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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로마,
"어른이 되는 과정"

유럽여행 포토에세이 #53 _ Rome, Italy

by 김예담

25 국가 107일의 여행 기록:

이탈리아 로마,

세 번째 이야기: "어른이 되는 과정".



이탈리아 여행을 시작한 지 한 주쯤 지나서 깨달았던 사실이 있다. 바로 이탈리아 여행하는 내내 이탈리아의 로컬 음식을 먹은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이탈리아 음식은 특히나 전 세계 사람들에게 매우 친숙한 음식이다. 피자와 파스타, 리조또, 젤라또, 티라미수 등 지구 곳곳에서 상대적으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미식에서 일가견 있는 이탈리아를 여행하며, 제대로 된 이탈리아 음식을 한 번도 안 먹어 본 것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고, 이에 즉흥적으로 지도 어플을 켜 당장 근처에 있는 평점 괜찮은 아무 로컬 식당을 방문하기로 했다.


내가 지내는 로마의 숙소 옆에 작은 피제리아 가게가 있었다. 로마를 여행하고 숙소로 들어오는 길에 몇 번 스쳐 지나간 곳이었다. 내 기억상 그곳에 예쁜 식당이 없었던 것 같은데, 궁금한 마음에 지도 어플 외관 사진을 살펴보았다. 식당 외관은 마치 여행객 혹은 방문객들의 리뷰 따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매우 낡고 투박했다. 평점을 남긴 이도 많이 없어 선뜻 가기 망설여졌지만, 다른 곳을 찾기도 귀찮고 숙소에서도 가까워 그냥 이곳의 피자를 사 먹기로 했다.


일정을 마친 저녁 해가 거의 다 질 때쯤 숙소에서 약 5분 정도 걸어 피제리아로 향했다. 가게에 도착하기도 전 거리에 치즈향으로 가득한 것이 느껴졌다. 마지막 모퉁이를 돌 때쯤, 수많은 인파가 서성이는 것에 놀랐다. 다름 아닌 내가 가려던 그 피제리아의 피자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손님들이었다. 매우 의외였다. 유명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거와는 달리 현지인들 사이에서 유명한 피제리아였다. 심지어 줄을 잘 서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유럽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하게 느껴졌다. 나도 20분을 기다려 가장 기본 '마르게리타 피자' 작은 한 판을 포장했고, 숙소로 돌아와 피자를 한 입 먹는 순간 그 맛을 절대 잊을 수가 없다. 현지인들이 왜 그토록 줄 서서 먹는지 단 번에 이해할 수 있었고, 로마에서 남은 일정 이틀 동안 저녁에 그 피자만 주문해서 계속 먹었다. 우연히 발견한 피자가게였지만 이토록 맛있음에 놀랐고, 이탈리아 어느 로컬 식당은 다 맛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탈리아 음식은 재미있다. 이유인즉슨, 같은 메뉴라 해도 중간 가격대의 식당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피자나 파스타를 먹을 때, 마트에서 냉동이나 도시락 형태의 음식들을 저렴한 가격으로 가볍게 끼니를 때울 수 있는 식당이 있는 반면, 반대로 어떤 곳들은 해당 메뉴를 매우 고급화하여 '파인 다이닝(fine dining)"의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물론, 프랑스식 요리, 중식, 한식, 일식 등 어느 요리나 대중화된 메뉴와 고급 다이닝이 존재하지만, 개인적으로 여행하며 느낀 바 이탈리아 음식만큼 음식점의 개수와 퀄리티 면에서 그 스펙트럼이 다양하진 않았던 것 같다. 그만큼 이탈리아 미식은 대중화되기도 그리고 동시에 고급화되기도 한 요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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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남부



이탈리아 음식이 전 세계로 유명해지게 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 듯하다. 제일 먼저 좋은 식재료가 한몫한 것 같다. 지중해성 온화한 기후에서 자란 올리브나 포도 등 좋은 농작물들을 활용한 음식들이 많으며, 삼면이 바다라 풍부한 해산물 등 식재료들이 다양하고 질이 좋다. 또한, 북부에는 프랑스, 서쪽에는 스페인, 바다 건너 그리스와 터키, 또 북아프리카 국가들과 쉽게 향신료들을 교역하고 음식 레시피들을 교류했을 것이다.


