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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 보험 사기단

“이번엔 확실히 보험금을 챙길 수 있겠군.”

by SeaWolf

지진 예측 전문가 한결이 처음으로 땅이 갈라지는 소리를 들었던 건, 완벽하게 보험에 가입된 폐공장의 잔해 속에서였다.


콘크리트가 부서져 먼지와 함께 흩날렸다. 그 소리는 그의 심장 속 깊은 균열을 다시금 일깨웠다.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웃음은 슬픔의 얇은 막이었고, 슬픔은 예측 불가능한 미래에 대한 떨림이었다. 폐공장은 한때 이 도시를 지탱하던 섬유 공장이었지만, 이제는 녹슨 철골과 깨진 유리 조각만이 시간의 겹을 증명할 뿐이었다. 공장 주변은 도시 피부에 난 흉터처럼 회색빛으로 변색된 흙과 버려진 건물들로 둘러싸여 있었다.


손에 쥔 ‘공명 장치’의 따뜻한 무게는 익숙했지만, 오늘따라 불안했다. 공명 장치는 지구 내부의 미세한 에너지 흐름을 포착하여 재해 발생 가능성을 예측하는 기기였다. 한결에게는 복잡한 회로와 숫자들이 가득한 ‘미래를 선택하는 상자’였다. 아버지의 죽음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을 아직도 후회했다. 공명 장치는 완벽하게 작동했고, 그는 아버지의 마지막 휴가를 허락했다. 하지만 휴가에서 돌아오던 날, 산사태가 아버지의 차를 집어삼켰다. 그때 그는 아버지의 마지막 미소를 기억했다. “삶은 예측 가능한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거야.” 그 말은 위로가 아닌, 삶의 불안정성을 증명하는 듯했다.


“이번엔 확실히 보험금을 챙길 수 있겠군.”


강 팀장의 목소리가 폐공장 안에 울려 퍼졌다. 냉철하고 효율적이며, 약간의 냉소까지 곁들인 남자였다. 그의 눈빛은 오랜 피로와 체념으로 빛을 잃었지만,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면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지진 예측팀의 리더이자, 사실상 ‘보험 사기’ 팀의 두목이었다. 강 팀장은 과거 자신의 고향마을에서 폭우로 집을 잃은 경험이 있었다. 그는 자연에 대한 복수심과 함께 완벽한 통제 욕구를 가지고 있었다..


“별빛마을 주변에 폐공장들을 몽땅 사들인 거 보니, 이번 지진 규모도 상당하겠네.” 박 팀원이 데이터 분석 결과를 화면에 띄웠다. 조용한 천재형으로, 숫자 속에 숨겨진 패턴을 찾아내는 데 탁월했다.. 그는 별빛마을 주민들의 소득 수준 변화와 지진 발생 빈도가 미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최 팀원은 현장 조사 전문가로, 별빛마을 주민들의 삶과 애환을 가장 가까이에서 관찰했다.. 그는 별빛마을 사람들의 순수한 삶 속에서 인간적인 연민을 느꼈다.. 특히 폐허가 되어가는 별빛마을 어민들의 모습이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이번 지진은 단순한 지반 변동이 아니야.” 한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뭔가… 다른 떨림이 느껴져.”


강 팀장은 잠시 한결을 응시했다. “신입 티 좀 벗어봐라, 한결 씨. 공명 장치가 정확하게 지진 발생 시점을 알려주는데 무슨 다른 떨림이 있다는 건가?”


답답함을 느꼈다. 공명 장치는 재해를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손으로 미는 것처럼 재해를 유도하고 있었다. 공명 장치가 발산하는 특수한 파장이 지구 내부 에너지 흐름을 미세하게 변화시키고, 그 결과 땅이 갈라지고 해일이 밀려오는 것이다. 거대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처럼, 지구의 숨겨진 리듬을 조종하는 것이었다. 인간은 여러 개의 가능한 미래 중에서 가장 ‘편리한’ 미래를 선택하고 있었던 것이다..


별빛마을은 작은 어촌 마을로, 최근 경제 침체로 활력을 잃어가고 있었다.. 낡은 배들과 허름한 집들은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고,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는 삶의 무게가 드리워져 있었다.. 해안가에는 대규모 리조트 개발 계획이 진행 중이었다.. 별빛마을 어민들은 개발 업자들에게 밀려 점차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었다.. 한결은 별빛마을 주민들의 순수한 삶과 애정을 보며 문득 아버지와의 추억을 떠올렸다.. 아버지는 늘 말했었다.. “삶은 예측 가능한 것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거야.” 하지만 이제 한결에게는 그 말이 위로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삶은 예측 가능한 것보다 훨씬 더 불안하고 위태로운 것이었다.. 그리고 그 불안은 자본주의 시스템 하에서 더욱 증폭되는 것이었다..


폐공장 잔해 속에서 한결은 콘크리트 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부서진 꿈처럼 울퉁불퉁했고, 표면에는 미세한 균열들이 거미줄처럼 퍼져 있었다.. 그 균열 속에서 자신의 불안과 고독을 발견했다.. 균열은 파괴의 시작이자 새로운 연결의 씨앗이었다.. 마치 그의 심장처럼 말이다.. 그는 미래를 예측하고 재해를 유도하며 무엇을 얻으려는 걸까? 완벽하게 보험이 들어간 삶 속에서 그는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폐공장의 잔해 속에서 들려오는 땅이 갈라지는 소리는 그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정의 시작이었다.. 그 소리는 마치 오래된 지도가 펼쳐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의 앞에는 아직 그려지지 않은 새로운 균열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폐공장 안에서는 오래된 기름 냄새와 함께 희미하게 바다 내음이 감돌았다...


별빛마을은 이름과는 달리 소금 내음과 낡은 혼서지 냄새가 뒤섞인 희미한 색깔을 지니고 있었다. 해안선을 따라 옹기종기 모여붙은 집들은 오랜 시간 파도와 바람에 닳아, 마치 별빛마을 염전에서 하얗게 결정되는 소금 결정처럼 날카롭고 투명했다. 한결은 공명 장치의 데이터를 훑으며, 마을의 정적 속에서 느껴지는 미묘한 떨림을 감지했다. 그 떨림은 단순히 지리적 특성 때문만이 아니었다. 삶의 무게, 낡은 희망,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수몰이라는 예고된 재앙이 뒤섞인 복합적인 떨림이었다. 그것은 바닷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고독한 자오선의 울림과도 같았다.


팀은 별빛마을 주변의 폐조선소와 방치된 염전들을 저렴하게 매입했다. 강 팀장은 흡족한 표정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수익률 230%. 완벽하게 보험이 들어간 땅이다.” 그는 마치 고기가 뛰는 물을 보듯, 재해의 가능성을 즐기는 듯했다. 한결은 그 옆에서 수아 할머니를 홀로 모시는 어린 소녀, 수아를 바라봤다. 수아는 낡은 고무신을 신고 해변가를 뛰어다니며 조개껍질을 주웠다. 그녀의 웃음소리는 별빛마을의 정적을 깨뜨리는 작은 파동 같았다. 마치 오래된 사진 속에서 걸어나온 듯 순수하고 투명한 모습이었지만, 그 눈빛에는 깊은 바다의 슬픔이 담겨 있었다.


공명 장치는 단순한 예측 기기가 아니었다. 팀원들은 장치가 보내는 미세한 파장을 조절하여 지구 내부 에너지 흐름을 간섭했고, 그 결과 재해가 발생하도록 유도했다. 마치 숙련된 연주자가 악기의 현을 튕겨 원하는 화음을 만들어내듯 말이다. 한결은 처음으로 ‘예측’이라는 단어에 의문을 품었다. 그들은 미래를 읽어낸 것이 아니라,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들의 손길이 땅의 맥박을 흔들고, 별빛마을의 운명을 결정하는 순간이었다. 공명 장치가 내뿜는 파장은 투명한 베일처럼 별빛마을을 감쌌다. 그 베일 안에서는 모든 것이 예정된 대로 흘러가고 있었다. 양자 수준에서 벌어지는 미세한 에너지 교란은 집단 무의식에도 영향을 미쳐 사람들의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재해에 대한 직관적인 공포를 심어 넣었다.


