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 넷플릭스
가치는 물건에만 매겨지는 것은 아니다. 아침의 고요함 속에 재잘거리는 새소리도 누군가에겐 가치다. 녹지가 있는 아파트 단지를 찾는 사람들은 새소리의 가치를 충분히 만끽하고 싶어서다. 사람들에게 좋은 것들은 저마다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브랜드가 제작하고 판매하는 물건은 물론이고, 브랜드가 주는 인상적인 경험도 소중한 가치다.
넷플릭스 Neflix는 거대 비디오 대여 체인 브랜드들 사이에 비집고 들어가 그들이 하지 않던 방식의 서비스를 제공했다. 영상 콘텐츠를 담은 DVD를 우편을 통해 대여하고 반납받는 방식을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기존의 대여 시스템에 대해 고객들이 가지고 있는 불편을 관찰하고 경청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고객 경험을 설계했다. 그 결과 넷플릭스는 플랫폼이면서 콘텐츠 제작자가 됐다.
차별화로 얻어진 고객 경험
누구에게나 기다려지는 우편물이 있다. 수시로 우체통을 확인하고 기다리다 우편물이 도착하면 신이 나서 서둘러 내용을 확인하고 싶은 우편물. 미국의 우체부들은 우편물이 도착하면 가장 먼저 달려가 집어 드는 이런 우편물을 앵커 메일 anchor mail이라 부른다. 1999년부터 우체부들에게 앵커 메일로 불린 것은 넷플릭스의 DVD가 담긴 빨간 봉투였다.
1997년 설립된 넷플릭스는 비디오 대여 사업에 있어서 후발주자였다. 넷플릭스라는 이름은 인터넷을 뜻하는 ‘넷 net‘과 영화를 뜻하는 속어 '플릭스 flix’의 조합이다. 설립 당시 1위의 '블록버스터'를 필두로 쟁쟁한 비디오 대여 회사들이 버티고 있어 쉽지 않았다. 저장 매체가 비디오에서 DVD로 변화되면서 넷플릭스에겐 기회가 생겼다.
그들은 가볍고 얇지만 영화가 담길 만큼 대용량을 가진 DVD의 특성을 활용해 틈새를 파고들었다. 이미 비디오 대여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경쟁 업체와의 차별화를 위해 1999년부터 '우편 배송 및 반납'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때부터 비디오 대여 대형 체인 '블록버스터'를 포함한 다른 경쟁사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넷플릭스의 우편 서비스는 웹사이트에서 고객들이 영화 리스트를 선택하면 가장 첫 번째 영화 DVD와 반송 봉투를 배송하고 고객들이 반송하면 리스트 내 다음 영화를 배송하는 방식이었다. 모든 서비스는 월정액제로 한 달에 20불 정도 내면 최고 여섯 편의 영화를 볼 수 있으며, 다른 대여 업체와 달리 아무리 늦게 반납되어도 연체료는 없었다. 또한 넷플릭스는 광고도 넣지 않았고 고객 입장에서 대여하는 절차도 최대한 편안하게 만들었다.
고객들이 불만을 가졌던 부분을 개선해 기분 좋은 경험을 주고 만족스러운 고객들의 후일담을 바탕으로 정기구독 고객 수가 늘어났다. 고객의 확보는 익일 배송시스템의 안정화로 이어졌고 우체국과 협력하여 넷플릭스가 보내는 DVD는 1등급 메일로 분류되어 운송됐다.
브랜드 개성을 넘어 선 인격화
사람들은 영화를 보자마자 지체 없이 빨간 봉투를 반송했다. 그래야 보고 싶은 영화가 담긴 빨간 봉투가 도착하기 때문이다. 고객에게 재촉하거나 페널티를 줄 필요도 없는 효율적인 체계가 만들어졌다. 넷플릭스의 두 번째 주목점은 영화 시청을 즐기는 '개인'이었다. 2000 년부터 고객이 영화를 감상하고 평가한 것을 토대로 다른 고객에게 자동으로 추천하는 시스템을 도입했다. '시네 매치'라 불리는 시스템에 대한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다. 시네 매치는 전체 재고현황과 개인의 취향을 분석해 맞춤형 영화를 추천했다. 보유한 DVD에 구독자들의 관심이 골고루 분산하도록 만듦과 동시에 고객의 관심사에 호응하는 일석이조 효과가 있었다. 별점시스템은 같은 영화에 비슷한 별점을 준 고객들을 묶어 만일 그룹 내에 한 명의 고객이 높은 평점을 주면 이 영화를 그룹 내 다른 고객에게 추천해 주는 방식이다. 넷플릭스 사이트는 일찍부터 각 개인에게 취향대로 숨어있는 영화를 추천하는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었다.