좋은 식재료들을 바탕으로 한 이탈리아 미식이 유럽에서 인기가 많은 것은 단연코 이해할 수 있지만, 어떻게 이탈리아 미식이 유럽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대중화되었는지, 어떻게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이탈리아 미식을 즐기게 되었는지 문득 궁금해졌다. 나는 그 이유를 '미국'에서 찾을 수 있었다.


과거 19세기말에서 20세기 초까지 이탈리아 사람들은 미국으로 대거 이주했다. 당시 미국은 점령한 드넓은 땅을 개척해 나갈 사람들이 필요했으며, 특히 비슷한 문화적 배경과 인종적 동질성을 가지고 있는 대서양 너머 유럽에서 오는 이민자들을 수용하는데 적극적이었다. 시대에 따라 아일랜드, 독일, 유대인 등 국가별, 민족별, 인종별 다양한 이들이 각각의 이유로 미국 땅으로 이주했으며, 그 끝의 최종 목표는 전보다 나은 삶을 꾸리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는 것이었다. 이에 이탈리아 사람들도 아메리칸 드림을 기대하며 미국 땅을 밟았다.


이탈리아에서 이주해 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탈리아 남부 시칠리아 출신이었다. 이전에도 다룬 적 있지만, 이탈리아는 남북 지역의 갈등이 심한 편이다. 산업화에 성공한 북부 지역에 부와 자본이 몰려있는 반면, 남부는 상대적으로 개발이 더뎠으며, 북부사람들에게 무시나 차별받는 일이 허다하게 일어났다. 이런 경제적 격차는 지금도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 많은 갈등을 야기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해결되기 어려워 보인다. 과거 이탈리아 남부 사람들은 이렇게 될 거라는 사실을 진즉에 알고 있었던 것일까 그들이 겪는 불평등에 많은 불만을 가졌고, 미국으로의 이민을 기회로 여겨 더 나은 삶을 꾸릴 것이라는 아메리칸 드림을 품고 미국으로 이주하게 되었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미국 이민은 이탈리아 미식의 세계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탈리아계 이민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점점 미국 사회에 녹아들어 전반적으로 미국 전체에 많은 영향을 끼쳤기 때문이다. 초기 이탈리아 이민자들은 미국으로 넘어와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이미 미국땅에 정착해 있는 사람들이 언어도 피부색도 다른 이민자들에게 심한 텃세를 부렸으며, 은근한 차별 안에서 이민 온 다른 유럽 민족들과의 갈등까지 겪는 등

녹록지 않은 이민생활을 이어갔다. 이에 이탈리아 이민자들은 당연히 그들끼리 서로 뭉칠 수밖에 없었다. 과거 시칠리아에서 '통일 이탈리아'로부터 제대로 보호받지 못해 그들 스스로와 공동체를 지키기 위해 '마피아'라는 조직이 생겨났던 것처럼, 미국에서도 '마피아'가 활동하며 그들 이민사회를 지키기 시작했다.


그들 특유의 결속력과 높은 조직력을 통해 미국 사회에서 점점 세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 또한 매춘과 도박, 금주령 당시 술을 파는 등 어두운 사업에 손을 대며 부까지 축적할 수 있었다. 한 때는 그들의 횡포가 너무 심해 뉴욕시의 치안이 위태로웠을 정도이며, 당시 시장이었던 '피오렐로 라과디아'가 마피아들을 성공적으로 소탕해 위인이 된 기록도 있다 (뉴욕시에는 대표적인 공항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존 F. 케네디 공항' 또 다른 하나는 '라과디아 공항'이다). 이처럼 과거 그들이 미국 전체에 끼치는 영향력은 지대했으며, 초기의 차별과 불평등을 이겨내고 악착같이 이민생활을 이어가 결국 미국에 정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그들의 음식에는 마치 그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해 치열하게 살아온 그들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듯하다.


