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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북스 Aug 01. 2023

장애보다 사회성

허들

얼마 전 우리 집 반려견 망고를 데리고, 반려견 야외 놀이터를 방문했다. 그곳에는 여러 가족들이 와 있었는데, 그중에 어떤 아이가 바위에서 몇 번을 뛰어내리며 혼자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우리 가족은 망고와 다른 강아지들을 보며 놀고 있었는데, 도윤이는 그 아이에게 가서 말을 붙이고 있었다. "너는 몇 살이야?" "이름이 뭐야?" 등등을 물으며, 어느새 그 아이는 도윤이를 형이라고 부르며 따르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그 모습을 보며 "참 다행이다. 먼저 다가가 이야기할 수 있는 아이라서..." 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도윤이가 태어난 지 1년 만에 귀에 인공와우 수술을 했고, 귀에 달린 번쩍번쩍 빛나는 와우 덕분에 외출 때 "아이가 참 귀여워요"하며 다가오는 낯설 이들에게 반갑게 인사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반갑게 인사하다가 와우를 보고 어찌할 바를 몰라 정적이 흘렀던 3초가 싫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물어보면 시원하게 대답해 줄 자신이 있었는데, 어느 누구도 선뜻 묻지 않았다. 그게 더 가슴이 아팠다. 낯선이 들에게 와우는 커다란 장애였나 보다. 그래서 한동안 도윤이 아가 때는 숨어다니기도 하고, 와우를 감추기도 했었다. 그런 우리 부부였는데, 아이가 처음 만나는 아이들과 서스름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은 참 경이롭고 감사했다. '너는 어떻게 이렇게 잘 커주었니?'...


지난주에는 치과에 갔는데, 대기시간이 길어 처음 보는 아이와 게임을 같이 하게 되었고, 고새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하다가 헤어졌다. 우연히 다시 거리에서 그 친구를 만났을 때 "안녕"하며 "엄마 나 그때 치과에서 만난 친구야"라고 소개하는 도윤이가 참 고마웠다. 그렇게 도윤이는 장애 따위는 유아용 허들처럼 쉽사리 건너고 있다. 고맙다 도윤아. 


도윤이의 적극적인 사회성이 장애를 훌쩍 뛰어넘었다. 가끔 "엄마 나 와우 커서는 안 해도 되지?"라고 묻는 도윤이에게 "엄마도 그랬으면 좋겠어."라고 대답할 수 밖엔 없지만, 엄마인 나도 넘지 못한 그 허들을 도윤이는 그렇게 차곡차곡 잘 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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