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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망고북스 Mar 15. 2024

(번외) 중학교 간 첫째

신세계 경험 중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 방바닥에 옷가지로 깔려 지나갈 수 없었던 길은 깨끗해질 것이라는 기대감, 아침에 깨우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날 것이라는 막연한 이상적인 아침.. 일 줄 알았는데, 그런 일은 없었다. 중학생이 된 지 2주가 지났는데 아이는 학교에서 준비해오라는 준비물을 제대로 챙기는 일, 그것도 벌점을 받기 싫어서 겨우겨우 챙겨가는 것 외에 초등학생 때와 별반 다른 점이 없다. 다른 건 그저 아이의 기분을 더 많이 살피는 나뿐이다. 아침에 아이방에 들어가면 더러워서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다. 욕을 한 바가지 해줘야 직성이 풀리는 나로서는 그 꼴을 안 보는 게 상책이다. 그걸 깨닫고 난 후에는 등교 전 아이방에 들어가는 것을 그만하기로 했다. 잔소리를 듣는 아이나 하는 엄마나 기분이 상하기는 마찬가지이니,  차라리 눈을 감고 보는 게 우리 둘이 아침을 더 상쾌하게 보내는 방법임을 깨달았다. 그러니 아침은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고요한 시간이다. 아이가 등교를 하면 아이의 방에 들어가 정리를 시작한다. '내가 이런 것까지 정리를 해줘야 하나?!' 매일 한숨이지만, 그렇게 한숨을 푹푹 쉬면서도 내 손은 아이의 침대를 정리하고, 어제 마셨던 음료수병을 가지고 나온다. 아이가 내 옆에 없는 게 너무도 다행이다 싶다. 안 그랬음 욕 한 바가지 감인데... 중학교 생활은 생각보다 어른이 된 기분이라고 했다. 결정하는 일들이 많아지니 아이는 자신이 업그레이드된 느낌이 든다고 했다. 나의 선택으로 이뤄지는 일들은 그만큼 어깨가 무거울 정도로 책임감이 넘쳐나는 일임을 아이는 아직 알지 못하기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거겠지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2주 동안 신세계를 경험해서인지 아직도 들떠있고, 생각이 책 밖으로 가있다.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는 모습이 옆에서 봐도 척척 알겠고, 학원에서의 단어시험은 2주 동안 죽을 쒀왔다. 한 달 안에 아이가 설레는 마음을 단단히 붙잡고 정신을 차려주면 고맙겠지만, 붕 떠있는 기분이 1학기 내내 될까 봐 나는 속으로 걱정을 한다. 아이는 3시나 4시에 하교를 한다. 서로 만나 얼굴 보는 시간이 훨씬 줄어들었다. 그러니 그 짧은 만남 사이에 나는 도저히 아이에게 쓴소리를 할 수없다. 그 잠깐의 엄마와의 대화 속에서 아이는 얼마나 긍정적인 피드백에 목말라할까를 생각하니 나는 차라리 내 입을 닫기로 결심했다. '나랑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게 어딘가?' 이젠 나의 부정적인 마음들을 아이 앞에서 함부로 꺼내지 않는다. 아니 꺼내지 못한다. "너 그렇게 해서는 안돼"라는 잔소리 끝에 항상 붙었던 그런 말들을 사춘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에게 감히 할 수없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게 될까 봐 나는 입을 닫기를 선택한다. 아침에 웃으며 등교했음 그걸로 만족한다. 아이가 그 마음으로 학교에서 하루 행복하게 지내면 만족하기로 나 스스로를 다독인다. 초등학교 때 내려놓았던 욕심을 오늘도 나는 땅끝까지 내려놓는다. '이렇게 교육시키는 게 맞나?' 매일 답정너 의문들을 맘속으로 품으며 어느 집 엄마하나 이런 걱정하지 않는 엄마들이 없음을 알고 나는 사교육 시장에 소비자 혹은 호갱으로 역할 톡톡히 하는 엄마들에게 동질감을 느끼며 안도한다. 오늘 아침이 스무스하게 지나감을 감사해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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