결과적으로 이탈리아 사람들이, 그중에서도 특히 남부 사람들이, 미국에서 그들의 문화와 음식을 유지했기에 미국에 이탈리아 음식 문화를 퍼뜨릴 수 있었고, 그런 미국이 세계대전을 겪으며 현재 최강국의 자리에 위치해 있기에 그들의 문화는 미디어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가게 되었다.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많이 느꼈지만, 어느 국가 어느 지역에 가도 마트에는 피자나 파스타와 같은 이탈리아 요리들이 꼭 있으며, 수요 또한 많은 걸 알 수 있다. 이탈리아 안에서 먹는 이탈리아 음식들은 당연히 이런 냉동 음식들과는 결이 다르고 훨씬 더 훌륭하지만, 어쨌든 그들의 음식문화는 세계로 퍼져나가 크게 호불호 없이 전 세계인들을 만족시켰기에 이탈리아 사람들은 충분히 자신들의 미식에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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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유럽여행 계획을 세우며 이탈리아 남부를 꼭 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이탈리아 중심에 있는 로마 밑 나폴리가 있으며, 더 밑으로 내려가면 시칠리아섬 팔레르모, 시라큐스 등이 있다. 이 지역은 따뜻한 기후는 물론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더해져 유럽인들의 대표 휴양지 중 하나다. 개인적으로 나폴리는 꼭 가고 싶어 여러 가지 계획을 세워봤지만, 이탈리아 남부까지의 긴 이동시간과 이미 세운 다른 도시들의 일정을 포기해야 했기에 현실적으로 방문할 수 있는 여유가 없었다. 아쉽게도 나폴리는 못 갔지만, 오히려 아직 이탈리아를 다시 가야 할 이유가 하나 더 남아있음에 만족하기로 했다.


나폴리는 사실 이탈리아 내에서 치안이 안 좋은 것으로 유명한 도시다. 여행계획을 세우기 전에는 나폴리를 낭만적인 항구도시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나폴리를 방문하려는 계획을 세우며 나폴리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할 때쯤 나폴리가 외국인에게 생각보다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관광객 대상으로 소매치기가 빈번하게 일어나며, 길거리가 지저분하다는 평이 많았다. 또한 후미진 골목으로 들어가는 걸 주의해야 하며, 밤늦은 시간 돌아다니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고 들었다. 잘 알지 못하는 어느 낯선 여행지나 마찬가지겠지만, 나폴리는 특히 더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 나폴리를 방문했던 지인들의 말에 의하면, 걱정한 것보다 위험한 수준은 아니었으며 조금만 유의해서 다닌다면 인생 여행지 중 한 곳이 될 것이라 나폴리를 적극적으로 추천했다. 베수비오 화산이 보이는 절경은 현실과 동 떨어진듯한 이질적인 분위기를 자아냈고, 특히 나폴리를 돌아다니며 먹었던 음식들은 모두 맛있었다며 특별히 강조했다. 현재 우리가 알고 즐겨 먹는 피자와 파스타 종류 중 나폴리에서 유래한 나폴리의 대표음식들인 경우가 많다. 그만큼 이탈리아 미식에 있어 나폴리는 가장 먼저 등장하는 곳이며, 미식이 목적인 여행이라면 나폴리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여행 중 좋은 음식을 먹는 것에 특별히 신경 쓰지 않는 나지만 추후 기회가 된다면 로마가 아닌 꼭 나폴리에서 마르게리타 피자를 먹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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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e, Italy





어른이 되는 과정



나는 이탈리아를 보면서 '우리나라와 참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여러 이유가 있는데 지리적으로 삼면이 바다인 반도인 점, 이념적으로 분단된 건 아니지만 경제적 격차로 인해 남과 북의 갈등이 심한 점, 또한 사람들의 성격이 급하고 은근 다혈질적인 점, 멋 부리는 것을 좋아하고 좋은 음식을 먹는 것에 누구보다 진심인 점 등 왠지 모르게 우리나라와 닮은 모습이 많은 것 같다.


이탈리아 남부의 사람들이 과거 어려운 삶을 타개하고자 먼 미국 땅으로 넘어가 갖가지 수모를 겪고 정착한 것처럼, 우리나라 사람들도 과거 여러 이유로 해외로 이주해 어려운 이민생활을 해나갔었다. 과거부터 이민에 호의적이었던 국가들은 드물었다. 대체적으로 이방인을 배척한 사례가 훨씬 더 많았으며, 언어와 민족이 다른 이방인들에게 멸시와 차별은 공공연하게 이루어졌었다. 그렇기에 특별한 기술을 지녀서 인정과 대우를 받으며 이민한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이민 1세대의 사람들은 그곳에 정착하기 위해 정말 치열하게 살았다.