밤이 되자 한결은 폐조선소 꼭대기에서 별빛마을을 내려다봤다. 바닷바람은 그의 옷깃을 스치고 지나갔다가, 그의 불안감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그는 마치 거대한 시계 속 톱니바퀴처럼, 정해진 역할을 수행하는 자신을 발견했다. 그의 과거는 트라우마라는 그림자에 가려져 있었다. 아버지 역시 지진 예측 실패로 목숨을 잃었고, 그 기억은 그의 심장 속에 깊은 균열을 새겨 넣었다. 그는 완벽하게 보험이 들어간 삶 속에서 진정한 의미를 찾고 싶었지만, 끊임없이 불안에 시달렸다. 수아를 볼 때마다 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렸고, 죄책감은 점점 더 커져갔다. 그의 마음속에는 마치 오래된 등대처럼 희미하게 타오르는 희망과 절망이 공존했다.


“잘 지내고 있나?” 강 팀장의 목소리가 그의 생각에 끼어들었다. 강 팀장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한결에게 다가왔다. 그의 눈빛은 냉철했지만, 어딘가 모르게 피로가 느껴졌다. “처음 온 날부터 계속 얼굴이 좋지 않군.”


“별빛마을 사람들은 순수한 삶을 살아가는데… 저희 때문에 어떻게 되는 건 아닐까요?”


강 팀장은 코웃음을 쳤다. “순수? 다 돈 문제야. 보험금 덕분에 그들은 마지막 희망이라도 얻는 거겠지.” 그는 담배를 깊게 빨아들였다.“우리는 그들에게 기회를 주는 거야.”


한결은 고개를 저었다. 기회라는 말은 너무 가볍게 들렸다. 그들은 순수한 삶을 돈으로 사고 팔고 있었던 것이다.“공명 장치가 단순히 예측하는 게 아니라 재해를 유도한다는 걸 알고 계시죠?”


강 팀장은 잠시 침묵했다.“그래, 알고 있지.” 그는 손으로 하늘을 가리켰다.“지구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한다. 우리는 그 변화를 조금만 더 밀어주는 것뿐이야.” 그는 마치 숙련된 장인이 도자기를 빚듯, 지구의 운명을 조형하고 있었다.. “필요한 건 효율이지.” 그의 눈빛은 마치 밤하늘에 떠 있는 별처럼 차갑고 멀었다.. 하지만 그의 눈 안에는 과거 해일로 가족을 모두 잃었던 슬픔이 희미하게 드리워져 있었다..


별빛마을의 균열은 단순히 지리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 내면의 균열, 자본주의 시스템의 균열, 그리고 우주적 규모의 균열과 연결되어 있었다.. 한결은 폐조선소 꼭대기에서 불어오는 차가운 바닷바람 속에서 자신의 불안감을 느꼈다.. 그는 과연 이 사기극에 참여할 자격이 있는 걸까? 수아의 웃음소리가 그의 마음속 깊은 균열을 다시금 일깨웠다.. 그는 그 소리 속에서 희망과 절망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느꼈다..


그때 수아가 폐조선소 아래로 뛰어 올라왔다.. 그녀는 작은 손에 반짝이는 조개껍질 하나를 들고 있었다.. “할머니가 이 조개껍질 안에 별빛마을의 슬픔이 담겨 있다고 했어요.” 그녀는 한결에게 조개껍질을 건네며 말했다.. “근데 슬픔만 있는 게 아니래요.. 희망도 조금 있다고…”


“희망?” 한결이 되물었다..


“응… 바닷물이 조개껍질 안으로 스며들어 반짝이는 것처럼…” 수아는 눈을 빛내며 말했다.. 그녀의 시선 너머에는 석양이 서서히 별빛마을 위로 내려앉고 있었다..


다음 날 새벽, 한결은 공명 장치의 데이터를 다시 분석했다.. 단순한 재해 유도가 아니었다.. 공명 장치는 지구 내부 에너지 흐름 뿐만 아니라 별빛마을 사람들의 집단 무의식과도 연결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연결점에는 수아가 있었다.. 수아는 단순한 소녀가 아니었다… 그녀는 별빛마을의 기억이자 희망이었다… 그녀의 꿈속에는 오래 전에 침몰했던 고대 문명의 흔적이 나타났는데, 그 문명 역시 해일에 의해 사라졌다고 전해졌다…


강 팀장은 늘 그래왔듯이 냉정하게 상황을 분석했다.. “수아가 특별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 그는 말했다.. “그녀는 보험금 덕분에 마지막 숨통이라도 연장할 기회를 얻었으니까..” 하지만 그의 눈에는 미묘한 경계심이 스쳐 지나갔다… 그의 뒤에는 거대한 보험 회사의 회장 박 회장이 그림자처럼 서 있었다…. 박 회장은 인간의 욕망과 탐욕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괴물이었다… 그는 별빛마글 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곳곳에 숨겨진 ‘균열’들을 이용하여 막대한 이익을 얻고 있었다…


별빛마을에 해일이 몰려오는 날 밤, 수아는 해변가에서 홀로 노래를 불렀다…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고대 문명의 찬송가처럼 신비롭고 아름다웠다…. 그리고 놀랍게도 해일이 별빛마을 앞바다에 도착했을 때…. 해일은 마을 전체를 삼키지 않고…. 마치 수아의 노래에 이끌린 듯…. 마을 주변으로 부드럽게 휘감겼다…. 그리고 해일 속에서 빛나는 조개껍질들이 하늘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그것들은 마치 별똥별처럼 아름다운 빛깔로 빛나며…. 별빛마을 사람들의 슬픔과 희망 모두를 담고 있었다… 한결은 수아의 노래 속에서 아버지의 목소리를 들었던 것 같았다…. 그는 마침내 자신이 이 사기극에 참여할 자격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진정한 의미는 완벽한 보험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희망과 절망 사이를 오가는 여정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진 예측 전문가 한결이 처음으로 땅이 갈라지는 소리를 들었던 건, 완벽하게 보험이 들어간 폐공장의 잔해 속에서였다. 그 소리는 그의 심장 속 깊은 균열을 다시금 일깨웠다. 이제 그는 그 소리가 단순히 지각판의 이동만이 아님을 어렴풋이 감지했다. 별빛마을을 강타한 해일은 예상보다 작았지만, 그 안에는 미묘한 이질감이 숨어 있었다. 파도는 망치와 끌처럼 마을의 윤곽을 새겼다. 집어삼키기보다는, 섬세한 조각가의 손길처럼 마을을 쓸어냈다.


수아의 노래는 해일의 움직임을 조종한 것일까? 한결은 해변에 흩뿌려진 빛나는 조개껍질들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그 조개껍질들은 마치 깨진 거울 조각처럼, 각자의 삶의 단면을 반사하는 듯했다. 수아의 조개껍질은 밤하늘의 별처럼 순수한 희망으로 빛났고, 할머니의 조개껍질은 오랜 기다림과 고독의 무게로 은은하게 빛났다. 그리고 한결의 조개껍질은 불안과 죄책감에 젖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보험금을 받아 이 팀에 합류했음을 떠올렸다. 그때 그 보험금은 삶의 닻이었지만, 지금은 그의 발목을 붙잡는 녹슨 사슬처럼 느껴졌다. 닻은 앞으로 나아가게 했지만, 사슬은 끊임없이 과거를 끌어당겼다.


