 결국 자살이라는 파국에 이르게 됩니다.


19세기 - 사회적 제약, 금기 / 21세기 - '나' 자신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먼저 살펴보면19세기 유럽으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제한되었고 소설 속에 표현되어 있듯이 끊임없는 금지와 마주치게 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나이가 어느정도 차면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가지고 집안을 알뜰 살뜰 꾸려나가는 것이 여자로 살며 해 나가야 할 로드맵이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소설 속 주인공 엠마는 호기심 많고 열정적이면서도 적극적인 여성으로 나오거든요. 가슴에 꿈과 무언가를 이루고픈 열정이 가득하지만 현실의 벽에 포기하는 아예 시도조차 못하는 현실에 무기력함을 반복해요. 이쯤되면, 우리의 주변 에서도 종종 보듯이 남편 혹은 아이를 통해 대리만족을 얻으려고 하는 모습도 보여요. 엠마 또한 여러가지 시도를 해보는데요. 남편을 유명한 의사로 만들어보려고 시도하지만 남편의 수술은 실패로 끝나고, 자식에게도 집착해 보지만 거기서도 만족을 느끼지 못하고 실망하는 상황이 그려집니다. 그렇게 그녀는 남편 샤를르와의 거리도 점점 멀어지게 되요.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 역시도 특별히 다를건 없어보입니다. 19세기에는 사회적 제약이었다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제약은 바로 '나' 자신 일 거에요. 사회적 제약은 약해졌고 충분히 나를 제대로 실현해야 하는데 진정한 나를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냥 사회에서 인정 받는 직업, 좋아보이는 것들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나'들이 더 많을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현재를 사는 우리 역시 엠마와 다를 것이 없다고 보여졌어요.


고등학교 진로 상담에 따르면 학생들은 의외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고 한다. 특별히 잘하는 것도 없고 자신 있게 해댈 분야도 없다고 72%가 설문에 응답했다. 공부하고 있지만 무엇을 위해 하는지 알지 못한채 성적에 연연한다는 것이다. 그러니 대학을 졸업하고 사회에 나왔을 때 주어진 일이나 맡겨진 업무에서 성취감이 떨어진다. 이는 자신감과 연결되고 무기력하고 의욕이 없는 생활을 이어가게 만든다.


자기 내면을 살펴보는 시간을 내보자. 하고 싶은 일들을 모두 적어보고 열정과 재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는 것도 좋다. 다소 부족하지만 열정이 더 가는 일과 열정은 느껴지지 않지만, 어느 분야에서 탁월하다는 소리를 듣는 경우가 있다. 둘 중 하나를 결정하기가 어렵다면 그 사이에 있는 아주 간소한 차이, 즉 ' 이 일을 안하면 언젠간 후회'할 것 같다는 감정이나 최소한 10년 이상 이 일을 해보고 싶다는 의지를 측정해보라.

사회적으로 인정 받으니까, 돈을 많이 버니까, 어느 정도 소질은 있으니까 한번 해본다는 식의 접근은 당신이 누릴 행복을 점점 밀어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보이지 않게 아주 조금씩, 하루하루가 더해질 수록 그 거리는 멀어진다. 그래서는 안된다.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행복도 쌓아가는 길을 선택하자. 

<행복 시크릿 - 류창장>


내면의 공허함에 스며드는 그 무언가..

"인간은 욕망과 권태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 라고 쇼펜하우어가 이야기 했죠. 엠마는 자신의 욕망이 채워지지 않으면 바로 권태와 공허함을 느끼는 것을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러한 공허함을 파고드는 것이 있었으니..바로 그녀의 애인이 될 로돌프와 레옹의 유혹!. 과도한 소비 또한 그녀의 공허함을 달래 주는 역할을 합니다. 그녀의 내면에서 생겨나는 공허함을 결국 불륜과 사치로 채우는 것이죠. 결국 내면이 공허하고 열등감이 심힐수록, 우리는 외부의 치장이 화려해지고, 외적인 유혹에 쉽게 넘어가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자신이 위기를 자각하기 한참 전부터 징후와 증상이 필연적으로 나타난다. 우울증, 알코올 탐닉, 성적 흥분을 위한 대마초 흡연, 혼외정사, 걸핏하면 직장을 갈아치우는 일 등은 모두 우리가 마음속 지각 변동을 넘어서거나 무시하거나 피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정신치료의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증상은 환영할 만하다. 상처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화살표 역할 뿐 아니라, 정신이 자율적으로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융은 신경증을 "궁극적으로는 자신의 의미를 아직 발견하지 못한 영혼의 고통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우리가 고통 없는 삶을 이룩할 수 있다는 암시가 아니다. 그보다는 고통이 이미 우리에게 지워져 있으며 그 의미를 발견해야 한다는 뜻에 가깝다<내가 누군지도 모르는채 마흔이 되었다.>


이제는 나를 마주할 시간! 욕망의 실현, 내 삶의 주인 되기

위에서 언급했듯 스피노자가 우리의 욕망은 무의식 속에 있다고 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나의 욕망이 정확히 무엇인지 깨닫기 힘들어요. 유년시절의 경험 혹은 개인적인 특성에 따라 은연중에 무의식에 생겨나는 것이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지금까지 이야기 했듯, 공허한 챗바퀴도는 삶을 살지 않기 위해서는 나의 욕망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필요하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나의 욕망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데미안에서 이야기 했듯, 진정한 나를 알기 위해서는 나를 둘러싼 선입견과 편견을 상징하는 알을 깨고 나와야 하는 것이죠. 알을 깨는 방법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 같아요. 먼저 제대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야 해요. 철학을 통해 능동적이고 적극적으로 사고하는 힘을 기르면, 어떤 상황에서도 감정에 좌지우지 되지 않을 뿐더러,나만의 기준들이 생기게 됩니다. 이는 우리의 기본 욕망이라고 할 수 있는 우월 추구, 권력 추구의 욕망이 무조건 사회적 기준을 따라가려는 것이 아닌, 나만의 고유성을 발견하고 개발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되는 것이죠. 또한 낯선 곳을 여행하면서 내가 몰랐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되면 나의 욕망을 정확히 인식하게 되면서 더욱 충만한 삶을 살 수 있게 되는 거구요. 

그래서 다음 글들은 나를 알아가는 방법에 대해 더 자세히 이야기하고, 관련 책들을 소개해 보려고 해요. 아직까지 내 자신이 낯설게 느껴진다면, 나를 더 알아가고 싶다면, 다음 글들도 많은 기대 부탁드립니다.



"그대의 존재가 적으면 적을수록, 그대의 삶을 덜 표출할 수록, 그만큼 그대는 더 많이 소유하게 되고, 그만큼 그대의 소외된 삶은 더 커진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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