나도 미국에서 약 5년간 거주하며 수많은 이민 1세들과 2세들을 만났었다. 미국이 과거부터 다양한 인종과 국가 출신의 사람들을 받았기 때문에 한국뿐만 아니라 인도, 중국, 베트남, 터키, 중남미계의 이민자들을 만날 기회가 많았다. 나도 한 때 이민에 있어 진지하게 고민했던 한 사람으로서 그들과 많은 대화를 했고, 해외에서 이방인으로써 살아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다. 또한 나는 그들의 삶을 주변에서 보며 이민생활은 어설픈 각오와 노력으로 절대 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달았다.


지금은 많은 사람들이 유학 혹은 주재원의 기회로 해외생활을 시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과거에는 더 나은 삶을 쫓아 무작정 해외땅을 밟은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언어도 할 줄 모르고, 교육조차 제대로 받을 수 없었던 사람들이 해외에서 번듯한 직장을 가지기란 불가능에 가까웠고, 현지인들이 기피하는 몸을 쓰는 고된 일부터 시작하며 차근차근 정착의 과정을 밟아나갔다. 어쩌면 고국에서 더 인정받고 좋은 직장을 가졌을 수도 있는 사람도 있었고, 가족과 친지, 친구들과 함께 고국에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새로운 기회, 자녀의 교육, 또 각자만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 어떠한 역경이 와도 버티며 살아갔다.


이민 1세들은 대단하다. 설령 그들이 원하는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 하더라도 그들이 해외에서 온갖 수모를 겪으며 버텼던 세월을 직접 경험해보지 않는 한 그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인지 절대 알 수 없다. 이민생활 중 힘든 순간들이 왔을 때 본인 한 몸이었으면 진즉 포기하고 돌아갔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들은 해외에서 가정을 꾸리고 책임지며, 가족들의 안위를 위해 버티고 또 버텼다. 정말 가족만 보고 고된 이민생활을 버텨왔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미국에서 이민 1세들의 눈에는 진한 독기의 눈빛과 힘든 세월을 이겨낸 흔적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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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me, Italy


과거 이탈리아 이민자들도 현재와 별반 다를 게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미국 땅을 무작정 밟아 처음에는 그들이 설 자리가 없었을 것이다. 그들도 모두가 기피하는 극한직업부터 시작했을 것이며, 그렇게 이민생활을 버텨 조금씩 미국 사회구성원으로 인정받기 위해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마피아'는 시칠리아에서부터 근원한 이미 존재했던 조직이지만, 미국 이민 중 공동체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그 존재와 역할이 더욱 중요했을 것이다. 그들이 자신 조직을 '패밀리'라 부르는 이유도 가족이라는 정체성을 강조해 스스로 지키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이탈리아 마피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영화 '대부'에서 볼 수 있는 특유의 점잔함과 세련됨이다. 사실 마피아는 원래 우리가 평소 흔히 볼 수 있는 동네 양아치와 같은 느낌이었는데, 영화 '대부'의 흥행으로 인해 그 이미지가 영화에서 보이는 모습으로 개선되고, 마피아 본인들도 그런 이미지가 마음에 들어 그 이후부터 정장을 갖춰 입고 깔끔하게 다니기 시작했다는 후문이 있다. 그만큼 영화 '대부'는 명작이며, 영화 속 인생을 관통하는 주옥같은 대사와 남자의 심금을 울리는 장면들에 내 인생 영화 중 하나다.


Never hate your enemies. It affects your judgement.
적들을 미워하지 마라. 그러면 판단력이 흐려져.