강 팀장은 별빛마을 해일 이후 더욱 냉정해 보였다. 그는 마치 숙련된 장인이 작품을 평가하듯, 한결의 표정을 꿰뚫어보았다. “자네 소망이 해일의 규모를 줄였군. 흥미롭군.” 강 팀장의 목소리는 얼음 조각처럼 차가웠지만,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한결의 마음을 베었다. “예측대로 움직이지 않는 세상… 자네는 그런 세상을 원하는 건가?”


한결은 답했다. “예측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들의 마음, 마을의 분위기… 그리고 수아의 노래.” 그는 수아를 떠올렸다. 그녀는 홀로 할머니를 모시며 매일 밤 바다를 향해 노래를 불렀다. 그녀의 노래는 단순한 애도의 울음소리도, 희망찬 찬가도 아니었다. 그것은 삶의 모든 감정을 담고 있는 하나의 우주였다. 그녀의 노래는 폐공장에서 처음 들었던 땅갈림 소리와 닮아있었다 – 불안하면서도 아름다운, 절망과 희망이 공존하는 소리였다. 수아는 홀로 겨울 바다를 지키는 등대 같았다.


강 팀장은 피식 웃었다. “마음? 분위기? 결국 데이터로 환원될 수 있는 것들뿐이지.” 그는 낡은 지도를 펼쳤다. 지도는 별빛마을 주변의 지형과 함께, 과거 발생했던 재해들의 위치를 표시하고 있었다. 지도 위의 균열들은 점점 더 확장되고 있었고, 마치 거대한 거미줄처럼 별빛마을을 휘감고 있었다. “이 지도는 단순한 지리 정보가 아니야. 과거의 상처이자, 예정된 미래이며, 동시에 변화 가능성을 보여주는 그림이지.” 강 팀장은 지도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우리는 이 지도를 보고 보험료를 계산하는 거야.”


별빛마을 사람들은 보험금 덕분에 삶의 희망을 얻었다고 생각했지만, 한결은 그들이 투명한 우리 속에 갇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들의 삶은 이제 예측 가능한 위험에 의해 좌우되었고, 그 위험은 ‘청구인들’이라는 존재에 의해 관리되었다. 마치 잘 짜여진 연극 속 인형처럼 말이다. 젊은 부부 민준과 서연은 매달 빠짐없이 보험료를 납부하며 불안감을 조금이나마 덜었지만, 그들의 웃음 속에는 어딘가 모를 긴장이 감돌았다. 노인 박씨는 보험금으로 손녀딸 유학 비용을 마련했지만, 손녀딸과의 영상 통화에서 늘 그리움을 감추지 못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인간은 얼마나 쉽게 돈에 의해 좌우되는가? 인간적인 가치는 어디로 사라진 것인가?


최근 별빛마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스마트폰이었다.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세상과 연결되고 정보를 얻었지만, 동시에 자신들의 삶이 점점 더 표면적으로 변해가는 것을 느꼈다 촉각적으로 와닿았다 . 그들은 끊임없이 좋아요와 댓글에 매달렸고, 현실 속에서의 진정한 관계는 점점 더 희미해져갔다.. 디지털 화면 속 빛깔만큼이나 화려하지만 어딘가 공허한 삶이었다… 마치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닷속에서 반짝이는 인조 진주 같았다..


한결은 폐공장으로 돌아와 공명 장치의 데이터를 다시 분석했다.. 장치는 지구 내부 에너지 흐름을 포착하여 재해 발생 가능성을 예측한다…. 그는 장치가 단순히 미래를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특정 파장을 발산하여 재해를 유도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공명 장치는 마치 미세한 지진파를 보내 거대한 파도를 일으키는 것처럼…. 지구 내부 에너지 흐름을 미세하게 변화시키고, 그 결과 재해가 발생하는 것이다… 공명 장치에서 나오는 파장은 희미하게 떨리는 심장의 고동과 닮아있었다…. 불안하고 초조하며…. 끊임없이 미래를 갈망하는 심장의 고동…. 그 파장은 마치 오래된 사진 속 색 바랜 기억처럼 미묘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결은 그 안에서 뭔가 중요한 메시지를 읽어내려고 노력했다… 공명 장치는 별빛마을 주민들의 집단적인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촉매제 같았다...


그때 폐공장 벽면에 새겨진 오래된 낙서가 눈에 들어왔다: “균열 속에서 피어나라.” 낙서는 마치 운명처럼 그의 마음속 깊은 곳에 와닿았다… 그는 자신의 내면에도 수많은 균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과거의 트라우마,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과 그로 인한 죄책감…. 현재의 불안감…. 그리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 하지만 그 균열들은 파괴의 시작이자 새로운 가능성의 씨앗이었다… 폐공장은 한때 번성했던 조선소였지만, 이제는 버려진 잔해만 남았다.. 그 잔해 속에서도 야생화는 꿋꿋하게 피어났다...


폐공장 한쪽 구석에는 오래된 사진들이 쌓여 있었다.. 사진 속에는 활짝 웃고 있는 별빛마을 주민들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진들은 과거 별빛마을이 얼마나 풍요롭고 활기 넘쳤는지 보여주었다.. 사진 속 주민들의 눈빛에는 생기와 희망이 가득했다.. 한결은 사진들을 하나씩 살펴보면서 별빛마을 주민들이 잃어버린 것을 찾아내려고 노력했다...


문득 그는 강 팀장이 늘 휴대하고 다니던 오래된 회중시계를 떠올렸다.. 회중시계는 시간을 정확하게 알려주었지만, 동시에 끊임없이 흘러가는 시간의 무게를 느끼게 했다.. 강 팀장은 시간이라는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의 눈에는 모든 것이 숫자로 환원되었다... 하지만 시간은 숫자로 환원될 수 없는 무수한 의미를 담고 있었다...


수아가 매일 밤 부르던 노래가 떠올랐다.. 그녀의 노래는 단순한 애도의 울음소리도, 희망찬 찬가도 아니었다... 그녀의 노래는 삶과 죽음, 기쁨과 슬픔이 뒤섞인 복잡하고 아름다운 선율이었다... 그녀의 노래는 폐공장의 잔해 속에서 피어난 야생화와 같았다... 한결은 수아에게서 위안을 얻었고, 그녀에게서 새로운 희망을 보았다... 그녀는 균열 속에서도 피어나는 꽃이었다...


지진 예측 전문가 한결이 처음으로 땅이 갈라지는 소리를 들었던 건, 완벽하게 보험에 가입된 폐공장의 잔해 속에서였다. 그 소리는 심장 속 깊은 균열을 다시금 일깨웠지만, 이제는 단순한 지각 변동의 울림이 아니었다. 마치 우주의 거대한 숨소리처럼, 불안정한 리듬을 타고 그의 뇌리를 파고들었다. 그 소리는 그의 심장이 대지를 닮아 쪼개졌음을 알렸다.


별빛마을 해일 이후, 공명 장치는 이전보다 더 자주 미세한 떨림을 감지하기 시작했다. 낡은 라디오 주파수가 간섭을 받아 끊임없이 잡음이 섞여 나오듯, 떨림은 점점 더 복잡한 패턴을 만들어냈다. 강 팀장은 처음에는 데이터 노이즈라고 치부했지만, 떨림이 마치 오래된 별의 잔광처럼 그의 시야를 간섭하기 시작하면서 냉철한 표정에도 미묘한 긴장감이 스며들었다.


어느 날 밤, 하늘에서 기묘한 빛이 쏟아져 내렸다. 액체 크롬처럼 녹아내린 시간처럼 번져 퍼지는 빛은 폐공장 상공에 거대한 문양을 새겨 넣었다. 인간의 언어로 해석하기 어려운 기하학적 형태였지만, 한결은 본능적으로 그것이 단순한 빛의 현상이 아님을 직감했다. 공명 장치가 격렬하게 진동하며 빛과 공명하기 시작했고, 장치 화면에 희미하게 메시지가 떠올랐다.


