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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설 May 20. 2024

토지 1부 1권 ②

《 토지 1부 1권 ② 》


시간은 각일각 태어나고 죽어간다. 그러나 시간은 우리 삶에서의 광활한 느낌이며 한편 편의를 위한 구분인데 그것이 있느냐 없느냐를 따진다는 것은 끝없는 문답이 될 것이다. 다만 모든 생명의 삶 자체가 끝없이 오는 것이며 가는 것이라는 사실, 한없이 나타났다가는 사라지는 느낌, 그런 것들과 궤도를 함께하고 있다는 것은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비극과 희극, 행과 불행, 죽음과 탄생, 만남과 이별,  아름다움과 추악한 것, 환희와 비애, 희망과 절망, 요행과 불운, 그러한 모든 모순을 수용하고 껴안으며 사는 삶은 아름답다. 그리고 삶 그 자체만큼 진실된 것도 없다.

지도 한 장 들고 한 번 찾아와 본 적이 없는 악양면 평사리. 악양 평야는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외부에서는 넘볼 수 없는 호수의 수면같이 아름답고 광활하며 비옥한 땅이다. 그 땅 서편인가? 골격이 굵은 지리산 한 자락이 들어와 있었다. 지리산이 한과 눈물과 핏빛 수난의 역사적 현장이라면 악양은 풍요를 약속한 이상향이다. 두곳이 맞물린 형상은 우리에게 무엇을 얘기하고 있는가. 고난의 역정을 밟고 가는 수없는 무리. 이것이 우리 삶의 모습이라면 이상향을 꿈꾸고 지향하며 가는 것 또한 우리네 삶우 갈망이다. 그리고 진실이다.

- 박경리작가의 토지책 서문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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