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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무지한 무능” (2)

더닝-크루거 효과 극복하기

무언가를 잘 모르는 것 같은 사람의 목소리가 제일 크고, 정작 전문성을 갖춘 사람은 “좀 더 검토가 필요할 것 같은데요….”라며 조심스럽게 의견을 내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혹시 그 목소리 큰 사람이 팀장이라도 되는 날엔 수많은 억지가 ‘추진력’, ‘실행력’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어 조직의 효율은 바닥을 치게 됩니다.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 이야기입니다.


<FAQ. 더닝-크루거 효과란?>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고, 반대로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자신의 능력을 과소평가하는 인지 편향 현상. 1999년 관련 실험을 했던 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과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의 이름을 딴 것. 보통 효과(effect)라고 부르지만 실제로는 이러한 인지 편향이 관찰되는 현상(phenomenon)을 가리킴.


<능력과 자신감의 관계>


더닝과 크루거의 연구에서 나온 것은 아니지만, 더닝-크루거 현상의 대중적 해석을 잘 보여주는 그림을 하나 소개할까 합니다.

dunning_kruger_effect_202511280320192.png

1단계. 무지의 봉우리

조금 배우자마자 자신감이 급상승 --> “이거 별거 아니네?” “이 정도면 나도 전문가!”


2단계. 절망의 골짜기

“배울수록 모르는 게 많네”. “아, 내가 아무것도 모르는구나.”


3단계. 깨달음의 경사

“이제 좀 알겠어.” (※ 체계적인 학습과 경험을 통해 실력 상승)


4단계. 지속가능함의 평원

“많이 알지만, 모르는 것도 많아.” (※진짜 전문가의 경지)


자신감이 최대치에 달하는 무지의 봉우리(Mount Stupid)까지는 빠르게 상승하지만, 곧 현실을 깨닫고 절망의 계곡(Valley of Despair)에 빠지게 되며, 깨달음의 언덕(Slope of Enlightenment)을 지나, 지속가능한 고원(Plateau of Sustainability)에 다다르게 됩니다.


실제 능력은 매우 낮은 '무지의 봉우리' 단계에 있는 초보자의 자신감이 중급자나 심지어 전문가보다 높을 수 있다는 것이죠. ‘안다’라고 느낄 때가 가장 위험한 듯합니다. 아직 무지의 봉우리에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으니까요.


<리더에게 나타나는 더닝-크루거 효과가 위험한 이유>


1. 잘못된 의사결정

자신의 무능을 모르는 리더는 근거 없는 확신으로 조직을 위험에 빠뜨립니다.


“내 경험상 이게 맞아.” (경험이 10년 전의 것)

“직감적으로 이게 답이야.” (데이터는 정반대인 경우)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 (실제로는 여러 조직이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


2. 인재 유출

무능한데 자신만만한 리더 밑에서는 유능한 사람이 견딜 수가 없습니다. '정당한 의견이 무시됨' --> '불합리한 지시에 논리적인 반박이 불가' --> '결국 유능한 사람들이 먼저 떠남'의 순서일 듯합니다.


3. 조직 문화 왜곡

무턱대고 저지르는 '자신감'과 '추진력'이 중요해지는 문화가 만들어집니다. 사수들이 무슨 엄청난 노하우라도 되는 양 알려 주는 이런 말들이 진리로 여겨집니다.


“일단 자신 있게 말하라.”

“모른다고 하면 무시당한다.”

“겸손은 약점으로 보인다.”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知)>


소크라테스의 변론(Apology of Socrates)에 묘사된 일화입니다. 소크라테스의 친구 카이레폰이 델포이 신전에서 “세상에서 소크라테스보다 더 현명한 사람이 있는가?”라고 물었을 때 신전의 무녀 피티아는 “소크라테스보다 더 현명한 사람은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오히려 소크라테스는 평소 자신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신탁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스스로 지혜롭다고 자부하는 정치가, 시인, 장인 등을 찾아가 ‘정의’, ‘용기’, ‘아름다움’ 같은 주제로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지혜를 시험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그들이 특정 분야의 지식은 있었지만, 정작 중요한 근본적인 질문들에는 제대로 답하지 못하며 결정적으로 자신들이 모른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은 적어도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점에서 신탁의 의미를 알 수 있었습니다.


<더닝-크루거 효과에서 벗어나는 법>


더닝-크루거 효과는 '통계적 아티팩트'일 뿐이라는 비판과 여전히 의미 있는 심리적 현상에 대한 설명이라는 반론이 오가는 중입니다. 또 특정 기술이나 전문 영역에서는 매우 객관적인 잣대로 자/타의 평가가 이루어지리라 생각도 됩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리더가 이러한 인지 편향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겠지요. 하지만 메타인지 키우기,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구하기, 모른다고 말하는 용기…, 이런 선언으로 더닝-크루거 효과를 쉽게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절망의 계곡을 지나야 진짜 실력이 온다는 것을 깨닫는 유일한 방법은 모를 때까지(?) 계속 공부를 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배우면 배울수록 모르는 게 많다는 것을 알 때까지.


하지만 너무 지치지는 않게, ‘내가 부족하다고 느낄 때가 실제로는 성장하고 있을 때’라 믿어 보려 합니다. 모르는 게 많다고 느껴지는 것을 그만큼 시야가 넓어졌다는 증거로 생각하며, ‘깨달음은 언덕’을 맞이하도록 조금만 더 힘내서 공부해야겠습니다.


언어정보학 박사 엄태경


한국미래교육경영원 대표

AI 디지털 융합 교육 전문가

"기술보다 사람을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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