“보험료 납입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추가 연체 시, 계약에 따라 ‘상품’은 폐기 처리됩니다.”


메시지는 소리 없이, 그러나 명확하게 한결의 뇌리에 박혔다. 오래된 사진 속 먼지 냄새처럼, 묘하게 익숙하면서도 기괴한 느낌이었다. 마치 잠들어 있던 기억의 조각들이 깨어나는 듯했다. 강 팀장은 메시지를 확인하고 잠시 침묵했다. 그의 눈빛은 오랜 시간 쌓인 피로와 체념, 그리고 희미하게 타오르는 인간미가 뒤섞인 복잡한 감정을 담고 있었다.


“드디어 나타났군.” 그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청구인들이다.”


강 팀장은 한결에게 모든 진실을 털어놓았다. 지구 자체가 거대한 ‘보험 상품’이었고, 외계 문명 ‘청구인들’이 지구 멸망에 베팅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청구인들은 감정 없이 효율만을 추구하는 거대한 관료 집단이었다. 그들에게 지구는 하나의 투자 대상이었고,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지구의 운명을 조작해왔다. 그들의 고향 행성 ‘칼큘러스’는 완벽한 계산과 예측으로 유지되는 곳이었다. 그곳에서는 우연이란 존재하지 않았고 모든 것은 숫자로 정의되었다.


“인류가 문명을 발전시키면서 자연재해가 점점 더 강력해졌지.” 강 팀장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설명했다. “청구인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어. 지구의 ‘수명’에 베팅하기 시작했지.”


그들은 완벽하게 계산된 재해들을 통해 지구 생태계가 유지될 정도의 '보험료'만 납부하도록 유도했다. 화산 폭발, 지진, 쓰나미… 각각의 재해는 청구인들이 설정한 최적의 ‘손실-수익’ 비율에 맞춰 설계된 것이었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구를 완전히 ‘폐기’하고 새로운 행성을 찾는 것이었다. 하지만 단순히 자원 고갈 때문만은 아니었다. 칼큘러스인들은 예측 불가능성이 증오스러웠다 – 인간의 감정, 예술, 사랑… 이 모든 것들이 완벽한 계산을 방해하는 요소였다.


“과거 청구인들은 인류 문명의 초기 단계부터 존재했고, 다양한 방식으로 인류에게 영향을 미쳐왔다.” 강 팀장은 폐공장 벽에 걸린 낡은 지도를 가리켰다. “그들은 때로는 신으로 숭배받았고, 때로는 악마로 여겨졌지. 하지만 항상 인류의 역사를 조종해왔다.”


낡은 지도는 단순한 지리 정보 이상이었다. 그것은 과거의 상처, 예정된 미래, 그리고 변화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이었다. 지도 위의 균열은 끊임없이 확장되었고, 마치 인간 영혼 속 깊은 균열처럼 점점 더 깊어졌다. 지도 위에는 청구인들이 남긴 흔적들이 미묘하게 새겨져 있었다 – 고대 문명의 피라미드, 바빌론의 정원, 로마 제국의 도로망… 모두 청구인들의 설계에 따라 건설된 것이었다.


한결은 ‘청구인들’의 존재와 지구의 운명에 충격을 받았다. 그는 수아를 떠올렸다. 별빛마을에서 만난 순수한 소녀 수아는 그의 마음에 작은 희망을 심어주었지만, 이제 그 희망마저 위협받는 듯했다. 수아는 재해 속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고, 그녀의 눈빛에는 어떤 원초적인 힘이 느껴졌다 – 청구인들의 완벽한 계산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힘이었다. 그는 과연 이 코스믹 사기에 맞서 싸울 수 있을까?


그때 폐공장 바닥에서 미세한 진동이 느껴졌다. 공명 장치가 더욱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고, 장치 화면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다음 재해는 운석 충돌입니다.” 메시지와 함께 운석 충돌 예상 지점과 규모가 표시되었다 – 한결과 수아가 살던 별빛마을 바로 위였다..


강 팀장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이제는 단순한 보험료 납입으로는 부족하다… 그들은 인류가 더 큰 '보험료'를 내놓지 않으면 지구를 '폐기'하겠다고 선언한다.” 그의 눈빛은 차갑게 빛났다.“역사상 가장 거대한 보험 사기를 계획해야 한다.” 그는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덧붙였다.“이번엔 우리가 그들의 계산을 뒤엎어야 한다.” 공명 장치는 더욱 격렬하게 진동했고, 마치 심장의 박동처럼 폐공장을 가득 채웠다.. 장치 화면에는 추가 메시지가 떠올랐다: "추가 보험료: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것."


강 팀장의 말은 폐공장 안에 웅웅 울렸다.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것… 그게 뭘까.” 그의 시선은 한결에게 꽂혔다. 마치 한결의 심장 속, 먼지 쌓인 기억의 창고에서 답을 찾으려는 듯했다. 한결은 떨리는 손으로 공명 장치 화면을 응시했다. 빛나는 데이터의 숲은 점점 더 복잡하게 얽혀갔다. 희미하게 떠오르는 것은 별빛마을 소녀, 수아의 웃음이었다. 단순한 행복 이상의 것이 담긴, 마치 오래된 별빛처럼 따스하고 깊은 웃음이었다.


“그들은 감정 없는 계산자들입니다.” 강 팀장이 말을 이었다. “인류에게 문명을 부여한 것은, 더 효율적으로 보험료를 징수하기 위해서였죠. 재해는 단순한 불행이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지구의 ‘수명’에 베팅했고, 우리는 그들의 판돈이었을 뿐입니다.” 그의 목소리는 낡은 망치질 소리와 함께 폐공장 전체를 짓눌렀다.


한결은 오래된 망치질 소리가 들리는 폐공장을 둘러봤다. 녹슨 기계들은 마치 버려진 신들의 조각처럼 우뚝 서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잔해가 아니었다. ‘청구인들’과의 첫 거래가 이루어진 곳, 그들의 에너지 흔적이 끈적하게 남아있는 곳이었다. 폐공장은 시간의 균열처럼,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통로였다. 폐공장 안의 먼지 입자 하나하나가 외계 문명의 냉정한 시선을 담고 있는 듯했다. 먼지는 마치 오래된 기도처럼,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속삭였다.


“우리는 그들의 눈치를 보며 소규모 재해들을 일으켜왔습니다.” 강 팀장은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 “지진, 쓰나미, 화산 폭발… 완벽하게 계산된 재앙들이었죠. 그들은 지구 생태계가 유지될 정도의 ‘보험료’만 납부하도록 유도했습니다.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지구를 완전히 ‘폐기’하고 새로운 행성을 찾는 것입니다.” 강 팀장의 눈빛은 슬픔과 분노, 그리고 오랜 체념이 뒤섞여 있었다. 그는 마치 오래된 그림자처럼, 늘 ‘청구인들’의 곁을 지켜왔다.


한결은 마치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수아의 순수한 미소가 떠올랐다. 그녀에게도, 별빛마을 사람들에게도 이 모든 것이 거대한 사기극이었다니. 그는 과거 예측 실패로 아버지를 잃었던 트라우마를 떠올렸다. 그때는 단순한 불운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청구인들’의 계산된 설계 속에서 벌어진 일이었던 것이다. 그의 슬픔은 우주적 규모로 확장되었다. 아버지의 죽음은 개인적인 비극이 아닌, 인류 전체의 비극이었던 것이다.


“초기에는 인류 문명의 탄생부터 그들은 존재했습니다.” 강 팀장은 폐공장 벽에 걸린 낡은 지도를 가리켰다.“다양한 방식으로 인류에게 영향을 미쳐왔죠. 신화 속 신들도, 종교 속 창조주도… 결국 모두 그들의 손아귀 안에 있었던 겁니다.” 그의 손가락은 지도 위를 따라 미끄러져 내려갔다 .