Keep your friends close and your enemies closer
친구는 가까이 두고, 적은 더 가까이 두어야 한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많이 좋아했던 나는 영화 역사상 평점이 역대 최고 중 하나인 '대부' 시리즈를 감상했다. 당시 이 영화를 이해하기에 사회경험이 많이 부족했던 탓일까 이 오래된 영화 연출에 집중할 수 없었고, 특별히 액션이라 할 것도 없었으며, 어색한 분장효과는 영화를 관람하는데 큰 걸림돌이 되었다. 꾸역꾸역 영화를 다 본 후 왜 사람들이 이 영화에 열광하고 명작이라 일컫는지 전혀 공감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흘러 사회경험을 조금씩 쌓아가고 다양한 인간관계들을 겪었다. 어느 날 SNS에서 대부의 명대사를 모아놓은 한 글을 보았는데, 그 대사 하나하나 모두 인생을 관통하는 명언처럼 느껴졌다. 그 길로 영화에 다시 관심이 생겨 2회 차 관람을 했는데, 예전에는 전혀 느끼지 못한 아니 절대 느낄 수 없었던 새로운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주변의 복잡한 상황 속에서 주인공의 고뇌와 결단, 행동을 보며 '내가 만약 저 상황에 놓여 있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에 대한 생각들을 하게 되었고, 주인공이 겪는 일련의 사건들이 우리가 현시대 사회 속 겪는 상황들과 많이 닮아 있었다. 누구를 신뢰해야 할지, 어떻게 나와 가족을 지킬지, 왜 냉정하고 이성적인 태도가 중요한지, 영화를 보며 공감과 함께 인생에 대한 조언을 얻으며 다양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Never let anyone know what your are thinking
네 생각을 절대 남한테 알려서는 안 된다.

Confidence is silent. Insecurities are loud.
자신감은 조용하고 불안감은 시끄럽다.

Complaining is silly. Either act or forget.
불평하는 건 어리석어. 행동을 취하거나 잊어버려라.


사람 관계는 신뢰로 이루어져 있다. 아니 나는 개인적으로 신뢰가 전부라 생각한다. 하지만 그 신뢰를 누구랑 나눌 것인지 현명하게 잘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는 같이 놀 수 있고 대화가 통하면 모두가 친구인 줄 알았고, 실제로 모두 친구였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 속 가치관에 따라 각자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게 달라지고, 남들한테 자신을 숨기게 되었으며, 이해관계에 따른 숱한 갈등과 배신을 겪으며 '친구'라는 범위는 계속해서 좁혀지기만 했다.


이런 복잡한 인간관계 속 자신을 지키고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는 '신뢰'라는 가치를 제일 먼저 버려야 함이 씁쓸하게 다가왔다.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통제할 수 있는 존재는 밖에 없기에 내가 예상치 못한 다른 변수를 차단하기 위해서 나 스스로를 믿는 것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상대방에게 애써 신뢰를 주었음에도 신뢰로 되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많았으며, 그렇게 타인을 향한 기대감이 서서히 사라지게 되었다. 말을 최대한 아끼게 되었으며, 행동을 조심하게 되었다. 무의식 중 주변과 사람들을 계속 관찰하며 직관적인 판단을 내리고 상황을 파악하는게 습관이 되었으며, 혹여나 갈등이 일어날 때면 감정적이기보단 평정심을 유지해 현명한 선택을 내릴 수 있게끔 노력하게 되었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는 것 같았다.


어른이 되는 것, 성숙해져 가는 것은 단순히 나이가 먹는다고 되는 게 아닌 것 같다.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며 스스로 지킬 방법을 깨닫는 것.

경험에 따른 여유를 가지고 현명하게 대처해나갈 줄 아는 것.

끊임없이 상처받고 데여 무너지더라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내성을 기르는 것.

그리고 자신이 삶에서 배운 것들을 잘 정리하고 소화해 그것을 활용한 책임을 질 줄 아는 것.


진정한 어른이 되는 것은 인생에서 마주하게 되는 어려움을 계속 극복해 나가며, 세상의 중심이 자기 자신인 것에서부터 벗어나 세상에 속한 자기 자신을 정확히 인식하고 주변의 세계를 정확히 인지하며 그에 적절한 행동책임감을 지며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행복노트 #50

자신이 가진 기대가 지속해서 좌절되고, 그것을 현명하게 이겨내는 과정 속에서 우린 어른이 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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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인스타그램: @domkim.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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