알고리즘에 대해 중요하게 생각한 넷플릭스는 개발자 알고리즘 대회’Netflix Prize'를 열기도 했다. 이 대회를 통해 '시네 매치'의 정확도는 더욱 높아졌다. 평점이 높은 영화 추천에 그치지 않고 비슷한 선호도를 갖는 고객끼리 교차 추천되는 알고리즘을 개발해 더욱 개인의 취향에 맞는 정확한 추천이 이루어졌다. 경쟁사에선 베스트 영화나 광고가 붙은 영화를 열거해서 보여주었지만 넷플릭스는 고객 개인이 좋아할 만한 영화를 추천해주는 똑똑함을 추구했다. 넷플릭스는 마치 '나'를 알고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알아주는 친구와 같았다.
무한 고객 주의에 의한 혁신
넷플릭스는 2007년 인터넷 시청 방식을 도입해 우편 배송과 함께 통합하여 콘텐츠 서비스를 운영했다. 2010년에는 인터넷 스트리밍으로 서비스를 완전히 분리하면서 N 스크린 시대를 열어가기 시작했다. N 스크린이란 다양한 매체에서 시청할 수 있음을 의미하는데 그 마저도 넷플릭스는 고객을 기준으로 바꾸었다. 우선, 누구나 다 개발할 수 있도록 오픈 AP를 공개했다. 그리고 넷플릭스를 볼 수 있는 매체를 TV나 PC, 핸드폰에서 엑스박스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스마트 TV 까지도 넓혀 고객이 가장 편한 방식으로 선택해 볼 수 있도록 했다. 각 기기에서 고객에게 선택되어 재생되는 영화 데이터는 추천되도록 만들어져 하나의 추천 빅데이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09년 봄에 넷플릭스의 구독자 수는 처음으로 1000만을 돌파한다.
넷플릭스가 파격적이고 혁신적인 정책으로 승승장구하자 동종의 경쟁사만 위기의식을 가진 것이 아니라 콘텐츠를 제공하는 회사마저 긴장했다. 콘텐츠 제공업체가 넷플릭스 행보에 두려움을 나타내면서, 넷플릭스는 콘텐츠 수급이 어려워졌다. 그 해결책으로 넷플릭스는 자신들만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다. 취향을 분석하는 알고리즘을 통해 고객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넷플릭스 오리지널'이라는 이름으로 제작했다. 그 결과를 2012년 드라마 '릴리해머'로 넷플릭스 오리지널은 크게 사랑받는다. 일반적으로 주마다 한 편 방영되는 TV 드라마와 달리 그들은 틀을 깨고 한 번에 시즌 전체를 공개하며, 광고주가 아닌 구독자를 위한 콘텐츠임을 강조했다. 구독자가 자신의 속도에 맞춰 원하는 시간에 콘텐츠를 시청하며 몰아보기를 뜻하는 빈지워칭’Binge Waiching'이라는 신조어가 생긴 것도 이때부터다.
결국 살아남는 브랜드의 힘
미국 실리콘벨리에선 넷플릭스가 점령하다는 뜻의 ‘넷플릭스화 Netfixed)란 신조어가 있다고 한다.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이 붕괴될 때 사용하는 단어이다. 기존의 비즈니스가 붕괴된다는 것은 그곳에 균열이 있었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 우리는 넷플릭스화라는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 고객의 만족을 채우는 브랜드는 언제든지 고객의 불만을 해결하지 못한 브랜드의 자리를 꿰찰 수 있다. 먼저 시작한 브랜드보다 가치 있는 브랜드가 더 많은 사랑을 받는다.
기존 틀을 깨더라도 불편을 해결하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