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엄마는 신나 있었다.
아빠랑 바닷가에 갈 건데 같이 가서 맛있는 거도 먹고 다녀오자고 했다.
나는 "운전하기 싫은데.."라고 했고 엄마는 여전히 신난 목소리로 "아빠차 타고 갈 거야!" 했다.
엄마는 바다를 좋아한다.
아빠는 총각 때 덤프트럭 운전을 했었고 운전을 꽤 잘하는 편이다.
하지만 이제 70이 넘은 아빠의 차를 타는 게 나는 조금 불안했다. 평소에 엄마에게도 아빠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 너무 멀리는 다니지 말라고 당부한다.
엄마도 아빠가 이제 나이가 드는지 아빠차를 타면 한 번씩 불안하다고 말했었다.
나는 웬만하면 내 차를 운전해서 갔었겠지만 그날따라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운전을 할 수가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아주 오랜만에 아빠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게 되었다.
출발과 동시에 나는 살짝 불안해졌고 손잡이를 잡고 한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내가 운전을 하는 건지 아빠가 운전을 하는 건지 헷갈릴 정도였다.
아빠차를 탄지 20분 정도가 지나니 살짝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고 그제야 아빠의 뒷모습이 보였다.
이제는 너무도 작아진 어깨와 진짜 할아버지가 돼 버린 같은 아빠의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우리 친할머니 집은 하동이었는데 내가 어렸을 때는 고속도로가 지금처럼 잘 되어 있지 않았었고 내비게이션도 없었던 시절이라 하동까지 가는 길은 늘 나에게는 고통의 시간이었다.
그때는 너무도 가부장적이고 엄했던 아빠는 가족들이 타 있는 차 안에서 담배도 피웠었고 우리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주지도 않았었다.
특히나 뒷좌석에 있었던 모과 냄새는 정말 최악이었다.
지금의 나의 성격이라면 모과를 몰래 어디 갔다 버리거나 발 밑에 던져 놨겠지만 그때의 아빠는 너무도 무서워서 엄두도 내지 못했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모과라면 질색을 한다.
아빠는 "오랜만에 우리 딸 태워서 가니까 꼭 옛날로 돌아간 거 같네 우리 딸이 애기가 된 거 같다"라고 했다.
문득 내가 부모님과 함께 할 시간이 아주아주 많이는 남아있지 않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눈물이 차 올랐다.
바닷가 가는 길에 너무 긴장을 했었는지 돌아오는 차 안에서는 엄마 아빠의 대화소리를 자장가 삼아 나는 창문에 머리를 콩콩 박아가며 아주 딥슬립을 했고 아빠는 너무 곤히 자는 나 때문에 아주 천천히 운전을 해서 왔다고 했다.
부모님의 뒷모습이 보인다는 건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다는 걸까?
천천히 늙고 싶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