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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진 Sep 06. 2024

여름의 구원자, 수박


여름은 내가 손꼽아 기다리는 계절이다. 여름을 사랑하는 이유를 나열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그것들 중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것은 바로 수박이다.


여름의 과일이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 수박.

짙은 초록색의 껍질 속 탐스런 빨간색의 과육을 품고 있는 반전의 과일. 온몸으로 껴안듯 들어야 할 만큼 커다랗고 둥그런 수박은 하나를 사면 여럿이 며칠을 나눠먹어야 할 정도로 인심 좋은 과일이다. 게다가 고르는 과정은 더욱 재미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경계에서 오로지 손끝의 감각만으로 맛있는 수박을 골라야 하는, 좀처럼 예측할 수 없는 재미랄까.


잠깐 수박 고르는 법에 대해 나열하자면, 가장 먼저 소리를 들어보는 것이다. 수박을 사 본 사람이라면  모두 알 정도로 유명한 이 방법은 수박을 마치 꿀밤 때리듯 두들겨보는 것인데 맑게 통통거리는 소리가 울린다면 우선은 합격이다.

다음은 모양이다. 사람도 동글동글하고 반질거리는 얼굴이 보기에 좋듯이 과일도 둥그스름하니 윤기나는 것이 좋다. (물론 내가 둥근 얼굴형을 가지고 있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마지막은 수박의 배꼽이다. 수박에 배꼽이라니! 배꼽은 수박의 꼭지가 달려있던 밑둥을 말하는데 이 밑둥이 크지 않고 작은 것이 좋다고 한다.


자, 신중하게 골랐다면 이제는 심판을 받을 차례.

커다란 칼로 두꺼운 껍질을 힘주어 가르자 넘실거리는 과즙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옹골찬 빨간 속살이 눈에 들어온다.

이번에도 성공이다! 마치 뽑기게임에서 이긴 것 마냥 신나는 기분과 함께 서둘러 한 조각을 입으로 가져간다. 한 입 베어물자마자 터지는 수분폭탄 덕분에 더위로 메말라있던 입 안은 달콤한 물바다가 된다.


어렸을 적엔 여름방학마다 산 속의 계곡으로, 강원도의 바다로 가족들과 바캉스를 떠났다. 그 때마다 엄마는 투명한 유리그릇에 잘 손질된 수박을 담았고, 아빠는 제일 먼저 시원한 계곡물에 수박을 담갔다. 물놀이 후 가족들과 둘러앉아 수박을 나눠먹는 것이 내게는 진한 여름의 추억이였고, 소소한 하루였고, 달콤한 행복이였다. 이제 해마다 바캉스를 떠나는 것은 어려워졌지만 나는 여전히 수박을, 그리고 여름을 기다린다.

암만 여름아 더워져봐라. 우리에겐 여름의 구원자 수박이 있는 걸.


그런 의미에서, 내일은 수박 한 통 사 들고 집에 가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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