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어수선한 일상이었다. 더 이상 감당이 되지 않던 어느 날, 우연히 들른 도서관 열람실에서 한줄기 희망을 발견하였다. 구시나기 류순의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들에 반응하지 않는 연습’...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아... 이거구나 싶었다. 특히 ‘반응하지 않는 ’이라는 키워드가 신선했다. 왜 도대체 나는 ‘반응하지 않을’ 생각을 한 번도 안 해 본 걸까.
미련스럽게도 난 매 순간 모든 것에 반응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회피하고 무시하는 것은 비겁하고 무책임한 나쁜 태도로 여겨서 매 순간 상대가 거는 시비와 덫에 번번이 걸려들어 파닥거렸다. 이 책에서 제일 경계하는 태도는 ‘타인에게 인정을 바라는 욕구’에 집착하는 것이다. 인정욕구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분노, 탐욕, 망상의 부작용이 따르고 이내 삶의 안정과 집중도 다 깨져버리게 된다.
이에 저자는 문제를 판단하거나 해석하지 말고 그저 바라보자고 한다. 그리고 몸에 힘을 빼고 타인의 인정을 바라는 마음을 내려놓자고 한다. 대신 그 에너지를 자신의 마음상태를 잘 살펴보고 의식하는데 집중한다. 그러면 헛된 반응은 멈추게 되고 마음이 고요히 가라앉게 되면서 깊은 안정과 집중에 이르게 된다.
이에 대한 구체적 실천법은 다음과 같다. 눈을 감는다. 그리고 내면의 마음을 들여다본다. 나를 피곤하게 만드는 것에 반응하는 것은 헛된 일임을 알아채고 반응하지 않고 마음상태를 점검한 후 평온한 원상태로 리셋한다. 그리고 마음을 다해 현재에 집중한다. ‘자신의 말과 이 순간의 생각, 지금 할 수 있는 일’이외의 것은 결국 모두 망상임을 알아차린다. 망상에 반응하지 않음으로써 정화된 내 마음을 깨끗하게 유지하며 현재를 살아가면 된다.
오롯이 자신의 현재에 집중하여 생성된 몰입은 하루를 충실히 살아내는 엔진이 되고 그렇게 살아낸 하루하루가 쌓여 내가 나를 신뢰하고 뿌듯해하는 자신감으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는 그의 이론을 해석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진작 이렇게 살았더라면 싶다. 그간은 불필요한 곳에 에너지를 낭비하고, 무의미한 자극에 분노하며 헛되게 반응하느라 삶의 소중한 기회를 잃어버리기 일쑤였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이 책을 알게 된 것은 분명 행운이다. 숨을 차분히 깊이 내쉬면서 하루를 덤덤하게 보내며 자신을 잘 지켜낸 즐거움에 명랑한 감성이 나를 감싸는 그런 하루를 실천해 보련다.
<2023. 봄의 정취에 취해 본 하루_ 덤덤하게 그리고 명랑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