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의 병실 문을 열 때면, 나는 언제나 이를 훤히 드러내며 내가 지을 수 있는 가장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미닫이 문을 살며시 열고, 밝은 표정으로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침대를 반쯤 가린 커튼 뒤로 할머니가 보였다. 등받이를 세우고 기대어 앉은 할머니가 나를 보더니 혼잣말을 했다.
“저 처자는 누군데 저렇게 헤벌쭉 웃으면서 들어오나.”
작은 속삭임이었지만 내 귀엔 너무나도 선명하게 들렸다. 순간 가슴이 철렁했다. 그날이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할머니가 나를 알아보지 못한 건.
당황스러움이 나를 지배하기엔 나의 미소가 꽤나 강력했던걸까. 웃음을 잃지 않으며 물었다.
“할머니, 내가 누구야?”
낯선 여자의 반말에도 할머니는 씨익 웃으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운율까지 느껴졌다.
“지나가는 어여쁜 아가씨~“
나를 알아보지 못하는 할머니의 눈을 바라보며 마음 한편이 살짝 저릿했지만, 할머니의 운율감 넘치는 해맑은 대답에 이내 내 미소는 더 짙어졌다.
기억은 희미해졌어도, 그 다정함만은 여전한. 지나가는 어여쁜 아가씨여도 충분히 괜찮았다. 아니 좋았다. 오히려 더 고맙고 감사했다.
이름도, 관계도 잊으셨지만 여전히 나를 ‘어여쁜 아가씨’라 불러주는 우리 할머니. 한수이 여사님은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