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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나 Mar 16. 2024

이걸로 세수를 해버렸다

얼굴이.. 딱딱해..

회사동기들이랑 술자리가 한창이었다.

같은 회사는 아니지만, 동기들과 매우 친한 당시 남자친구(현 남편)와, 나를 포함한 5명 정도가 일본 도쿄 코엔지역 오키나와 선술집에서 막차를 넘길 때까지 떠들었다.


바로 근처에 동기네 회사 기숙사가 있어, 언제든지 졸리면 바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키나와 대표안주 ‘닌진 시리시리’ ‘고야 챰플’과 함께 오키나와의 대표 술 ‘아와모리’를 마시며 떠들었고, 새벽 2시쯤 다섯 명이서 친구네 집에 들어갔다. 남자 동기가 사는 이 기숙사는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방인데, 혼자 살기는 딱 좋은 원룸과, 방 안에 계단을 올라가면 화장실이 있는 구조로 되어있다.


주량을 넘기도록 마신 친구들은 곧바로 잠에 들었고, 술을 많이 마시면 속이 안 좋아지는 걸 아는 나는, 아주 멀쩡한 정신으로 잠들지 못한 채 앉아있었다.


일본 ‘남자’ 동기네 집에서 밤을 지내는 것도 처음이었지만, 일단 화장을 지우고 싶어 2층 화장실로 가서 세수를 하고 오겠다고 했다.


남자 혼자 사는 방에 신기하게도 화장을 지우는 클렌징오일부터, 클렌징폼, 그리고 크림까지 구비되어 있었고, 깨끗하게 세안을 하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상쾌한 마음으로 한창을 잠에 들지 않은 친구들과 떠들고 있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얼굴이 점점 건조하고, 뻣뻣해지기 시작했다.


”어, 아까 세수하고 오고나서부터 점점 얼굴이 건조하고 단단해지는 거 같아 “

“응?이나 너 뭘로 세수했어?”

“나 그냥 오일, 폼, 크림이라고 적혀있는 순서대로 세안했는데”

라고 하자 친구가

“우리 집에 그런 거 없는데, 나 비누로 세수해”라고 했다.


보통 일본 남자들은 얼굴에 스킨이나 로션도 안 바른다고 했다. 비누로 세수하는 친구네 집에 세안용이 있을 리가.. 여자친구 거라고 생각하고 사용했는데, 그건 그건 바로..

헤어용 오일, 폼, 크림이었던 것이다.


다 한 세트로 되어있어, 용기에는 ’ 헤어‘라고도 안 적혀있었고, oil, foam, cream 이라고만 적혀있는데 누가 이걸 헤어용으로 생각을 하나.


”어쩐지 내려오는데 좋은 향이 나더라 “라고 동기가 그랬다.


나는 얼굴에 정성스럽게 헤어오일을 얼굴에 바르고, 물로 헹군 다움, 왁스 폼으로 얼굴에 꼼꼼히 바른 다음 물로 헹궈내고, 마지막으로 헤어크림을 얼굴에 바른 왁스 3겹, 바람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딱딱한 얼굴이 됐던 것이다.


얼굴은 비누로 씻으면서 헤어용 제품이 3가지나 있다니… 듣자마자 화장실에 올라가서 비누로 박박 씻었고, 스킨도, 크림도 없는 상태로 건조한 밤을 지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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