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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정 Jul 17. 2024

독백

점점 예뻐지는 서양란, 어디까지 예뻐질래?

예쁜 미모란 이런 건가!


내 삶에서도 아름답다고 여길 수 있는 추억들이

여럿이다.


소년이던 10대, 청춘이던 20대, 현재까지

소중하지 않았던 날은 단 하루도 없다.


★★★★★★★★★★★★★★★★★★★★★★★★★★★★★★★★★★★★★★★★★★★★★★★★★★★★★★★★★


직장에서 만났던 얼굴들 몇몇이 스친다.

저 꽃처럼 피어나야만 꼭 아름다운 것은 아니란 생각과 함께다.


학교 설립 판단 등 어려운 분야에서 전국적으로 출중한 업무 능력을 발휘한 친구와

부드럽고 세심하면서도 빠릿빠릿한 처신으로 본청의 동료로부터 찬사를 받던 후배님


아쉽게도 두 분 모두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

그러나 나에게는 아리따운 추억으로 일화가 남아있다.


복잡한 업무처리, 적용하고 따져야 할 법령이 너무 많아서 지금까지도 어느 누구 하나 선호하지 않는 학생 배치와 학교 설립 분야에서

제도와 시스템을 개선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그야말로 불철주야로 뛰어다니던 친구, 지원청에서도 본청에서도 여러 번 내 업무를 이어받았다.


중등교육과에서 전입학 업무를 수행하던 2010년경, 인천 계양구 모 시의원의 손자를 자기 집 근처 학교로 전학시켜 달라던 갑질로 마음고생이 크게 있었고,

공직을 접어야겠다고 팀장, 과장과 면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나랑 업무를 바꾸면서 고민을 크게 덜어주었던 후배님

     

어느 날 갑자기 작은 바람에 꽃 잎이 떨어져 나가듯

병마를 이기지 못하고 사라져 버렸다.


20여 년이 지나 어느 날 술자리에서 조우한 입사 동기, 반가운 마음에 함께 소주를 두어 병 마셨는데, 아무 말 잔치, 격분 등 주정하던 모습으로 나를 놀라게 했던 입사 동기는 수년 전 중도 하차했다.

아쉽게도 그 동기 녀석은 자기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온갖 추문과 함께 공직 생활의 막을 내렸다.


★★★★★★★★★★★★★★★★★★★★★★★★★★★★★★★★★★★★★★★★★★★★★★★★★★★★★★★★★


어여쁜 서양란 앞에서

이런 생각들이 왜 떠오르는 것일까?


좀 모자라고, 부족하면 어떤가?

견디고 버티다 보면 오늘과는 다른 날, 꿈꾸던 날이 올 것을 직접 체험한 적도 있다.


10여 년 전 본청 근무 중 부여받은 승진 시험에서 연거푸 세 번이나 낙방했다.

마음고생을 얼마나 많이 했던지, 연일 술이 아니고서는 잠에 들 수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나 산하 기관으로 나가지 않은 채, 본청에 남아 여러 부서를 전전했고,

근로자 노무관리, 산업안전보건 업무 등을 수행했다.


당시 내 마음은

하나였다.


건재하자!

초연하자!

참아내자!


공직에서 나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나보다 연배가 적은 팀장을 무려 다섯이나 모셨고,(그들로부터 배운 바는 많음)

자존감에 대해 매일 고민했었다.


나에게 3년 만에 찾아온 서양란의 향기는

희망이고, 기다림에 대한 답이다.


마침내 2021년 승진 시험에 합격했고, 이곳으로 발령받았다.

승진이 한참 늦었지만, 그나마 감사한 일이다.


교육청 경력이 있다면, 승진 시험을 세 번까지는 무난하게 볼 수 있지만

네 번째부터는 기회 부여도 어렵고,


기회를 받는다 해도

젊은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합격자 명단에 들기는 너무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입사 동기나 선배 기수 중 네 번째 승진 시험에서 합격한 이들은 매우 드물다.

대부분은 세 번째 시험에 낙방하면서 승진에 대한 미련을 아예 버린다.


엄청나게 밀려오는 자존감 추락과

좌절, 슬픔, 고독함을 떨치기 위한 지름길이라 생각하기에.


★★★★★★★★★★★★★★★★★★★★★★★★★★★★★★★★★★★★★★★★★★★★★★★★★★★★★★★★★


오늘, 내가 바라본 서양란은

상황이 어떻거나 주어진 지금의 시간에 최선을 다해야 할 아침임을 일러준다.


이번 해도 어김없이 전국 시도 교육청에는

사무관 승진 시험이 다가오고 있다.


시험 준비에 임하는 이들의

차분한 파이팅과 성취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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