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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코리아호빗 Nov 08. 2023

공원에서 모르는 사람들의 걸음걸이에서 위로를 얻었다.

모두들 자신만의 걸음걸이로 살아가고 있다. 

 일요일 아침이면 나는 근처에 있는 공원에서 항상 달리기로 하루를 시작한다. 휴일이라고 늦잠을 자기보다는 무엇인가 작은 성취감으로 시작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그리고 땀을 흠뻑 흘리고 집에서 하는 샤워는 무엇인가 마음의 모든 잡생각들을 같이 씻어내는 듯하기 때문이다. 토요일 술을 꼭 마시는 나는, 이것을 해장 러닝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달리기를 못하고 걸을 수밖에 없던 어느 일요일이었다. 아들 녀석에게 발차기 가르쳐 준다고 까불다가 햄스트링이 찢어지는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해오던 습관이기 때문에 힘들지만, 산책하듯 천천히 걸어서라도 공원으로 향했다.      


 항상 달리던 길을 천천히 걷다 보니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었다. 항상 달리기만 하기 때문에 앞에 사람들과 부딪치지 않기 위해 앞을 바라보았고, 혹여 바닥에 문제가 있을까 달리는 길만을 바라보았기에, 시야가 작았다는 것을 알았다.      


 천천히 걸으며 하늘 위로 쭉쭉 뻗어서 가을이 다가와 노랗게 물든 나무들, 그리고 아직 가을이 오지 말라고 하듯이 버티고 있는 여름에 피어있던 꽃들. 그리고 나에게 가장 크게 느껴진 점은 바로 사람들의 걸음걸이와 달리기 속도가 모두 다르다는 것이었다.      


 항상 나의 달리기에 집중하다 보니 주위를 살피지 못했던 것 같았다. 천천히 걸으며 다리의 회복에 신경을 집중했다. 

‘다리야 얼른 나아야지 다시 하체를 괴롭혀 줄 것 아니냐..’

 생각하며 걷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걷는 이유는 다리의 회복인데 지금 주위의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산책을 하거나 달리고 있을까?     


 또 쓸데없이 더 깊게 들어가서, 사람들의 걸음걸이가 각자 다른 것처럼, 목적도 다를 것이고 방향도 다를 것이다. 그리고 신체 능력도 다르고, 어디까지 갈지의 목적지도 다를 테지. 그리고 다들 자기 각자의 속도로 달리는 사람, 혹은 빠르게 걷는 사람, 천천히 주위를 즐기며 산책하는 사람. 여기 있는 모든 사람들의 인생은, 자기 자신의 걸음걸이로 목적지를 향해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비록 지금 나는 혼자 아이 둘을 키우면서 견디듯이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조금 이나마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거북이처럼 조금씩 나만의 걸음걸이로 노력하고 있다. 이날 공원에서 수많은 사람들의 각자의 다른 걸음걸이를 보고, 나는 위로를 받았다. 


그러니 만약 조급한 마음에 자신을 자책하며 괴롭히고 있는 분들이 있으시다면, 자신에게 위로의 한마디 해주었으면 합니다.



“너도 저 사람들처럼 너만의 걸음걸이로 걸어가고 있어. 그러니, 절대 포기는 하지 말고, 조급해하지 말아. 넌 잘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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