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민경 Jan 01. 2023

시기, 질투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마음 - 나쓰메 소세키

예전에 유난히 흉흉한 소문이 도는 직장 동료가 있었는데요. 외모, 능력 어디 하나 빠지는데 없는 완벽한 그녀 였는데 말이죠. 그녀를 모를 때는 단순히 소문만 듣고, 그 사람의 행동이 다 안좋게 보이기도 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함께 일을 하며 친해질 계기가 생겼어요. 나이도 성격도 비슷했기 때문에 금방 친해질 수 있었구요. 그런데 역시 소문은 그냥 소문이었던 거죠. 그저 평범한 성격의 사람 좋은 그녀였지만 유난히 위에서 예쁨을 받는 성격, 위에 싹싹하게 고분고분한 성격은 ~ 편애를 낳고, 결국 주변의 시기와 질투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 되어 버린것 같았죠..주변에 이런 경우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을 거에요. 결국 이런 시기, 질투 또한 인간의 본성 중 하나이기 때문이죠.


유발 하라리는 ‘사피엔스’에서 인간의 문화, 사회, 법 등이 변하고 진화하는 동안 결코 바뀌지 않은 것이 바로 인간 본성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우리의 감정과 욕구가 지금까지 우리의 생활을 개선시켜준 어느 혁명에 의해서도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인데요. 우리의 식습관, 감정, 성적 특질은 수렵 채집 시대에 맞춰진 우리의 마음이 후기 산업사회 환경과 상호작용한 결과라고 이야기하죠. 그렇게 본다면 현재의 우리 역시 이성을 장착했을 뿐 본성 자체는 수렵 채집때의 그대로라는 것이고, 그저 나 자신을 외부의 급변하는 사회 속에 열심히 끼워맞추기를 하고 있을 뿐인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인간의 본성이 착한지 악한지 관련해서는 예전부터 성선설, 성악설을 통해 논란이 되어 왔잖아요.  윌리엄 골딩은  ‘파리대왕’ 에서 성악설 그리고 인간의 본성의 야만성을 조명하기도 했어요. 골딩은 문명 사회를 벗어났을 때 인간의 야만적 본성, 즉 우리 안의 어두운 그림자를 설명하기 위해 어린 아이들을 무인도에 가두어 증명해 보이기도 했죠. 그 밖에도 많은 문학작품들에서 우리 안의 어두운 그림자들에 대해 논쟁을 벌여왔잖아요. 하지만 저는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 불리우는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 우리 안의 그림자를 가장 잘 공감되게 그렸다고 생각 되었어요. 우리의 평범한 일상에서 인간이 어떻게 악인으로 변하게 되는지, 그리고 누구나 어떤 특정한 상황을 만났을 경우 악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리얼하게 보여줍니다. 누구에게나 있는 우리 안의 어두운 그림자를 현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게끔 표현한 마음 이라는 작품을 만나보겠습니다.


마음 - 나스메 소세키 책 이미지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라는 작품은 자꾸 무언가를 추리하고, 궁금하게 만드는 탐정 소설의 기법이 가미된 심리소설 인데요. 재미 또한 놓치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는 무언가 특이한 '선생님'이라는 외로운 사람에게 이끌리고 따르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의 집을 자주 방문하면서 그의 사상과 정서를 닮아보고 싶어하기도 하죠. 그렇게 외로움을 자처하는 선생님의 행동에 궁금증을 가지게 되고 점점 진실에 다가가는 인물입니다. 과연 선생님을 외롭게 만드는 진실은 무엇이었을까요?


사람에(타인) 대한 실망

선생님은 어린시절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시고 많은 재산을 물려 받게 되요. 그런데 믿고 따르던 숙부가 자신을 속이고 돈을 유용했음을 알게 되고, 재산 때문에 사촌 누이와 결혼까지 시키려고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배신감에 치를 떨게됩니다. 이 사건은 선생님에게 사람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실망감으로 가득 차게 되는 계기가 되구요.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선생님 본인은 다른 사람과 달리 순수한 영혼과 마음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이지, 돈을 보면 그 어떤 군자라도 악인이 된다네"-P86


나에 대한 실망, 나 역시 똑같은 인간이었다

하지만 선생님은 믿었던 사람에 대한 실망에 이어 어느 날 '나' 자신에게 실망하게 되는 사건을 겪고 한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외로운 삶을 자처하게 되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그 사건의 시작은 의지할 곳 없는 친구 K를 자신의 하숙집에 같이 살게 하면서 시작되는데요. 선생님은 그를 인간 답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본인이 좋아하는 하숙집 딸을 K도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부터 묘한 질투가 시작됩니다. 그리고 본인도 원래부터 그녀를 좋아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친구에게 숨기고 하숙집 아주머니와 이야기해 친구 K가 모르게 본인과의 결혼을 진행시키죠. 나중에서야 그 사실을 알게 된 K는 배신감에 자살까지 하게 됩니다. 사실 갑작스러운 K의 자살이 너무 당황스럽긴 했지만, 그 역시 믿었던 친구에게 느낀 배신감에 힘들었던 것이죠. 그 사건 이후 선생님은 자신 역시 예전에 배신감을 느낀 숙부와 다를 것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고,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자신을 외로움이라는 감옥에 가두어 둡니다. 그리고 책의 말미 즈음 선생님은 나에게 그 사실을 털어놓아요. 친구의 자살에 대한 죄의식으로 번민하며 스스로 절대 고독의 감옥에 갇혀 살아왔노라고.. 말이죠. 그 사실을 털어놓으며 결국 선생님은 스스로의 윤리적 판단에 의해 극단적인 '자기희생'의 방식으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세상 사람들이 어떻든 나만은 훌륭한 인간이라는 신념이 어딘가 있었던 거지. 그런데 K때문에 그 신념이 보기좋게 무너지고 나도 숙부와 똑같은 인간이라는 자각을 하자 갑자기 아찔한 느낌이 들더군. 사람들에게 질린 나는 자신에게도 질려 어떤 일도 할 수 없게 되었네.”-265


