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소를 착용하고 6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칸소2 버전이 출시되었다. 칸소2는 앱을 사용해서 휴대폰 연동으로 더 많은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하여 기계를 업그레이드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두 번째 기계 구입도 보험 적용이 되어서 좀 더 부담이 낮아졌으면 좋겠다.)
칸소에는 새끼손톱만 한 원형 건전지 2알이 들어간다. 건전지 2알로 평균 이틀 반 정도 유지가 된다. (건전지 60알 2박스에 7~8만 원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고 2 박스면 약 10개월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인공와우 수술 한 달 후에 병원 매핑실에서 인공와우를 첫 착용하였다.
기계음으로 들린다는 건 어떤 걸까?
내가 기억하고 있는 아이들 목소리로 들리지 않으면 어떡하지?
걱정반 궁금반 이었던 나는 첫 착용을 하고 매핑 선생님의 목소리를 듣고 당황보다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기계음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여자 청능사 선생님이 하는 말도 중저음의 우리 신랑이 하는 말도 하나의 음, 하나의 높이로 동일하게 소리가 들어왔다. 아 그래서 다들 기계음 같다고 표현한 거구나! 걱정보다 소리에 대한 이질감이 크지 않아서 오히려 안도했다. 기계음이라길래 띠디딕! 거리는 소리로만 들릴까 불안했었다.
와우를 처음 착용하고는 남자 여자 목소리도 구별이 되지 않았고, 애 어른 목소리 구분도 힘들었다. 내가 듣는 내 목소리조차도 너무 이상해서 말을 하는 것 자체도 멈칫하게 되었다.
“선생님 이렇게 들리는 게 맞아요? 저 잘 들을 수 있을까요?”
나의 걱정이 무색하게 하루하루 지날수록 생활음과 사람 목소리가 조금씩 변별이 되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난청인들은 고주파 영역이 많이 죽어있기 때문에 고주파 부분에 적응하는 기간이 상당히 오래 걸린다. 처음 고주파 소리를 접하면 날카로운 소리에 많이 힘들어하는데 대표적인 고주파 소리가 비닐 바스락거리는 소리, 설거지할 때 떨어지는 물소리라고 한다.
생각보다 비닐 바스락 소리, 설거지할 때 떨어지는 물소리들이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인공와우 6년 차인 지금까지 고주파 영역을 많이 올리지 못하고 있다.
고주파 영역을 높이면 어김없이 편두통이 찾아와 애를 먹는다. 고주파 영역에 처음 적응할 때는 찌르는 듯한 높은 소리에 속이 울렁거릴 정도이다.
매핑을 마치고 거리로 나서면 가장 크게 들리는 소리가 도로의 자동차 소음이다. 이 날카로운 소리와 두통, 속 울렁거림을 견디며 적응하면 전 단계의 매핑이 답답하게 느껴진다. 전 단계의 매핑이 답답해지는 건 내가 더 높고 넓은 소리의 영역을 듣고 있다는 것이다.
인공와우는 동시에 많은 소리가 들어오기도 하지만, 다른 큰 소리가 나면 주변소리가 확 죽어버리기도 한다. 키보드를 탁탁 치다가 밥솥에서 김 빠지는 소리가 휙~!! 나면 키보드의 탁탁 소리가 바로 죽어버리면서 들리지 않는다.
인공와우를 첫 착용하고 일주일은 사람소리가 아주 깊~은 동굴에서 말하듯이 말소리들이 굉장히 울리고 아무리 들으려고 애를 써도 들리지 않는 외국어 마냥 입을 보지 않고는 분별이 전혀 되지 않았다. 적응하는 약 한 달의 기간 동안에는 수술을 안 한 귀로 소리가 먼저 들어오고, 0.000000001초의 시간차를 두고 와우로 소리가 들어오는 느낌이어서 여기저기서 나는 소리들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이런 인공와우에 적응하려니, 오히려 반대쪽 잔청이 남아있는 부분이 더 잘 들리는 듯한 착청효과(귀의 착각)까지 경험할 지경이었다.
없으면 안되는 나의 귀. 칸소
인공와우를 착용하고 세상 소음에 또다시 놀랬다. 내가 전부라고 생각했던 세상 소음이 진짜의 10/1도 안 되는 거였구나 느끼면서 지금 들리는 소리가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하루 종일 집안을 돌아다녔다.
가장 재미있었던 소리는 아이들의 뿡! 하는 방귀소리였다. 방귀소리도 트림소리도 들리지 않았던 엄마가 자신들의 방귀소리에 반응을 하니 아이들이 신나서 엉덩이에 힘을 주었다. 누구 하나 팬티에 변을 지려야 끝나는 게임이 시작된 것이다.
