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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eezeDay Feb 24. 2023

픽션과 논픽션 사이 #4. 자유로움

 

갑자기 바다가 보고 싶다는 그녀의 칭얼거림에 2년 만에 바다에 왔다. 바닷물에는 들어가고 싶지 않다던 그녀였지만 우연히 본 그녀의 가방 안에서 납작하게 접혀진 튜브를 발견했다. 나는 혼자 씨익 웃으며 모른체했다. 우리는 백사장에 앉아서 캔맥주를 마셨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맥주를 반 이상 마셨을무렵 갑자기 그녀가 말했다.


"난 자유로웠으면 좋겠어."


"너 하고 싶은 것만 하면서 뭘 또 그래."


"내가 언제! 이 멍청아!"


"지금도 네가 하고 싶은 말 한거잖아?"


그녀는 아랫입술을 삐쭉거리며 바다를 바라봤다. 초가을의 바다는 벼가 농익은 논처럼 황금빛 물결로 부서지고 있었다. 갈매기 두서너 마리가 제 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혹시 조나단 알아?"


"조나단? 그게 누구야?" 

 

"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조나단 리빙스턴 말이야." 

 

"아 그 갈매기?"


"조나단은 얼마나 자유로웠을까?"


"너도 충분히 자유로워 보인다니까?"


그녀는 입술을 한번 지긋이 깨물고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음...넌 자유가 뭐라고 생각해?"


"자기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거지."


"그 반대 아닐까?"


"반대?"


"자유는 말이지.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걸 하지 않는 거야."


“뭐가 다른 거야?”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게 자유롭다고 생각하겠지만 그 하고 싶은 일을 위해서 자기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기도 하잖아? 난 그게 진정한 자유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 자유로운 사람이 어디 있어?”


“그건 네 말이 맞아. 하고 싶은걸 하면서 사는 것도 큰 행복이지.”


“그냥 작은 곳에서 그런 자유를 찾아봐.”


“예를 들면?”


“뭐...오늘 바닷물엔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했으니까, 들어가지 않는다던지?”


순간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리면서 잠시 머뭇거렸다. 하지만 내가 언제 또 당할지도 모르니까 내가 약점을 잡고 있을 때는 확실하게 응징해 줘야 한다. 나는 낄낄거리면서 그녀가 가져온 튜브를 꺼내 보였고, 그제서야 그녀는 내가 그렇게 말한 이유를 눈치를 챘다. 그리곤 다시 한번 입술을 깨물며 차분하게 말했다.


“내 소원 하나만 들어줄래?”


“뭔데? 바다에 한번만 들어가겠다는 소원 말고는 다 들어줄게.”


“내 눈앞에서 사라져.”



자유롭게 떠도는 우리들을 위한 시



조약돌에게

-송지범


우리는 어디서부터 휩쓸려 오다

여기서 만나게 되었을까요


세상에 부대낀 상처 때문에

원치 않은 모양새로 만났지만

삶의 무게 앞에선 모두 똑같은걸요


웃어요

햇빛이 수평선 눈부시게 비추잖아요

파도가 시원하게 그네 태워주잖아요

꽃내음 머금은 바람 산들산들 불잖아요


웃어요

우리 이렇게 만났잖아요

거친 바다에 부딪혀도 버틸 수 있게

두 손 꼭 잡고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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