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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민경 Feb 21. 2023

내 안의 나를 발견한다는 것, 가슴떨리는 그 무엇 찾기

데미안 - 헤르만 헤세

작년에 스우파(스트리트 우먼 파이터)를 재미있게 보았어요. 이전에는 화려한 아이돌에 가려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하는 댄서였지만, 이 방송 이후로 댄서들에 대한 인식이 대단히 달라진것을 실감할 수 있었어요. 그녀들은 하나같이 인정받지 못한다 해도 그 일이 너무나 하고 싶었고, 열심히 해 그 자리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잖아요. 그리고 방송으로 소개되면서 포텐이 제대로 터지게 된 거죠. 인정을 바랬다면 아이돌을 했을거에요. 그냥 하고 싶어서 묵묵히 열심히 했을 뿐인데, 어느날 이런 기회가 왔고, 제대로 인정을 받게 된거죠. 처음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들에게는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을 것 같아요. 다들 멋지지만 그 중 가장 인상깊었던 댄서는 리정이었는데요. 어느 인터뷰에서 왜 댄서가 되었냐고 묻자 그녀는 초등학교 때 장기자랑을 하며 너무 좋았고, 그 경험을 계기로 춤에 입문하고 이 길이 나의 길이라고 확신했다고 하더라구요.(초등학생이 정말 대단합니다;;) 어찌 보면 그녀는 운이 좋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바로 캐치할 수 있었으니까요…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잖아요. 그런 감정이 들어도 무시해 버리기도 하고, 그런 경험을 아직까지 하지 못한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에요. 하지만 내가 열정을 느끼는 일은 리정님의 케이스처럼 나의 존재 어딘가에 숨어 있다가 어떤 계기로 튀어나오게 된다고 해요. 그것을 잘 캐치하는 것도 중요하겠죠. 나의 내면의 반응을 잘 느껴야 하는데 쉽지가 않은게 현실이에요…내 안의 나 만나기로 결심했다면,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추천합니다.



유년기: 정신적 성장(x), 보통 우리들의 모습

데미안은 싱클레어라는 평범한 한 소년의 내적/외적 성장기를 그리고 있어요. 싱클레어의 유년기는 가족의 품에서 나와 세상을 경험하는 과정인데,  절대적인 선이며 안식처였던 가족이라는 울타리 밖에는 크로머로 대표되는 악이 도사리고 있었고, 싱클레어는 크로머를 통해 세상의 악한 일면은 경험하게 됩니다. 아직 유년기인 싱클레어는 끊임없이 정신적으로 괴로워하고 두려움에 맞서서 이겨내지 못하고 회피해 버리죠 . 그리고 문제가 외부의 영향(데미안)으로 해결되자 가족의 품으로 달려가 현실에 안주해버립니다. 아직까지는 나 자신으로 제대로 서지 못한 싱클레어의 모습인 것이죠우리 주변에는 아직까지도 유년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유년기의 싱클레어 같은 어른들을 많이 볼 수 있잖아요. 자기 자신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남들에 의해 결정된 주입된 규범을 따르고, 주변의 문제를 회피하며 현실에 안주하는 사람들 말이죠. 겉모습은 어른이지만 정신적인 성장을 제대로 하지 못한 사람들이 우리 주변의 대부분의 수 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누구든 자신이 되기 전에 깨뜨려야 하는 큰 기둥에 그러진 첫 칼자국이었다. 우리들 운명의 내면적이고 본질적인 선은 아무도 보지 못한 이런 체험들로 이루어진다. 그런 칼자국과 균열은 다시 늘어난다. 그것들은 치료되고 잊혀지지만 가장 비밀스러운 방 안에서 살아 있으며 계속 피를 흘린다.-P26 <데미안>



에고는 때로 우리의 직업이나 관심사 혹은 민족 정체성에도 파고든다. 사람들은 스스럼없이 "나는 테니스 선수다" "나는 독실한 신앙이 있다" "나는 미국인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중에 우리가 내적으로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표현은 하나도 없다. 이것들은 다만 내가 속해 있는 역할들일 뿐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대개 집착하고 있다는 의식조차 없이 그것들이 곧 '나'라고 여긴다. 그래서 누군가 내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면 우리는 곧 내가 공격받고 있다는 생각에 위헙을 느낀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나'라는 인색에 집착하는 에고를 내려놓는 것이 아니라 더 단단히 매달리게 된다. 수많은 갈등과 이혼, 전쟁의 뿌리를 들여다보면 이런 에고에 대한 집착이 자리잡고 있다.