낡은 지도는 단순한 지리 정보 이상이었다. 과거의 상처, 예정된 미래, 그리고 변화 가능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거울이었다. 지도 위의 균열은 끊임없이 확장되었고, 마치 인류의 불안감을 형상화한 듯했다 . 한결은 지도를 손으로 쓸어 만졌다 . 그의 손끝에서 미세한 떨림이 느껴졌다 . 지도는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따뜻했고 , 동시에 차가운 우주의 공기를 머금고 있었다 .


“그렇다면… 우리는 그들을 어떻게 막을 수 있는 걸까요?” 한결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 그의 질문은 침묵 속으로 녹아들었다 .


강 팀장은 차분하게 대답했다.“이번엔 우리가 그들의 계산을 뒤엎어야 합니다.” 그의 눈빛에는 오랜 피로와 함께 희미하게 타오르는 인간미가 깃들어 있었다.“달을 부술 겁니다.”


달을 부순다? 한결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달을 부수면… 지구는 괜찮은 걸까요?” 달은 인류에게 오랜 시간 동안 위안과 희망을 주었던 존재였다 .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칠 겁니다.” 강 팀장은 담담하게 말했다.“미세먼지 증가, 기후 변화… 하지만 어쩔 수 없습니다 . 인류가 살아남으려면 불가피한 희생이죠.” 그는 잠시 침묵하더니 덧붙였다.“달에는 그들의 중요한 에너지 공급 장치가 있습니다 . 달을 부수는 것은 단순히 물리적인 파괴가 아니라 , 그들의 힘줄을 자르는 것과 같습니다 .”


그때 공명 장치에서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려 퍼졌다 . 화면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떠올랐다: "추가 보험료: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것." 그것은 마치 심판의 선고처럼 폐공장을 가득 채웠다 . '가장 아름다운 것'이란 무엇일까? 물질적인 풍요일까? 기술적인 진보일까? 아니면 인간만이 가진 순수한 감정일까? 사랑, 예술, 연대… 수아의 웃음이 떠올랐다 . 그녀의 웃음은 마치 낡은 지도 위에서 빛나는 별처럼 아름다웠다 . 그것은 단순한 행복 이상의 것이었다 . 인간 존재의 의미를 증명하는 빛이었다 .


“달 파괴 작전 개시합니다.” 강 팀장이 명령했다.“모두 제자리로 돌아가세요.” 그의 목소리는 단호했지만 , 어딘가 모르게 슬픔이 배어 있었다 . 그는 달 파괴 작전을 통해 인류에게 새로운 미래를 선사하고 싶어했다 .


팀원들은 각자의 위치로 돌아갔다 . 박 팀원은 데이터를 분석했고 , 최 팀원은 현장 조사를 준비했다 . 한결은 공명 장치 앞에 서서 심호흡을 했다 . 그의 마음속에는 불안과 희망이 뒤섞여 있었다 . 그는 마치 거대한 파도에 휩쓸릴 듯한 느낌이었다 . 그는 폐공장의 잔해 속에서 땅이 갈라지는 소리를 다시금 들었다 . 이제 그 소리는 그의 심장 속 깊은 균열을 더욱 깊게 만들었다 . 소리는 마치 우주 전체가 숨 막히는 듯한 신음처럼 느껴졌다 . 그는 아버지와의 추억 속에서 용기를 얻었다 . 아버지는 늘 말했었다 :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것이 중요하다 .”


그 순간 , 한결은 깨달았다 . '청구인들'이 진정으로 탐내는 것은 단순히 '보험료'만이 아니라는 것을 . 그들은 인류의 '희망'과 '꿈'까지 빼앗아가려 했다 . 달 파괴 작전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 인간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 . 그는 결심했다 : 수아와 별빛마을 사람들을 위해 , 그리고 아버지와의 약속을 위해 , 반드시 이 싸움에서 승리하겠다고 . 그는 공명 장치 화면 속에서 빛나는 수아의 웃음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심호흡을 했다 . 이제 그의 눈빛에는 불안 대신 확신이 가득했다 .


지진 예측 전문가 한결이 처음으로 땅이 갈라지는 소리를 들었던 건, 완벽하게 보험에 가입된 폐공장의 잔해 속에서였다. 그 소리는 그의 심장 속 깊은 균열을 다시금 일깨웠다. 이제 그 소리는 단순한 지각 변동이 아니었다. 마치 우주의 거대한 심장이 고독하게 울부짖는 듯했다. 폐공장은 디지털 시대의 유목민들이 잠시 머무는 휴식처였고, 그들의 고독은 공장 벽면에 스며들어 눅눅한 먼지와 함께 떠돌았다.


달 파괴 작전 개시 후, 폐공장은 묘하게 고요해졌다. 공명 장치는 평소보다 더 격렬하게 진동하며, 희미한 푸른빛을 뿜어냈다. 빛은 마치 오래된 텔레비전 화면처럼 깜빡거렸고, 그 안에는 별빛마을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강 팀장은 침착하게 데이터를 분석하며 마지막 점검을 진행했다. 그의 얼굴에는 오랜 피로와 희미한 체념이 드리워져 있었다. 마치 오래된 사진 속 인물처럼, 시간의 흔적이 깊게 새겨진 얼굴이었다. 그는 마지막 담배 한 모금을 깊게 빨아들였다. 연기는 마치 시간의 먼지처럼 그의 불안감을 삼켜버렸다. 연기 속에는 스크린 너머의 관계, 좋아요와 댓글에 매달리는 현대인들의 허무함이 녹아 있었다.


“준비 완료.” 강 팀장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낮았다. “이번이 마지막이다.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한결은 공명 장치 화면 속에서 빛나는 별빛마을의 모습을 바라봤다. 수아의 웃음이 유난히 밝게 느껴졌다. 그는 문득 깨달았다. ‘청구인들’이 진정으로 탐내는 것은 단순히 ‘보험료’만이 아니라는 것을. 그들은 인류의 ‘희망’과 ‘꿈’까지 빼앗아가려 했다. 달 파괴 작전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인간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 그는 결심했다: 수아와 별빛마을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아버지와의 약속을 위해, 반드시 이 싸움에서 승리하겠다고. 아버지는 그에게 늘 말했었다: "가장 중요한 보험은 바로 희망이란다."


공명 장치가 최대 출력으로 가동되자, 폐공장 전체가 떨리기 시작했다. 땅바닥에서부터 미세한 균열들이 거미줄처럼 퍼져나갔다, 마치 오랜 고독에 지친 대지의 신음처럼.. 균열은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며 확장되었다. 폐공장 안의 먼지들이 공중으로 떠올랐고,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한결은 마치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 심연 속에는 디지털 시대의 소외감과 현대인의 고독이 어지럽게 뒤섞여 있었다.


그때, 공명 장치 화면에 기묘한 빛줄기가 나타났다 – ‘청구인들’의 최종 통보였다! 빛줄기는 마치 거대한 눈동자처럼 한결을 응시하며 메시지를 전달했다: “보험료 납입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추가 연체 시, 계약에 따라 ‘상품’은 폐기 처리됩니다.” 메시지는 차갑고 건조했으며, 감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들의 목소리는 마치 우주의 정적 속에서 울려 퍼지는 종소리 같았다… 냉혹하고 명확했다.. 마치 신의 냉정한 선고처럼..


강 팀장은 주먹을 꽉 쥐었다. “젠장… 예상보다 빨리 움직이네.” 그는 잠시 생각하더니, 마지막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역사상 가장 거대한 보험 사기 작전이었다! 달의 일부를 파괴하여 대형 재해를 일으키고, ‘청구인들’에게 막대한 보험금을 탄다는 계획이었다.. 그것은 거의 도박에 가까웠지만,, 다른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은 재해 규모만을 원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인류가 무릎 꿇고 절망하는 모습을 즐겼다..


