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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les Blog Dec 25. 2022

후회 Regret와 자기 비난 Self-Blame

후회를 종용하는 사회에 대처하는 나의 자세

후회는 cognitive emotion (인지 감정)이라고 한다.

감정은 감정이지만 생각을 해야만 생기는 감정이라서 그렇다.

자신의 결정을 돌아보면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곱씹은 후에, 아! 내가 왜 그랬을까? 하는 탄식과 함께 찾아오는 감정이다.

나의 결정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돌아보자.

먼저, 결정에 필요한 정보이다.


정보에는 2가지 종류가 있다.

내적 정보 (internal information)와 외적 정보 (external information)이다.

내적 정보는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와 지식이다. 경험으로 축적된 know-how 일 수도 있고, 책이나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도 포함된다. 내적 정보는 '나의 것'으로 가치 판단이 끝난 것이다. 나의 내적 정보가 '좋다' 거나 '나쁘다'라는 생각을 대부분 가지고 있다. 또는  '충분하다' 나 '부족하다'라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다.

나의 내적 정보가 좋고 충분하다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의 정보는 필요하지 않다. 이미 가지고 있는 정보에 기반하여 결정을 내리면 된다.

반면에 내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가 나쁘거나 부족하다면? 그땐 외적 정보를 찾기 시작한다.


외적 정보는 우리 주위에 수없이 많다. 책과 강연, 미디어와 SNS. 여기에 카더라 통신과 302호 아줌마가 전하는 가십과 백화점에서 쓱 지나쳐간 멋진 줌마의 차림새가 그렇다. 볼 수 있는 만큼, 기억하는 만큼, 프로세스 하는 만큼, 저장하는 만큼, 외적 정보는 내 정보 창고에 쌓인다. 


이제 이 정보들을 모아서 결정에 이용해야 한다.

내적 정보와 외적 정보를 합한다. 내가 결정해야 하는 사안과 관련성이 높은 것을 추리고, 중요도, 시의성을 감안하여 우선순위를 매긴다. 제일 중요한 정보부터 나열한다. 음. 이 정도면 충분해. 이걸 바탕으로 결정을 하자! 


여기까지가 보통의 후회를 막기 위한 결정 프로세스이다.


그런데 몇 가지 문제점이 보인다.


내적 정보에 대한 확신이 없다


어? 내가 아는 게 맞나? 틀린 것 아니야? 요즘엔 안 맞는 거 아냐? 내가 전문가도 아니잖아.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심각한 불신이 든다. 심지어, 특정 정보나 지식뿐만 아니라 나의 전반적인 지적 수준까지도 의심스럽다. 왜 이런 걸까?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나의 내적 정보가 internalize 되지 않아서 그렇다. 내가 검증하고 확인하여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서 그렇다. 누가 밀어도 흔들리지 않는 정보와 지식이 아니라 훅 바람만 불어도 쓰러질 판이다. 


또는, 끊임없이 나의 내적 정보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환경에 살고 있다. 책과 교육을 통해 얻은 지식을 활용하려 치면, 어디선가 튀어나와 "그거 아냐. 요즘 누가 그걸 해." "내가 해봤더니 그거 안돼. 내 말을 들어. 나 인플루언서쟎아." "전문가가 봤을 때 매우 잘못된 방법입니다. 당장 그만두세요."라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다. 실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실패를 해 봐야 자신의 지식을 내재화할 기회가 생기는데 이렇게 성화를 하니, 나는 당최 실패할 수가 없다. 따라서 배울 틈이 없다.


외적 정보가 너무 많다


뭘 좀 알아볼라치면 수만 개의 정보들이 저요 저요 하며 아우성을 친다. 뭘 골라야 하지? 정보의 홍수에 휩쓸려 애초에 내가 뭘 찾으려고 했었는지조차 망각한다. 심지어 저마다 전문가라며 '검증된' 정보를 들이민다. 정보들도 다 비슷비슷해서 수십 개의 웹사이트를 찾아다니며 읽은 내용이 대동소이하다. 도둑맞은 내 시간을 생각하면 허탈하다.


정보처리의 한계에 부딪히다


인간의 정보 취득은 처음부터 오류가 있다. selective attention 이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주관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오감과 능력의 차이와 편향 때문에 그렇다. 외적 정보가 많아질수록 나의 정보처리는 한계에 부딪힌다. 거기다 각종 편향과 오류로 인해 모은 정보를 '제대로' 분석할 수도 없다. 정보의 가치를 객관적으로 매길 수 없기 때문이다. 각 정보의 true value (참 가치)를 알 수도 없다. signaling theory에 따르면 극도로 불확실한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떤 시그널을 중요정보로 생각한다고 한다. core 보다는 peripheral에 눈이 가게 된다.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후회 없는 결정을 위한 각고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는다. 나는 여전히 나쁜 결정으로 후회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휩싸인다. 책장을 넘기고 클릭을 해봐도 이 불안감은 여전하다.


안심과 평화의 솔루션

나의 후회를 줄이는 솔루션을 찾아보자.


Bounded rationality

인간의 인지는 너무나 제한적이어서 모든 것을 다 알 수 없다. 

그렇다.

잘 알아두자.


Controllability

사람들은 자신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일에 대해서는 후회를 덜 한다고 한다. 뭘 더 해 볼 수도, 해봤다고 한들 차이가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에게 영어책을 남보다 더 읽어주면 아이가 영어를 잘할까? 잘할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영어에 대한 흥미와 언어능력은 개인차가 있기 때문이며, 다른 교과나 관심사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시너지가 발생할 수도, 줄어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책을 수백 권 읽으면 나는 부자가 되는가? 그럴 수도 아닐 수도 있다. 


창의력 공구를 사주지 않아서 아이의 창의력이 낮다? 아닐 것이다. 오히려 수십만 명의 어린이들이 획일적으로 따라하고 있는 fake 창의력은 없더라도 독특한 genuine 창의력이 뿜뿜일 수도 있다. 나의 노력이 결과와 direct relationship을 가진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수십 년간의, 수십만 개의 연구 결과가 그렇다고 한다. You cannot control everything.


Self Assertiveness

자기 확신을 갖자.

나는 생각보다 똑똑하다.

그동안 내가 배우고 경험한 것들은 상당히 중요하며 '맞다.' 

물론 끊임없이 탐구하고 배우는 것은 바람직한 태도이지만 나의 가치기반을 위태하게 하는 지식탐구는 득이 되지 않을뿐더러 위험하다. 

MBTI의 16개 personality 중에서 유일하게 장점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Self Assertiveness 이지 않나. 



종합하자면

어느 정도의 자기 확신을 가지고

자신의 내적 정보를 기반으로

필요한 만큼의 외적 정보를 구하여

정보처리를 하되

인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나의 통제능력의 한계를 인정한다면

혹여나의 결정의 결과가 나쁘게 나오더라도

자신을 탓하는 (self blame)을 덜 할 수 있다.



참고문헌

Connolly, T., & Zeelenberg, M. (2002). Regret in decision making. Current Directions in Psychological Science11(6), 212-216.

Schwarz, N. (2000). Emotion, cognition, and decision making. Cognition & Emotion14(4), 433-440.

Spence, M. (1978). Job market signaling. In Uncertainty in Economics (pp. 281-306). Academic Press.

Zeelenberg, M., & Beattie, J. (1997). Consequences of regret aversion 2: Additional evidence for effects of feedback on decision making. Organizational Behavior and Human Decision Processes72(1), 6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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