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고향을 향한 귀소본능
직장을 이유로 집에서 나와서 살게 된 이후로, 여유가 될 때는 꼭 제 집을 다시 찾아 이동하는 철새처럼 둥지로 향했다. 처음에는 혼자 사는 생활에 대한 낯섦 때문이었고, 다음은 큰 집에 덩그러니 있는 외로움 때문이었는데, 그다음은. 어찌 된 일인지 그다음은 기울어진 시간의 그림자 때문에 드문드문한 발걸음만 있었다. 해는 동에서 서로 저문다는데 이상하게 내 마음의 태양은 어두운 쪽에서 어두운 쪽으로 기우는 것 같았다. 마치 한 번도 찬란할 수 없다는 듯 그늘 곳곳을 배회하는 그림자를 누가 알기라도 할까, 텅 빈 집에서 기울어가는 햇볕을 쬐기 바빴다. 그렇게라도 해야 마음의 어두운 구석을 몰아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밑 빠진 독처럼 채워도 채워도 모자란 빛을 담기에 바빠 둥지로 향할 수가 없었다.
이때면 다시 되돌아와야 하는데, 지금 즈음이면 제 집을 찾아야 하는데, 오지 않는 자식 철새를 기다리는 부모 철새는 결국 길 잃은 새끼를 찾아 나섰다. 새끼가 좋아하는 반찬을 바리바리 이고 지어. 달카당- 문이 열리고, 고요한 곳에서 온몸으로 해를 받아내는 자식을 바라본 어미는 ‘젊은 애가 왜 이러고 있냐고’, ‘무엇이라도 하라고’, ‘차라리 놀기라도 하라고’ 아프지도 않을 쓴소리를 했고, 새끼는 ‘이대로 살지는 못하겠다며, 그만하고 싶다고’ 아픈 투정을 부렸다. 철없는 어리광에 대한 부모 철새의 대답은 조금만 더 버텨보라는 것밖에 없었다. 이제 갓 품을 벗어나 날개를 펼칠락 말락 하는 새끼에게 그것 말고는 어쩔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온갖 달콤한 기술로 나를 어르고 달랜 뒤, 엄마는 다시 그의 집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둥지가 달라진, 한때는 같은 둥지를 공유하던 그와 내가 서로 다른 둥지로 돌아갈 때는 가슴 한쪽이 쿨럭쿨럭했다. 자신이 가진 다정함과 사랑으로 새끼를 힘껏 품고서는 정작 돌아설 때는 무겁게 축 처진 엄마의 어깨와 햇살에 반짝이는 옅은 흰머리를 보게 될 때면, 저 여리고 여린, 가끔은 애틋하고 애잔한 나의 부모에게 무슨 짓을 한 건지 울렁거렸다. 마음에도 댐이 있다면 흘러넘치지는 않을 텐데, 마음에는 댐도 용량도 없어서 언제나 울컥거리다 넘치기 일쑤였다. 어느덧 찬란하던 정오를 지나 저물어가는 햇살과 그 햇살이 가닿은 작은 어깨를 바라보며 어떤 일이 있어도 그들을 슬프게 하는 일은 만들지 않겠다고, 적어도 가진 사랑을 전부 나눠준 당신들에게만은 나의 마음을 아끼지 않고 넉넉히 줄 것이라고, 언제까지나 외롭지 않도록 힘껏 사랑하겠다고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