“달 파괴만으로는 부족해.” 한결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았다. “그들은 단순히 재해의 규모뿐만 아니라, 인류의 절망을 즐긴다… 그들은 우리가 희망을 잃고 무릎 꿇기를 바라고 있어.”


강 팀장은 한결을 잠시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는 미묘한 떨림이 느껴졌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에게 예상치 못한 선물을 줘야 해.” 한결은 결연하게 말했다. “별빛마을 사람들의 희망과 꿈을… 그들을 위한 작은 기적을 만들어야 해.” 그는 수아의 웃음을 떠올렸다.. 그녀의 웃음은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였다.. 그녀는 작은 행복들을 발견하며 웃었고,,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갔다… 완벽하지 않았지만 아름다운 삶이었다…


그는 공명 장치의 파장을 미세하게 조절하기 시작했다.. 그의 손길은 마치 베테랑 연금술사의 손길처럼 섬세하고 정확했다.. 그는 공명 장치를 통해 달 표면에 균열을 만들 뿐만 아니라,, 별빛마을 주변에 보호막과 같은 에너지장을 형성하려고 했다…. 그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수아의 웃음을 떠올리며 모든 힘을 쏟았다…. 공명 장치의 파장은 점점 더 미묘해졌고,, 폐공장의 균열들은 복잡한 기하학적 무늬를 그리며 확장되었다… 마치 우주의 혈관처럼…


폐공장의 균열들은 점점 더 확장되어, 마치 거대한 입처럼 한결을 삼킬 듯했다.. 그 균열 속에서 디지털 시대의 소외감이 밀려왔다.. 스크린 너머의 관계, 좋아요와 댓글에 매달리는 현대인들의 허무함… 그는 문득 깨달았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균열 속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균열은 우리를 더욱 외롭게 만들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별빛마을 사람들의 따뜻한 미소와 수아의 순수한 눈빛은 그를 붙잡아 주었다.. 그들은 여전히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아갔고,, 작은 행복들을 발견하며 웃었다…. 그들의 삶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아름다웠다….


공명 장치가 최고조에 달하자, 폐공장 전체가 마치 살아있는 괴물처럼 격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땅바닥에서부터 터져 나온 균열들은 하늘까지 뻗어나갔고,, 폐공장의 잔해들이 우주 공간으로 날아갔다…. 마침내 달 표면에 거대한 균열이 생겨났다… 달의 표면은 갈라지고 부서지며 화려한 불꽃놀이를 펼쳐냈다…. 불꽃들은 마치 우주의 눈물이 터지는 듯했고,, 찬란하면서도 슬펐다…. . . . . . . . . . . . . . . . . .


그 순간 , 한결은 깨달았다 : ‘청구인들’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보험료’만이 아니라는 것을 . 그들은 인류의 ‘희망’과 ‘꿈’까지 빼앗아가려 했다 . 달 파괴 작전은 단순히 생존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 인간성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었다 . 그는 결심했다 : 수아와 별빛마을 사람들을 위해 , 그리고 아버지와의 약속을 위해 , 반드시 이 싸움에서 승리하겠다고 . 그는 공명 장치 화면 속에서 빛나는 수아의 웃음을 바라보며 다시 한번 심호흡을 했다 . 이제 그의 눈빛에는 불안 대신 확신이 가득했다 . 그의 확신은 단순한 승리가 아닌,, 인류가 다시 희망과 꿈을 꾸는 세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믿음에서 비롯되었다…. 별빛마을 주변에 형성된 에너지장은 보이지 않는 방패처럼 빛났고,,, '청구인들'에게 보내는 작은 기적이었다....


지진 예측 전문가 한결이 처음으로 땅이 갈라지는 소리를 들었던 건, 완벽하게 보험이 들어간 폐공장의 잔해 속에서였다. 그 소리는 단순한 지각 변동이 아니었다. 심연의 고동처럼, 시간과 공간의 얇은 막을 찢는 듯한 소리였다. 그의 심장 속 깊은 균열은 그 소리에 맞춰 더욱 확장되었고, 이제 그 소리는 희미한 신호음처럼 달 표면에서도 울려 퍼지고 있었다. 달의 균열은 단순한 지질학적 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눈꺼풀 아래 숨겨진 피로, 혹은 다중 우주의 경계가 흔들리는 미세한 떨림이었다. 달은 단순한 위성이 아니었다 – 시간의 정원사들이 심어놓은 마지막 씨앗이자, 우주의 숨결을 담고 있는 거대한 수정이었다.


달 파괴 작전 이후, 별빛마을은 미세먼지 구름 아래 갇힌 듯 잿빛으로 변해갔지만, 그 잿빛 속에는 새로운 색채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바다는 예전보다 더 거칠게 포효했고, 그 포효 속에는 고대의 기억과 미래의 예감이 뒤섞여 있었다. 수아의 웃음소리도 조금씩 희미해졌지만,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별빛보다 더 찬란한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한결은 매일 아침 폐공장으로 향했다. 공명 장치는 이제 단순한 예측 기기가 아니었다. ‘청구인들’과의 연결 통로이자, 그들의 무심한 시선이 닿는 곳이었다. 폐공장의 녹슨 철골들은 마치 낡은 뼈대처럼 하늘을 향해 뻗어 있었고, 그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은 어딘가 불안정하게 흔들렸다. 그는 그 철골들을 보며, 인간의 삶 역시 저토록 불안정한 균형 위에 놓여 있음을 느꼈다 – 끊임없이 변화하는 우주의 파동에 맞춰 흔들리는 섬세한 거미줄과 같다는 것을..


강 팀장은 묘하게 초조해져 있었다. 냉철함 뒤에 감춰졌던 피로가 더욱 깊게 드리워졌고, 그의 눈빛은 마치 오래된 사진처럼 희미하게 바랬다. 그는 늘 완벽한 계산을 추구했지만, 이번 달 파괴 작전은 어딘가 모르게 불안했다. 마치 완벽하게 짜여진 퍼즐에 마지막 조각을 끼워 넣었지만, 그림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지 않는 느낌이었다. 그는 종종 수아를 바라보았다. 수아의 순수한 눈망울 속에는 아직 희망이 남아있었지만, 동시에 슬픔의 그림자도 어른거렸다 – 그녀는 달의 균열을 통해 미래를 보았는지도 몰랐다. 그는 자신이 그녀에게 무엇을 빼앗았는지, 무엇을 선물했는지 확신할 수 없음에 괴로웠다 – 그는 과연 별빛마을 사람들에게 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안전을 선물했는지, 아니면 새로운 불안을 심어준 것인지..


"팀장님, 이상합니다." 박 팀원이 데이터를 분석하며 말했다. "달 파괴 이후, 지구 내부 에너지 흐름이 예측 불가능하게 변하고 있습니다. 공명 장치의 패턴도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어요. 마치 지구 내부에서 새로운 생명체가 깨어나 꿈틀거리는 듯합니다." 그의 말에 강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청구인들이 완전히 떠난 게 아닐 수도 있군… 그들은 단순히 보험금을 회수하는 것만 추구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 한결은 침묵 속에서 공명 장치 화면을 응시했다. 화면 속에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에너지 파장이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꿈틀거리고 있었다 – 그것은 우주의 맥박이었고, 시간의 흐름이었으며, 모든 존재의 연결망이었다. 그는 그 파장 속에서 미묘한 떨림을 느꼈다 - 마치 달이 아직 고통스러워하며 신음하는 듯했고, 동시에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는 듯했다..