에고 자체는 좋은것도 나쁜것도 아니다. 그저 존재할 뿐이다. 에거는 우리의 발달 과정에 들어있는 하나의 단계로, 병아리가 부화되기 전까지 보호막이 되어주는 달걀껍데기 같은 역할을 한다. 달걀껍데기의 역할은 병아리가 부화할 때까지만이다. 만약에 병아리가 부화할 사기가 지났는데도 달걀 껍데기가 깨지지 않고 보호막 역할을 계속 한다면, 병아리는 제대로 성장하지 못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안갯속 같이 흐릿한 어린 시절에서 우리의 본모습을 되찾으려면 우리는 계속해서 에고를 벗겨내는 노력을 해야한다.

<깨어있는 부모 - 셰팔리 챠바리>


내적 성장: 내면의 목소리를 통해 자아 발견하기 그리고 운명에 용기있게 맞서기

유년기를 지나 청년이 된 싱클레어는 가족의 품을 떠나 새로운 학교, 도시로 가게 됩니다. 그렇게 청년이 된 싱클레어는 유년 시절의 악의 상징인 크로머를 이제는 '자신 안에서' 보게 되며, 내적 갈등이 커져만 갑니다. 그런 내 안의 어두운 원시적 충동을 외면하고, 무시해버리고 싶은 생각에 방황하며 방탕하고 무의미한 행동으로 위안 삼는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하지만 그런 생활은 점점 더 내면이 불안해지는 결과를 낳게되요. 그러던 중 베아트리체를(막연한 이상향으로 내면의 목소리를 찾는 계기가 됨) 만나며 정결함, 동경에 대한 이상으로 내면에 자리잡게 되고, 나의 내면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합니다. 내적인 성장은 내 안의 목소리를 들을 때 가능해지게 된다고 해요. 피스토리우스 신부는 그런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멘토 역할을 해주는데요. 그를 통해 자신의 내부에 자리잡은 선과 악?(세상사람들이 악이라고 하는 그 무엇~)을 나의 목소리로 재정의 해야 하며, 진정한 나 자신의 내면을 보아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 합니다. 그리고 외부 세상에 자신을 맞추거나 주변에 이끌리는 삶이 아닌,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본연의 자신의 삶(내 안에서 나오는 것을 통해)을 살아야 한다는 것을 깨닿게 되요. 일단①직/간접적으로 많은 경험을 해 볼 필요도 있어요. 그러다보면 어느 순간 리정님의 케이스처럼 내 안의 열정이(심장이 뛰는 일) 느껴지고, 그 열정에 반응하면 되는거거든요. 

다른 방법으로 내 안에서 나오는 것들을 알기 위해서는 결국 고독의 깊이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요. 결국 ②혼자 생각하는 시간, 나와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거에요. 고독은 과거 및 기존 규범을 탈피하기 위한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또다른 자유의 추구의 행위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얼마나 내면의 목소리를 들으며 살아갈까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 볼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아요. 나의 목소리를 듣기보단 늘 내 앞에 주어진 과정과 길을 쫓느라 바쁘게 살아왔기 때문일 거에요.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내면이 허하고 공허한 느낌을 느끼며 그 공허함을 물질적으로(비뚤어진 욕망..) 또는 다른 그 무엇으로 채워가게 되는 걸까?라는 생각도 해보았어요. 마치 보바리 부인처럼 말이죠. 싱클레어는 그렇게 내면의 성장을 통해 에바부인(성숙한 뒤에 찾아오는 진정한 이상향)이라는 하나의 상징과 같은 이상향을(삶의 목적) 갖게 됩니다. 내면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이 극복한 내면의 성숙함을 바탕으로 그 이상을 열렬히 추구한다. 그리고 드디어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자신이 선택한 운명에 당당히 맞서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자신을 다스리고, 나의 길을 찾아내는 것은 내자신의 일이었던 것이다. ~누구나 이런 어려움을 겪는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것은 인생의 분기점이다. 자기 삶의 요구가 가장 혹심하게 주변 세계와 갈등에 빠지는 점, 앞을 향하는 길이 가장 혹독하게 투쟁으로 쟁취되어야 하는 점이다. -P66

