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출산예정일에 한 출생신고
그때 모모의 진단명에 대해 이토록 자세히 알았었다면, 나는 아마 식음을 전폐한 채 눈물 젖은 나날들을 보냈을 것이다. 오히려 다행이었다. 무지 했던 덕분에 그때의 나는 모모의 완쾌를 너무나도 확신하고 있었다.
수혈을 받으며 눈을 감고 있는 모모는 내 손가락을 꼭 쥐고 있었다. 너무나도 예쁜 속쌍꺼풀, 얇고 기다란 손가락... 뒤이어 내 시선은 그동안 신경 쓰지 못했던 모모의 귀로 향했다. 모모의 귀에 피가 묻어 있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나는 벌떡 일어나 귀를 더 자세히 살펴보았다. 귀의 굴곡진 틈새마다 이미 오래전에 묻은 듯 한 핏자국이 말라 붙어 있었다.
이내 나는 그 핏자국의 정체를 알아내었다. 모모는 태어나자마자 급하게 이 병원으로 옮겨졌고, 꺼져가는 생명에 다시 숨을 불어넣는 것이 최우선이었던 터라 다른 신생아들처럼 씻겨질 새가 없었던 것이다. 순간 머릿속에 새하얀 속싸개에 쌓인 다른 신생아들의 눈부시게 깨끗한 모습이 스쳐 지나갔다. 엄마 배 속에서의 흔적조차 아직 지우지 못하고 여기에 누워있는 모모. 안쓰러웠다. 화가 났다. 그리고... 슬펐다. 모모의 손을 잡은 채 다른 한 손으로 물티슈를 꺼내어 모모의 귀를 닦아주었다. 핏자국이 닦이듯이 그때의 일도 다 닦여져 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곧 나가야 할 시간인데, 엄마 손을 꼭 잡고 있는 모모를 혼자 두고 가자니 마음이 아팠다. 면회 시간이 끝났다. 어쩔 수 없이 꽉 움켜쥔 작은 손에서 손가락을 빼내어야 했다.
저녁 7시, 나는 모모아빠와 함께 또다시 대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앞에서 대기 중이다. 드디어 내 손에도 연두색 가방이 들려있다. 물론 언제 먹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병원에서 아마도 곧 다가올 그 순간을 위해 미리 준비해 주길 요청했고, 거기에 맞춰 모유 두 팩을 담아 온 것이다.
병실에 들어가서 본 모모는 점심때 보다 훨씬 더 혈색이 좋아졌다. 수혈 덕분인 것 같다. 너무 아기라서 피 한 팩을 하루에 다 수혈받지 못하고 내일 새벽에 나머지 반을 마저 받는다고 했다.
그리고 이상하게 주변이 좀 휑하다 싶었더니 모모 주위를 둘러싸고 있던 기계들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모모 몸에 연결된 호스가 일곱 개에서 네 개로 줄었다! 모모의 혈압이 안정세로 접어들어 혈압 관련 기계들은 다 뺐다고 했다. 이 정도의 회복세면 엄마가 가져온 모유도 곧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모모야! 엄마 왔어!"
엄마 목소리를 듣고 모모가 살짝 눈을 떴다.
하루 사이 상태가 부쩍 좋아진 모모를 보고 내일은 출생신고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모모가 태어나서부터 오늘 낮까지만 해도 모모 상태에 집중하느라 완전히 잊고 있었던 일이었다.
다음 날 아침, 모모아빠가 모모의 출생신고를 하러 갔다. 오늘은 마침 모모의 원래 출생 예정일이기도 했다. 모모의 이름은 모모가 엄마 배 속에 있을 때 엄마 아빠가 머리를 맞대고 이미 지어두었었고, 한자는 지난밤을 새우며 고민한 끝에 생일시에 맞춰 가장 좋다는 것으로 골랐다.
내가 고른 한자가 조금 어려워서 한자와 친하지 않은 아빠가 혼자 출생신고 하러 가는 것이 영 불안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출생신고를 하러 간 아빠는 출생신고서에 한자를 옮겨 적다가 한번 실수를 했고, 다시 받은 종이는 한자를 쓰는데 너무 집중하다가 신고인과 출생인을 바꿔 적는 바람에 모모아빠가 한 번 더 태어날 뻔했다고(?) 했다.
진땀을 뺀 과정 끝에 무사히 출생신고를 마쳤다며 들뜬 목소리로 소식을 알린 모모아빠는 곧장 내가 있는 병원으로 달려왔다. 그의 손에는 출생신고 확인서와 새로 뽑아 온 주민등록등본이 들려있었다. 우리 둘 이름 밖에 없었던 종이에 모모의 이름이 더해져 있었다. 우리가 ‘부부’에서 ‘가족’이 되었음이 실감 났다.
귀여운 모모가 우리 집 3번이 된 것이다.
아기 없이 조리원에 들어간 이야기로 글은 계속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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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의 이야기에 관심 가져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