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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ry Jun 15. 2023

헤어짐은 늘 익숙하지가 않아!

언제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 날 가게 앞에서 들어오지 못하고 서성이는 고객님을 보았다.


문을 열고 나가보니 너무도 예쁜 쌍둥이가 유모차 타고 있었다.


그제야 망설인 이유를 알다.


나는 문을 활짝 열어두고 커피 주문받고 가지고 가실 건지 여쭤봤.

"유모차 때문에.."


내 느낌이었겠지만 그 예쁘고 큰 눈이 슬퍼 보였다.


나는 쓸데없이 상대의 감정을 잘 읽는다. 그래서 감정기복이 심한 사람과 있을 때 세상 피곤해지기도 한다.


"같이 들어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모차를 들어 올렸고 계속 미안해하는 젊은 쌍둥이 엄마가 착하고 예뻤다.

 

우리 가게에는 유모차를 가지고 오는 고객님들이 꽤 있는데 매장에 조금 높은 턱이 있어서 유모차를 같이 들어주고 있다.


이젠 유모차 하나쯤은 한 팔로 들어 올릴 수 있을 만큼

단련되어 있었지만 쌍둥이 유모차는 살짝 당황스러운 무게였다.

괜찮다. 래도 나는 팔 힘이 꽤 센 편이다.ㅋㅋ


올 때마다 미안해하는 마음 예쁜 고객님을 보면서 요즘 보기 드문(?) 예의 바른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몇 달 전에는 가게에서 꽤 떨어진 빵집의 빵을 사다 주시기도 하셨다.

혼자 몸도 아니고 쌍둥이를 태우고 그 먼 곳까지 걸어갔다 얼굴이 빨개져서 땀을 흘리며 빵을 건네는 쌍둥이 엄마를 보니 심장이 뜨끈해졌다.


6월에 곧 이사를 가시는

"이사 가면 여기 카페처럼 갈 데가 없으면 어쩌죠.."  아쉬워하는 고객님에게


"요즘 어디 가나 카페는 많으니까요!" 

(쿨하지 못하면서 늘 쿨한 척하며 사느라 이 많다.)


신기한 건 내가 사는 집 근처로 이사를 시는데 시간 나 꼭 놀러 오라고객님을 보면서 나랑 비슷한 사람인 거 같아서 웃음이 났다.


오늘 문득 출근해 이삿날이 며칠 남지 않았 하며 둥이 고객님 떠올렸는데 때마침 저 멀리 쌍둥이 고객님이 유모차를 끌고 웃으면서 걸어오셨다.

한 명도 아니고 두 명을 끌고 다니는 게 보통일인가!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커피와 토스트를 시키고 간단한 일상 얘기를 나누고 집에 돌아가기 전에 "사장님 그동안 감사했어요.." 면서 선물을 내미셨다.


나는 너무 당황해서

"아.. 내가 줘야 하는데.. 내가 너무 감사하죠......"


그 예쁜 얼굴이 붉어지면서

"그동안 유모차도 들어주시고 너무 감사했어요!"

라며 눈에 눈물이 살짝 그렁렸는데  순간 나도 울해 버렸다.

나도 저 어여쁜 고객님도 눈물이 많은 게 분명하다.


울컥한 마음이 가시기도 전에 인스타 DM이 왔다. 쌍둥이 엄마였다.


편지를 적어서 드리고 싶었지만 이사 준비에 정신이 없어서 DM을 드린다며 그동안 감사했다는 장문의 DM이었다. 그 여리고 예쁜 마음에 또 한 번 울컥해 버렸다.


잠시나마 카페에 와서 힐링이 되었다는 고객님의 문자에 잠시나마 카페에 오셔서 힐링을 하셨다면 내가 일하는 이유가 된다고 답장을 했다.


어제는 카페 앞에 있는 초등학교 학생 4명이 엄마들과 함께 왔었는데 1명이 전학을 가는 상황이었다.

아이들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사진을 찍기도 했고 그중 정이 많은 한 아이는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나를 보는 거 같아 마음이 아팠다..


나는 카페를 하면서 세상은 좁고 사람의 인연이란 신기하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현재 카페 건물 악덕 임대인은 예전 직장동료의 어머니


내일 서울로 이사 가시는 고객님이 데리고 온 학부모 중 한 명은 나와 예전 직장동료였는데 10년 만에 재회를 하게 되었다.


고객이었다가 이제는 절친이 되어버린 친구도 있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고 또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한다.


분명한 건 나이가 들어도 헤어짐은 늘 익숙하지 않고 슬프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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