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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 11. 2023
돌고 돌아 역시 <가족>입니다
토론하는 시간에 깨달은 것
'Everything Changes but Nothing Changes
모든 것은 변하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여덟 단어, 박웅현 저-
이 글귀는 에르메스 브랜드의 전면광고 문구이다
이는 본질의 중요성을 알려 주는 촌철살인적 글귀이기도 하다.
한솔교육은 '지구 인재가 자라는 나라'를 모토로 세계적인 교육, 출판, 미디어 그룹으로 나아가고 있다. 또한 1982년 설립된 이래 우리나라 독서, 영육아 교육을 주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교육사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자리매김하고 있다.
산 위에는 큰 바위를 비롯한 몇 백 년이 됨직한 고목, 빽빽이 서있는 이름 모를 나무들, 향기로운 꽃들, 새들, 곤충들, 가슴을 뻥 뚫어 주는 폭포수, 호수, 작은 계곡등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
한솔교육도 마치 산과 같아서 반석으로 비유할 수 있는 대표님과 임원들, 빽빽한 나무들로 비유할 수 있는 수 천명의 교사들, 꽃과 열매로 비유할 수 있는 수 십만 명의 아이들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이 우리 회사의 조직이다
조직의 입장으로 비유하자면 그렇다는 것이다
교사와 아이들을 키 큰 나무가 키 작은 꽃으로 비유한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간은 항상 아이들 편이다.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라서 선생님을 능가할 것이고 미래로, 세계로 뻗어 나갈 것이다.
한 아이가 말하기를 얼마 전에 학교에서 '내면의 가치와 윤리성'에 대해 배웠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 자신 속에 있는 아름다움을 찾아보라는 과제를 내주었다고 한다.
아이는 도저히 알 수 없어 지면을 다 채우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마침 오스카와일드의 <행복한 왕자>를 읽었다.
동상이 된 왕자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자신의 눈과 온몸의 보석을 제비에게 나누어 주라고 부탁한다. 추운 계절에는 따뜻한 이집트로 돌아가야 하는 제비였지만 왕자와 함께 가난한 이를 돌아보다 정작 자신은 얼어 죽고 만다.
천사가 도시를 둘러보다 왕자의 납으로 된 심장과 죽은 제비를 가장 귀하다며 하느님께로 가지고 간다.
아이에게 물어본다
"천사는 왜 죽은 제비를 귀하다고 했을까요?"
"왕자 몸에서 보석을 빼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주었으니까요"
"남을 도와주는 게 왜 귀한 일일까요?"
"아무나 못하는 거고 자기보다 남을 위한 게 귀해요"
"그럼 너에게 가장 귀한 것은 뭐지?"
존댓말로 수업을 진행하다가 은밀하고 사적인 질문일 때는 아주 낮은 음성으로 대답을 기다리며 물어본다
"장난감 말해도 돼요?"
"아~니 , 제비의 가치는 물질적인 게 아니잖아. 내면적인 거야. 예를 들어 나누는 마음, 사랑의 마음. 희생의 마음, 가족의 사랑, 엄마의 마음, 넘어지고 일어설 수 있는 힘, 등등"
아이는 자기가 귀하다고 할 만한 것을 찾지 못한다.
고민 끝에 자신에게 가장 귀한 것은 가족이라고 썼다.
나에게 가장 귀한 것은 무엇인가?
아이보다 40여 년을 더 살았지만 돌고 돌아 '가족'이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십 대는 '자유'였다. 가족을 박차고 나가 새로운 나만의 울타리로 다시 채우고 싶어 전전긍긍할 때가 있었다.
인류의 역사는 자유를 한 발자국이라도 더 나아가게 하려는 피의 투쟁이었으니까.
3,40대는 '세계평화'였다. 거창하지만 내가 배운 것을 남에게 무료로 베풀어 더 나은 인류의 성숙을 꿈꾸었다. 그럴 때면 우리 집 아이는 엄마를 기다리며 혼자 외로워했다.
이제 50대로 들어 선 나는 여전히 배우는 것을 좋아하며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지만 가장 소중한 파랑새는 작은 집에 있었음을 고백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이제 가족을 돌보며 아이들과 토론하면서 아이들의 사고에 작은 점 하나를 찍을 수만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은 그야말로 대나무처럼 쑥쑥 자란다
아이들은 나를 잊겠지만 책으로 이루어진 건강한 대화는 자신들의 내면의 가치를 형성사는 질 좋은 재료가 될 것을 믿는다
나 역시 돌고 돌아 가족이라는 가치에 방점을 찍듯이 아이는 가족으로부터 시작하여 이웃으로, 세계로, 우주로 나아갈 것을 또한 믿는다.
모든 것은 변하지만,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