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인데 벌써 어둑해진 아직 추운 2월의 어느 저녁. 출장을 마치고 서울행 광명 ktx역을 내리니 갑자기 시큼한 저녁 냄새가 코끝을 치고 간다. 낯선 듯 익숙한 저녁공기를 속 깊이 들이마시니 심장이 싸악 녹아내리듯 아려왔다.
가난... 가난이 떠오른다.
초등학생시절, 졸린 눈을 비비고 책가방을 메고 아직 잠이 덜 깬 채 등교를 한다. 아늑한 교실이 참으로 좋았다. 하교 후 운동장에서 따듯한 햇볕을 받고 저녁노을이 질 때까지 동네 친구들과 계속 뛰어놀았다. 그때까진 모두가 평등한 듯... 그렇게 그 따뜻함에 영원히 머물고만 싶었다.
하지만 이내 붉은 노을이 지고 순식간에 칠 흙 같은 어둠이 내리면 뿔뿔이 흩어지는 친구들을 뒤로한 채 갈 곳 없는 어린 나는 홀로 방황했다.
생계를 위해 밤늦도록 치열하게 장사하는 시장 통의 부모님이 괜스레 부끄러워 못 본 척 지나쳐 무작정 내달렸다. 그렇게 컴컴한 시골 골목길을 한정 없이 돌고 돌아 뛰다 보면 시큼한 땀 냄새가 코끝을 치고 무언지 알 수 없는 가슴속 뜨거운 울분이 쉴 새 없이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다. 삶의 치열한 서글픔을 목격한 사람만이 맡게 되는 저녁 냄새가 떠올려진 오늘이었다.
<23.2.27. 광명 ktx 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