별빛마을 사람들은 슬픔과 희망 사이를 오갔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집터가 조금씩 잠겨갔지만,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 노력했다 – 그들은 물길에 적응하며 물 위를 떠다니는 집들을 짓고, 바닷속 농장을 일구기 시작했다.. 수아는 할머니와 함께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를 주워 모으며 노래를 불렀다. 그녀의 노래는 마치 부서진 유리 조각처럼 날카롭지만, 동시에 아름다운 빛깔을 가지고 있었다 – 삶의 역설적인 아름다움이었다.. 한결은 수아의 노래를 들으며 깨달았다: 진정한 균열은 파괴만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씨앗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씨앗은 때로는 가장 절망적인 순간에 피어난다는 것을..


어느 날 밤, 한결은 홀로 폐공장으로 향했다. 밤하늘에는 희미한 달 조각들이 떠 있었고, 그 빛은 마치 눈물을 글썽이는 듯했다 – 그것은 잃어버린 시간들의 기억이었고,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약속이었다.. 그는 공명 장치에 손을 대고 깊게 심호흡을 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들이 뒤섞여 있었다: 죄책감, 연민, 희망… 그리고 알 수 없는 갈망… 그 순간 , 공명 장치에서 예상치 못한 강력한 파장이 발산되었다.. 파장은 마치 섬세한 거미줄처럼 공간 전체를 감싸 안았고,, 한결의 의식 속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그는 꿈속에서 ‘청구인들’을 만났다… 그들은 감정 없이 효율만을 추구하는 거대한 관료 집단이었지만,, 그들의 눈빛 속에는 미묘한 지루함과 권태가 느껴졌다…. 그들은 지구를 하나의 ‘상품’으로 여기지만,, 동시에 그 상품에 질려버린 듯했다…. 하지만 그들의 모습은 단순한 인간 관료와는 달랐다 - 때로는 빛나는 기하학적 도형으로 변모하고 때로는 무수한 눈동자로 이루어진 거대한 망막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엔트로피 증가 법칙을 구현하는 존재였고 시간의 흐름을 관리하는 우주의 관리자들이었다…. 한 ‘청구인’이 한결에게 말했다: “너희 인간들은 너무 감성적이야… 효율성을 위해서는 때로는 과감한 선택도 필요하지.” 그 말에 한결은 반박했다: “효율성만으로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인간에게는 꿈과 희망과 사랑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 ‘청구인’은 잠시 침묵하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꿈과 희망이라… 흥미로운 것이군… 하지만 그것들은 결국 엔트로피 증가를 가속화할 뿐이다… 그럼 계속 꿈꾸도록 해라… 하지만 보험료는 꼭 내야 한다.”


한결은 꿈에서 깨어나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의 마음속에는 새로운 균열이 생겨났다… 그는 이제 단순히 재해를 예측하고 사기를 치는 것을 넘어,, ‘청구인들’과의 또 다른 게임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별빛마것은 이제 단순한 보험 사기극이 아닌,, 코스믹 규모의 심리 전쟁으로 확대될 것이었다... 수아는 이미 알고 있었다 - 그녀의 눈동자 속에는 달의 균열을 통해 본 미래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별빛마을 아이들은 달 파괴 이후 특별한 능력을 얻게 되었다 - 시간의 흐름을 감지하고 공간의 왜곡을 느끼는 능력이었다….


“팀장님,” 한결이 말했다.“우리는 단순한 보험료를 넘어서 ‘청구인들’에게 존재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우리의 꿈과 희망이야말로 우주가 간과했던 가장 중요한 요소일지도 모릅니다.” 강 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 그의 눈빛 속에는 희미하게나마 희망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별빛마을 사람들은 이제 단순히 재해에 대비하는 것을 넘어 우주의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더욱 크게 울려 퍼졌고 슬픔과 희망이 뒤섞인 노래는 별빛마을 전체를 감싸 안았다…. 별빛마을에서의 게임은 시작되었다 – 그것은 지구 전체의 보험료를 결정하는 게임이자 우주의 질서를 다시 쓰는 게임이었다….


지진 예측 전문가 한결이 처음으로 땅이 갈라지는 소리를 들었던 건, 완벽하게 보험에 가입된 폐공장의 잔해 속에서였다. 그 소리는 그의 심장 속 깊은 균열을 다시금 일깨웠다. 이제 그 소리는 희미하게 익숙한 배경음악처럼 그의 귓가에 맴돌았다. 달 파괴 작전 이후, 별빛마을은 정지된 듯했다. 해수면은 조금씩, 그러나 끈질기게 올라왔고, 미세먼지는 끈적한 장막처럼 마을을 휘감았다. 완벽하게 예측된 재해가 아니었기에 사람들의 표정에는 안도와 함께 미묘한 불안이 섞여 있었다. 시험을 망친 아이가 정답을 확인했을 때의 기분처럼, 어딘가 모르게 텅 빈 만족감이 그들을 감쌌다.


강 팀장은 폐공장 잔해 위에 놓인 녹슨 의자에 앉아 담배를 피워 물었다. 연기는 폐공장의 녹슨 철골을 타고 흘러 퍼져, 마치 별빛마을의 새로운 풍경처럼 자리 잡았다. 연기는 희뿌옇게 퍼져나가, 마치 과거의 기억들이 증발하는 듯했다. “결국, 우리가 이겼다고 봐야겠군.” 그의 목소리는 묘하게 공허했다. 승리의 기쁨이라기보다는 오랜 싸움에 지친 자의 체념처럼 들렸다. 한결은 고개를 끄덕였다. ‘청구인들’은 달 파괴라는 거대한 ‘보험료’에 만족하여 조용히 사라졌다. 지구는 그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지만, 상처투성이의 승리였다. 그들은 효율성을 추구하는 관료 집단이었고, 인간의 꿈과 희망 같은 비합리적인 요소들을 인정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인간의 소망이야말로 우주를 흔들 수 있는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우리는 보여줬다.


별빛마을 사람들은 보험금을 받아 집들을 재건하고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집들은 이전보다 더 크고 견고해졌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이전과는 다른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투명한 유리잔에 금이 간 것처럼, 삶의 순수함은 조금씩 퇴색되어갔다. 수아는 여전히 밝게 웃었지만, 그 웃음 속에는 어른들의 불안과 슬픔이 스며들어 있었다. 한결은 수아에게 아버지를 떠올렸다 – 그는 완벽하게 예측된 사고로 세상을 떠났고, 그 죽음은 한결의 삶에 깊은 균열을 남겼다오롯이 예측 가능한 운명에 갇혀버린 아버지의 죽음은 한결에게 완벽한 예측만이 안전하다고 믿게 만들었다. 이제 한결은 수아가 아버지처럼 완벽한 예측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지켜주고 싶었다.


달 파괴로 인해 지구는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미세먼지는 마치 디지털 시대의 고독처럼 사람들의 폐를 짓눌렀고, 해수면 상승은 자본주의적 욕망의 결과처럼 별빛마을을 잠식해갔다. 농작물은 점점 더 소금기를 머금었고, 어획량도 줄어들었다. 새로운 질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불안감에 휩싸였다. 한결은 별빛마을 해변가를 걸으며 생각했다. 인간은 과연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것일까? 아니면 미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파도처럼,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일까? 그는 모래사이에 발자국을 남기며 깨달았다. 과거는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지만, 미래는 백지처럼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다는 것을. 달 파괴 순간이 영겁처럼 느껴졌던 시간 속에서 그는 완벽한 예측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법을 배웠다.


강 팀장은 한결에게 다가와 말했다.“‘청구인들’은 결국 효율성을 추구하는 관료 집단일 뿐이야. 그들은 우리의 꿈과 희망 같은 비합리적인 요소들을 인정하지 못했지.” 그의 말에는 오랜 시간 동안 쌓인 체념과 은근한 자부심이 묻어났다.“우리는 그들에게 보여줬어… 인간의 소망이야말로 우주를 흔들 수 있는 강력한 힘이라는 것을.” 강 팀장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미소를 지었다 – 그의 미소는 마치 오래된 지도 위에 그려진 새로운 균열처럼, 희미하면서도 강렬했다. 그의 미소는 과거의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었다.


