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eezeDay Feb 09. 2023

픽션과 논픽션 사이 #2. 사귄다는 것


"우리 정식으로 사귀자."


그녀는 나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난 지금 이대로가 좋은데?"


"나도 그렇긴 한데, 지금 이대로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잖아."


"정식으로 사귀면 뭐가 달라지는데?"


"내가 좀 더 너를 아껴줄 수 있고, 너의 손을 더 많이 잡을 수 있고, 더 자주 연락 할 수 있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 줄 수도 있잖아."


"지금 해도 되잖아?"


"니가 내 여자도 아닌데 어떻게 그래?"


"정식으로 사귀면 난 네 여자가 되는거야? 그럼 넌 내 남자가 되는거고? 그럼 서로의 존재를 서로에게 양도 하는 게 사귀는 건가?"


"야, 너 또 말 그렇게 할래?"


"뭔가 이상해. 왜 그렇게 그 굴레에 속박되려고 하는지 모르겠어.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포기하는 거 아냐?"


"제발 평범하게 좀 살자. 응?"


그녀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녀의 말에 조금 긴장했는지 이마에 땀이 맺혀 있었다.


"내가 평범했다면 네가 날 만났을까?"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거야 모르는거지."


그녀는 앞에 보이는 벤치로 쪼르르 달려가 앉았다. 나는 천천히 다가가 그녀 옆에 않았다. 바람이 불어와 그녀의 앞머리가 휘날렸다. 그녀는 앞머리를 천천히 가다듬고 조근조근 말했다.


"나도 알아. 사람들은 다들 사귄다는 걸 확인 하려고 하지. 하지만 사귀고 나면 변하는 마음이 싫어. 난 그냥 이렇게 사귀기 전의 느낌이 좋아. 그래서 아직은 그 느낌을 마음 껏 느끼고 싶은것 뿐이야."


"그럼 언제쯤 나한테 올래."


"너 한테 안가."


"왜?"


"너 땀 냄새 나."



지금 이대로가 좋은 그대를 위한 시



지금 이대로

-송지범


그대와 헤어지고 돌아오는 밤

그 잠시 동안의 시간마저도

내 두 눈은 당신으로 가득 차 있어요


촉촉이 젖어 가는 그리움의 밤

아침이 오는 순간까지

당신을 생각하는 마음 

끌어모을 수 있다면


아마 저 밤하늘 너머 우주를 

한 바퀴 돌아오는 시간만큼

모을 수 있을 거예요


저 별빛이 우리 눈앞에 반짝이기 위해

달려오는 시간만큼

우리 함께 웃음 지으며

지금 이대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