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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벤치와 치즈냥 Jul 17. 2023

독박 육아의 역습

몸이 고장이 났다. 건강하지 않은 내 모습을 예측한 적이 없었는데 당황스럽다. 작년 11월부터 예고 없이 부정출혈이 터지기 시작했다. 그제 서야 부랴부랴 내 몸에 관심을 가지고 병원도 찾아다니고 유투브의 양의ㆍ한의 동영상도 찾아보고 있다. 그중에 나와 상황이 비슷한 환자케이스 유투브 진료영상이 있었는데 자연치유를 강조하는 그 도인 같은 한의사 曰

“쯧쯧... 독박 육아를 오래 했구먼. 자녀 셋을 주위 도움을 받지 못하고 혼자 키우다시피 했네. 잠도 거의 못 자고 애를 업고 유모차 끌고 그러고 다녔으니 몸이 주저앉지. 얼마나 피곤했어. 그때는 몰랐을 거야. 그런데 정신력은 한계가 있어. 몸이 기억해. 환자 분 몸이 오랜 피로가 누적되어서 애들 크고 한숨 돌릴 만하니 이제 그 고단함이 다 터진 거야.”


그 영상을 보고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딱 내 얘기였다. 자녀 셋이 연이어 태어났는데 맞벌이는 해야 하고 신랑은 철이 없어서 퇴근 후 자기 방문 닫고 나오질 않고, 그때 당시를 표현하자면 아우토반의 최고속력 스포츠카를 타버린 그런 속도감이었다. 신세 한탄할 시간도 없다. 달려야 한다. 살아내야 한다. 인생의 속도를 늦출 수가 없다. 그때 할 수 있는 것은 그 어떠한 순간에도 매일 출근하는 것이었고, 자녀 셋ㆍ회사에 우선순위를 두고 나면 잠을 줄이는 방법 밖에 없었다. 하루 평균 수면시간 2시간... 그렇게 독하게 10년을 버텼다. 부족한 잠은 주말에 몰아서 잤다. 아이들과는 주로 병원놀이를 많이 했다. 당연히 나는 환자 역할이었고 그렇게 놀이를 빙자해서 쪽잠을 자며 버텼다.


어느새 애 셋은 직립보행을 하고 기저귀를 떼고 혼자 밥을 먹고 한글을 깨치고 스스로 씻을 줄을 알고 이제는 중ㆍ고등학생 청소년기에 접어들었다. 나의 자유시간도 늘었고 이제 좀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해졌는데, 갑자기 반갑지 않은 건강이상이 찾아온 것이다.


오늘 병원에서 소파시술을 하면서 마취제로 의식이 희미해져 가는데 내 의식의 끝자락에서 내 몸이 내게 말을 걸어왔다. '아, 이 사람아~ 앞으로 남은 인생은 자신을 돌보면서 살았으면 하네. 허허~’ 회복실에서 깨고 나니 개운한 느낌이 가득했다. 이제는 내 몸과 친구가 되어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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