별빛마을 사람들은 서로의 손을 잡고 새로운 노래를 불렀다 – 슬픔과 희망이 뒤섞인 그 노래는 마치 달 파편들이 우주 공간으로 날아가는 모습처럼 아름다웠다. 노래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었다; 그것은 상실과 애도의 시간을 거쳐 다시 태어난 공동체의 숨결이었다.. 한결은 그 노래를 들으며 깨달았다 – 진정한 의미는 예측된 미래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측을 벗어나는 순간에 있다는 것을.. 그의 마음속에도 새로운 균열들이 생겨났다 – 그것들은 곧 새로운 시작의 씨앗으로 자라날 것이다.. 그는 수아를 바라보며 속삭였다.“이제부터 우리는 함께 만들어가자… 우리의 미래를.” 별빛마을 밤하늘에는 달 파편들이 뿌려진 듯 수많은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 그 빛들은 지구의 운명을 지켜보는 듯했지만, 동시에 불안과 희망이 뒤섞인 인간의 숨결처럼 떨리고 있었다.. 한결에게서 희미하게 빛이 새어나왔다...그 빛은 완벽하지 않았지만, 충분히 따뜻했고 충분히 강렬했다…그 빛은 아직 불완전했지만 끊임없이 성장하며 별빛마을 전체를 감싸 안으려 했다... 그리고 그의 빛은 수아에게 전해져 그녀의 밝은 웃음을 더욱 빛나게 했다... 이제부터 그들은 함께 만들어갈 것이다... 자신의 미래를… 그리고 별빛마을 전체의 미래를…


지진 예측 전문가 한결이 처음으로 땅이 갈라지는 소리를 들었던 건, 완벽하게 보험에 둘러싸인 폐공장의 잔해 속에서였다. 그 소리는 오래된 심장 박동처럼, 그의 심장 속 깊은 균열을 다시금 일깨웠다. 이제 그 소리는 더 이상 불안의 메아리가 아니었다. 폐공장 아치 위로 흩뿌려진 별빛은 마치 금이 간 흑요석 조각처럼, 과거의 트라우마와 현재의 희망을 동시에 반사하며, 그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었다. 수아의 작은 손을 잡고 폐공장 앞을 지나던 한결은 그 미묘한 떨림이 마치 오래된 연인의 속삭임처럼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속삭임은 침묵 속에 녹아든 기억의 향기 같았다.


달이 부서진 후 세상은 묘하게 가벼워졌다. 중력의 미세한 변화는 사람들의 걸음걸이를 조금 더 유연하게 만들었고, 밤하늘은 이전보다 훨씬 더 선명한 별들로 가득 찼다. 하지만 그 별빛 아래에는 미세먼지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고, 별빛마을은 조금씩 바닷물에 잠겨가고 있었다. 강 팀장은 익숙한 냉소로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결국, 모든 보험은 손실과 함께 온다.” 그의 목소리는 닳아빠진 레코드판처럼 반복적이었지만, 한결은 그의 눈빛 속에 숨겨진 연민을 감지했다. 연민은 고독한 섬처럼, 냉소 아래 조용히 떠 있었다.


별빛마을 주민들은 보험금 덕분에 새로운 집을 짓고 삶을 재건하기 시작했지만, 그들의 눈빛에는 희미한 불안감이 감돌았다. 완벽하게 짜여진 각본 속 배우처럼, 그들은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었다. 웃음은 어색하게 번들거렸고, 대화는 표면적인 친절함으로 채워졌다. 한결은 수아와 함께 해변가를 걸으며 그녀의 웃음 속에서 진정한 자유를 발견하려고 애썼다. 수아의 웃음은 디지털 시대의 번잡함과 자본주의적 욕망으로부터 벗어난 순수한 기쁨이었지만, 동시에 바닷물이 집어삼킬지도 모르는 불안함과 공존했다. 그녀는 파도 소리를 듣는 듯 웃었고, 웃음 속에 짠맛이 스며 있었다.


폐공장 잔해 속에는 ‘청구인들’과의 거래 흔적이 여전히 남아있었다. 공명 장치에서 흘러나오는 미세한 에너지 파장은 마치 오래된 악보처럼,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보이지 않는 선이었다. 한결은 공명 장치 옆에 앉아 눈을 감았다. 그의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숫자들과 기호들이 춤추고 있었다. 그는 마치 우주의 심장을 두드리는 듯한 미묘한 진동을 느꼈다. ‘청구인들’은 완전히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그들은 또 다른 방식으로 지구를 관찰하고 있을까? 그들은 인간의 욕망과 불안이라는 거대한 에너지 흐름을 빨아들이는 정체 모를 존재일까? 그들은 우주의 보험 설계사였을까?


어느 날 밤, 한결은 수아와 함께 별빛마을 해변에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하늘에서 낯선 빛줄기가 쏟아져 내려왔다. 빛줄기는 마치 거대한 붓처럼, 밤하늘에 새로운 균열을 그려 넣었다. “저건 뭘까요?” 수아가 궁금한 듯 물었다. 한결은 수아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대답했다. “글쎄… 어쩌면 새로운 보험 계약일지도 몰라.” 그의 목소리에는 묘한 떨림이 묻어났다. 떨림은 희망과 불안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었다.


그 빛줄기는 단순한 광경이 아니었다. 그것은 디지털 시대의 소외감과 관계의 표면성, 그리고 인간이 끊임없이 의미를 추구하는 갈망을 상징했다. 빛줄기는 마치 SNS 피드처럼,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들을 쏟아내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그 정보들은 대부분 피상적이고 단발적이었으며, 진정한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는 드물었다. 사람들은 좋아요와 댓글에 매달려 존재감을 확인하고, 끊임없이 자신을 포장하며 타인과 경쟁했다.. 빛줄기는 또한 자본주의적 삶의 부조리를 드러내는 거울이었다.. 사람들은 끊임없이 더 많은 것을 소유하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만족감을 얻기는 어려웠다…. 행복은 손 안에 잡힐 듯하면서도 늘 미끄러져 나갔다..


땅 속 깊숙히 자리 잡힌 균열처럼, 한결의 마음속에도 새로운 균열들이 생겨났다.. 그것들은 곧 새로운 시작의 씨앗으로 자라날 것이다… 그는 폐공장에서 다시 한번 땅이 갈라지는 소리를 들었다.. 이번에는 두려움 대신 희망이 그의 심장을 두드렸다... 그 소리는 그의 심장 속 깊은 균열을 확장시키며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이 균열들은 필연적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균열은 파괴의 시작이자 새로운 가능성의 씨앗이다…. 이제 그는 그 소리 속에서 희망과 가능성을 발견한다….


수아가 물었다. “아빠, 저 빛깔 좀 봐요! 슬픈 색깔 같기도 하고, 기쁜 색깔 같기도 해요.” 한결은 수아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슬픔과 기쁨은 종종 함께 온단다.” 그는 수아를 품에 안았다.“저 빛깔은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모든 것들을 담고 있는 것 같아.”


폐공장에서 들려오는 땅 갈라지는 소리는 이제 더 이상 재앙의 전조가 아니었다.. 그것은 별빛마을 주민들에게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신호였다.. ‘청구인들’과의 거래는 끝났지만, 그들의 영향력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별빛마을 주민들은 보험금을 발판 삼아 더욱 강인하고 유연하게 삶을 살아갈 것이다..


새로운 균열들은 별빛마을 곳곳으로 퍼져나갔다.. 그것들은 기존 질서를 흔들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에너지였다.. 한결은 수아와 함께 해변가를 걸으며 밤하늘을 바라봤다.. 그들의 발밑에는 바닷물이 부드럽게 밀려왔고, 별빛마을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변화해 나갈 것이다.. 균열 속에서 피어나는 희망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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