점차 남자 여자 목소리도 구별이 되기 시작했고, 세 아이들의 목소리도 구별이 가능해졌다. 집에서 대화할 때는 신랑과 제부 목소리가 구분이 되는데 전화통화를 할 때는 이게 신랑 목소리인지 낯선 남자의 목소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간혹 신랑이 회사 전화로 전화를 하면 누군지 못 알아듣고 “누구세요?” 계속 물어본다.
“나야 나”
“네? 누구신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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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와우를 하고 나서 가장 좋았던 몇 가지가 있다.
1. 가족들이 방에서 불러도 내가 대답하고, 신랑 귀갓길에 복도 창문으로(복도식 아파트 거주 중) 부르면 한 번에 쳐다봐서 반갑다고 한다. 수술 전에는 거실 창문을 마구 쳐도 절대 몰랐다고 한다. 가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그렇게 못 들었나?’ 하는 나 빼고 남들은 다 아는 사실이 새삼 놀랍다.
2. 신랑이 샤워하러 들어가면 함흥차사여서 매번 언제 나오나 오매불망이었는데, 인공와우 착용 후에는 물소리가 들려서 샤워 시작하고 끝났음을 알 수 있다.
3. 휴대폰은 무조건 벨소리로! 항상 진동이었어서 휴대폰과 한 몸일체였는데 이제는 휴대폰 벨소리가 방에서 거실까지 들리니 항상 벨소리로 해놓는다.
건청인들에게는 일상이었던 일들이 나에게도 일상처럼 편해지고 있다. 인공와우 수술을 앞두고 두려웠던 마음은 다 어디 가고 매일이 새롭고 행복하니 이런 기분으로 날마다 살면 좋겠다.
잘 듣는다의 기준은 어디에 있을까?
청각장애인인 나는 어느 정도의 수준이 되어야 잘 듣는다의 범주에 들어갈까.
어음처리기를 통해서 듣는 소리는 휴대폰을 통해서 듣는 것과 비슷하다. 머리에 붙어있는 기계를 통해서 바스락 거리는 머리카락 소리는 시도 때도 없이 들린다. 머리가 긴 나는 움직일 때마다 머리카락 움직이는 소리들이 크게 들린다. 마치 귀에 옆에서 작은 비닐들이 바스락바스락 거리는 것 같다. 그러면 그 순간에 다른 소리들은 레벨이 내려가서 잘 들리지 않는다.
휴대폰 녹음 기능으로 소리를 녹화해서 들어보라. 와우를 통해 들어오는 소리와 비슷하다. 바람이 강하게 불 때는, 상대방이 선풍기 앞에 앉아서 통화하는 것처럼 바람소리가 어음처리기의 스피커 부분을 통해 강하게 들어온다.
한 겨울에 귀가 시려 모자를 쓰고 싶은데, 그러면 인공와우를 빼야 한다.
패딩 모자의 바스락 거림에 멀미가 날 지경이다. 궁금해하는 신랑과 아이들에게 직접 그 소리를 들려주었다. 휴대폰 동영상 촬영을 시작하고 휴대폰을 모자와 머리 사이 넣고 마구 흔들었다. 그렇게 녹음된 소리를 들려주었다. 단번에 이해하는 와우인의 고통!
인공와우는 스피커를 통해서 들어오는 소리들이 전기자극을 통해 신경으로 전달되는 원리인데, 휴대폰 스피커(기계)를 통해 들어오는 소리가 귀에 전달되는 것처럼, 와우 스피커(기계)를 통해 소리가 전달된다고 생각하면 된다.
변별이 힘들어서 그렇지, 지금의 나는 보청기를 보조로 착용했을 때보다 훨씬 더 잘 듣고 있다.
보청기가 없을 때는 바로 옆에서 휴대폰이 울려도 못 듣는 게 태반이었고,
보청기를 착용했을 때는 거실에 있지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는 못 들었다. 와우를 착용한 지금은 내가 어디에 있든 집 안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 및 알람 소리는 다 들을 수 있다. (어디서 울리는지 방향을 못 찾아서 슬프지만)
매핑: 청신경 상태에 맞춰 소리에서 변화되는 전기의 양을 설정하는 작업.
환자별로 청신경의 상태와 필요한 전기의 양이 다르며, 매핑이 정확하게 이루 어지 지 않으면 인공와우 이식 후에도 정상적인 소리를 듣지 못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