내 안의 그림자를 이해해보자

사실 이 작품 속에서는 정말 맘먹고 나쁜 짓을 한다거나, 폭력을 가하는 전형적인 악인 캐릭터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인간의 내면에서 생겨나는 순간의 그림자들이 질투, 탐욕, 배신을 만들고 그로 인해 관계가 틀어지고 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본인만은 순수한 인간으로 믿고 싶었던 선생님 역시 그냥 한 보통의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구요. 감정의 동물인 사람은 상황에 따라서 다양한 감정으로 반응하게 되고, 어떤 상황은 우리의 그림자를 깨우기도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내면의 그림자는 누구에게나 존재하고 있으며, 상황에 따라 나도 모르게 탐욕, 질투, 분노 등으로 나타나는 것이죠.


나쁜 사람이라는 부류가 세상에 존재한다고 생각하나? 세상에 그렇게 틀에 박힌 듯한 나쁜 사람이 있을리 없지. 평소에는 다들 착한 사람이네, 다들 적어도 평범한 사람들이지, 그런데 막상 어떤 일이 닥치면 갑자기 악인으로 변하니까 무서운 거네. 그래서 방심할 수 없는 거지.-P83


맞아요. 우리 안에는 이미 어두운 그림자가 있어요. 로버트 그린은 인간 본성의 법칙에서 우리가 어두운 면에 은근히 끌린다는 것으로 인간의 어두운 면을 증명해 주었는데요. 착한척 옳은척을 해야만 하는 문화 속에서 우리가 묘하게 악에 끌리는 모습으로 말이죠. 


꼭 알아야 할 것이 있다. 격렬한 증오 뒤에는 그 증오하는 사람에 대한 결코 인정하기 싫은 비밀스런 시기심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미워해야만 그 시기심을 어떤 식으로든 무의식으로부터 방출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문화 속에 드러난 어두운 면에 대해 너 나 할것 없이 남몰래 얼마나 깊이 끌리는가 보면 알 수 있다. 우리는 권모술수에 능한 주인공이 남들을 조종하고, 기만하고, 지배하는 드라마를 보면서 전율을 느낀다. 뉴스에서 어떤 식으로든 욕망을 드러냈다가 붙잡힌 사람들의 이야기에 혹하고, 그들이 망신당하는 모습을 보며 즐긴다. 연쇄살인마나 극악무도한 사이비 종교 지도자에게 마음을 뺏긴다. 그런 그라마나 뉴스를 보는 동안에는 도덕군자인척 해도 되고 저런 악당을 얼마나 경멸하는지 떠들어도 된다. 하지만 진실을 알고 보면, 우리 문화가 그런 인물들을 끊임없이 우리 앞에 던져주는 이유는 우리가 어둠의 표출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천사인 척해야 하고 그토록 옳은 척해야 하는 데서 오는 우리의 긴장감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주는 수단이다. <인간본성의 법칙 中 내 안의 어둠을 직시한다 부분 -로버트 그린>


이렇듯 인간이라면 먼저 내 안의 어두운 그림자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그런 상황이 되었을 때 감정적이지 않은 이성적으로 대처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거에요. 그리고 부정적인 감정은 쌓아두면 안된다고 해요. 우리의 그림자를 대면하지 않고 피하기만 한다면 그 어두운 실체는 더욱 부정적인 에너지로 나타나게 된다고 이야기 합니다. 그것이 미지의 실체가 되어 우리를 공격하기 전에 인정하고 싶지 않은 질투, 탐욕의 감정을 포근히 감싸주어야 한다는 것이죠. 인간이기에 당연히 그러한 감정이 들 수 있다고 말이죠. 내 안의 괴물을 끌어안아 화해하는 과정이 바로 치유인 거구요. 


지금 누군가에게 분노, 질투의 감정이 생겼다면 그건 인간이기에 당연히 가질 수 있는 감정이에요. 하지만 그 감정을 키워 뒷담화로 남들까지 그 누군가를 미워하게 만들거나 가스라이팅 한다면 그 괴물을 키우는 일일 거에요. 그런 감정이 쌓이고 쌓여 나 자신이 진짜 괴물이 되기 전에 나의 감정을 인정하고, 대화, 운동 등 나만의 방법으로 소진시키고 화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해요. 그렇게 내 안의 그림자를 이해하고 공생할 수 있는 나만의 방법을 찾는다면, 더욱 건강하고 편안해진 나를 만날 수 있을 거에요.


매거진의 이전글 인간은 불완전해서, 아름다운 존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