너의 인생을 결정하는, 네 안에 있는 것은 그걸 벌써 알고 있어. 이걸 알아야 할 것 같아. 우리들 속에는 모든 것을 알고, 모든 것을 하고자 하고, 모든 것을 우리들 자신보다 더 잘 해내는 어떤 사람이 있다는 것 말이야. -P116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을 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압락사스."-P123



내적 성장에 이르는 길: 다양한 경험을 통한 치열한 고민과 생각들 

우리 또한 내적인 성장을 통해 나의 운명을 선택할 수 있고 자신만의 확신을 가지고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는 남들을 따라사는 삶이 아닌 '나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하지만 내적 성장에 이르는 길은 쉽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고 있는것도 사실이죠. 때문에 주변에서 이미 어른이지만 나의 자아를 찾지 못한, 아직 유년기에 머무른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요. 대부분은 내가 추구해야 할 목적과 이상이 없고, 세속적인 행복과 성공에 목을 메고 살아갑니다. 하지만, 데미안은 진정한 삶의 목표를 찾고 나 자신의 삶을 위해 살아야하며 정신적 성숙이 인간의 삶에 아주 중요한 부분이라는 메시지를 던져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적 내적인 부분으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이 책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어요. 학교 공부, 수능 시험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건, 자기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어보는것 그리고 자신이 진짜 바라는 것 즉 삶의 목적을 찾는 것이라고 말이죠. 보통의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들의 성적에는 신경 쓰지만 정신적인 성숙에는 관심이 없잖아요. 하지만 정신적 성숙은 아이가 내 인생을 살기 위한 아주 중요하고 기초적인 부분으로 평생을 공허함 속에 살아가지 않기 위해서는 꼭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입니다. 하지만 나를 만나는 일은 생각처럼 쉽지많은 않아요.

조용히 나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③'명상'도 나를 만나는 방법 중 하나 입니다. 그리고 ④'치열한 생각과 고민' 또한 나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훌륭한 도구가 될 수 있어요. 고민과 생각은 많은 경험과 책을 통해 자라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안락한 여행과 같은 편안하고 재미있는 경험만을 줄 것이 아니라 오지 봉사, 사회 참여, 내 주변 필요한 개선사항, 토론 등의 다양한 고민의 장과 같은 진짜 경험이 필요해요. 어려움과 불편함/결핍을 겪어보면 남을 이해하고 공감하는데 도움이 되고, 개선 사항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며 나아가 꿈을 가지게 하기도 합니다. 그런 고민들 속에서 삶의 목표가 찾아지고 목표를 향한 나의 행동들을 통해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될 수 있구요. 우리 아이들은 공부만 잘 해서 공허한 어른으로 자라나기 보단, 내면의 나를 발견하고 내적 성숙함을 가진,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상의 모든 인간에게는 그를 기다리는 보물이 있어. 그런데 우리들, 인간의 마음은 그 보물에 대해서는 거의 얘기하지 않아. 사람들이 보물을 더 이상 찾으려 하지 않으니까 말이야. ~ 불행히도, 자기 앞에 그려진 자아의 신화와 행복의 길을 따라가는 사람은 거의 없어. 사람들 대부분은 이 세상을 험난한 그 무엇이라고 생각하지.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세상은 험난한 것으로 변하는 거야. 그래서 우리들 마음은 사람들에게 점점 낮은 소리로 말하지. 그래서 우리들 마음은 사람들에게 더 낮은 소리로 말하지. 아예 침묵하지는 않지만 우리는 우리의 얘기가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기를 원해.  <연금술사 - 파울로 코엘료>



데미안을 통해 내 안에 결정적인 그 무엇이 있고, 그 무엇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는데요. 사실 이미 다 커버린 중년이 된 사람들인 경우, 현재 안정적인 일을 하고 있고, 책임질 가족이 있는 상태에서 현재의 삶을 포기하고 자신의 열정만을 찾아 떠나기엔 너무나 큰 위험부담이자 모험이 될 수 있을 거에요.

하지만 이미 어른이된 사람들도 자아를 찾으려고 노력을 해야하는 이유에 대해 아서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에서 살펴보고, 중년에도 나를 찾을 수 있는 더 디테일한 방법에 대해 융 심리학을 바탕으로한 제임스 홀리스의 '내가 누군지도 모른채 마흔이 되었다' 를 통해 이야기 해보려고 합니다. 다음편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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