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온 아기 냥이를 보며
친정집 마당에 들어서면
부모님보다 나를 더 반겨주는 녀석들이 있다.
우리 흰둥이.
하얀 버선발로 겅중겅중 뛰면서 나를 반긴다.
목줄에 묶여 뛰어나오지는 못해도 낑낑대며 나를 가장 많이 가장 먼저 반긴다.
그리고, 울집 마당냥이들
어느날은 7~8마리 정도의 아이들이 현관 문 앞에 나란히 앉아있기도 한다.
흰둥이는 오빠가 키우려 데려온 아이이지만,
이 마당냥이들은 어느날부터 우리집에 들어와 마당을 차지하고는 수시로 밥달라고 앵앵거린다.
모두에게 이름을 지어 불러준다.
까미, 설기, 치즈, 미오, 깜깜이, 하양이, 곶감이, 루기
이 외에도 가끔 한 두 마리씩 밥을 먹고 가곤 한다.
오늘은 완전 아기 냥이가 한 마리의 첫 방문이 있었다.
오늘 단독 사진을 찍힌 저 햐얀 아기 냥이.
눈을 뜬지도 얼만 안 됐는지 아직 눈가가 지저분하다.
그런데 이 녀석
도대체 뭐란 말인가?
나랑 오늘 첫 대면인데 경계심이라고는 하나도 없다.
밥 먹는데 옆에서 조물딱조물딱 만져도 한번 살짝 움찔하고는 츄르에 비빈 사료를 맛나게 먹는다.
밥을 다 먹고는 현관문 앞에 완전 착 달라붙어 있다.
한줌거리도 안 되는 작은 녀석이.
어떻게 알았을까?
내가 오면 맛난 밥을 챙겨준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대충 사료만 주거나 남은 밥 몇 숟가락을 주곤 한다.
아버지는 마댱 냥이들이 늘어나는 것이 늘 못마땅하시다.
적극적으로 내쫓지 않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지금도 냥이 집사이고,
꽤 오랫동안 캣맘이었던 나는 항상 가방에 츄르나 캔 한두 개쯤은 챙겨서 다닌다.
이 아기 냥이는 본능적으로 그것을 안 걸까?
아님 엄마 냥이가 교육을 시켜서 데리고 나온걸까?
순수 냥이 집사 생활만 5년.
어릴 때부터 멍이 냥이랑 늘 어디 하나쯤은 걸치고 있었던 내 인생에서
이렇게 경제심이 없는 아이는 처음이다.
경계심이 없다는 것은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냥이들한테 결코 쉽지는 않은데
그래도 그 시골에는 길냥이들 괴롭히는 사람들은 없는 듯 하니
경계심 제로인 이 아기 냥이도 잘 살아가겠지.
이 아름다운 영혼들이
이 겨울이 무사히 보내기를 간절히 바란다.
참. 다음에 갈 때는 아기 냥이에게 예쁜 이름을 선물해야겠다.
기념으로 맛난 냥이캔도 두어 개 들고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