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에서 이주일을 보낸 남편을 보면서 나에게 묻다
"살아있어 행복한가?"
누군가 나에게 묻는다면 기꺼이 "행복하다"고 답하겠다.
나. 경제적 형편이 그리 넉넉하지 않아도 행복하다.
나. 장기입원환자의 보호자로 살아가지만 행복하다.
나. 매일매일 일에 허덕이고 있지만 행복하다.
그런데, 남편에게 똑같은 질문을 한다면 어떻게 대답할까?
답을 예상하지 못하겠다.
그저 중환자실에서 너무 고통스러워하던 남편의 얼굴이 떠오를 뿐이다.
감사하게도 연휴 마지막 날 남편의 상태가 안 좋다는 요양병원의 연락을 받았다.
상급 병원의 응급실로 환자이송을 부탁하고 난 부랴부랴 올라왔다.
걱정 한 가득에, 귀찮음 약간과 병원비 부담 꽤 많이를 싸 안고 올라왔다.
두어달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기에 통장 잔고는 바닥이었고 심지어 마이너스통장도 꽉 찬 상태이고 카드 한도도 거의 턱밑에까지 와 있었다.
남편은 산소포화도가 올라가지 않아 기도삽관을 하고, 중환자실로 들어갔다. 잠깐 면회한 남편의 얼굴은 편안해 보였다. 수면상태였기에. 이렇게라도 남편얼굴을 보니 좋았다.
걱정을 뒤로 하고 난 일단 집으로 왔다.
다음날 만난 남편은 어제와 완전 달랐다.
기도삽관 때문에 너무 고통스러워했다.
말도 못하면서 표정으로 이걸 빼달라고 말했다.
손을 꼭 잡고 이야기를 했다.
그러나 남편은 그저 눈물 맺힌 표정으로 고통을 이야기했다.
그렇게 중환자실에서 열흘을 보내고 다행히 기도삽관은 빼고 준중환자실로 내려왔다.
어느 날은 편안해 보였고,
어느 날은 고통스러워보였다.
그래도 와이프를 매일 봐서 좋다고 한다.
우리,,그리 살가운 부부도 아니었건만.
그렇게 일주일을 더 보내고 남편은 다시 요양병원으로 돌아갔다.
내가 아닌 남편을 생각해본다.
나의 남편이 아니라 그저 한 남자를 아니 한 사람을 생각해본다.
그는 어떤 생각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내가 남편의 입장이라면 어떨까? 어떤 생각으로 하루하루 살아갈까?
남편과 나는 예전부터 연명치료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결국 남편은 수시로 연명치료를 하고 있다.
의사의 권유로, 나의 의지로, 때로는 의사의 속임수로.
그리고, 난 덤덤하게 다짐한다. 이제 연명치료는 하지 않을거라고.
생명연장은 축복일까?
아니 다른 사람들은 잘 모르겠고, 내 남편에게 과연 생명연장은 어떤 의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