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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언제까지 억지로 공부시키는 일을 해야할까?

아직 지독한 슬럼프를 겪는 중입니다.

by 느뇽

시험기간이 끝나고, 점수를 딱 받아보니 한가지 사실이 확실해졌다고 말씀드렸죠.



성적은 결과일뿐이구나.

이 아이가 잘못된 공부습관을 바로잡지 않으면 성적은 꿈쩍하지 않는구나.

근데 이 습관이라는건 바꾸기가 정말 어렵다.

난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전쟁을 치루면서 아이를 바꾸고, 성적을 올려야하겠구나.



그런데요, 시험이 끝나고 조금 더 지나니까 더 큰 회의감이 몰려오더라구요?



난 대체 언제까지 수학이 싫어 죽겠는 아이들을 억지로 공부시켜야할까?

내 직업의 보람은 어디에서 얻어야할까?



공부가 싫어 죽겠는 학생의 작품,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아하는 아이 :)




아이들 마음이 제일 붕 뜰때가 언제인지 아시나요?



시험 끝난 직후.

그리고 졸업 사진 찍는 시즌. 그리고 수학 여행, 현장 학습 가는 시즌.

바로 5월이 그런 기간입니다....



아이들이 마치 작정한듯 공부를 안하기 시작했습니다.

실제로 말하진 않았지만 "저는 절대로 오늘 공부할 생각이 없어요!!" 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요.



현장 체험 학습 다녀오느라 공부할 문제집도 안가지고 놀다가 바로 학원으로 오고,

졸업 사진 찍고 놀이공원에서 놀다가 학원으로 오고,

그 상태에서 공부가 될리가 있나요.



저는 마음이 급했습니다.

기말고사가 7월 첫주에 있는데, 지금 아이들 수준을 보면 2달로는 한참 부족한데.

아이들은 공부할 생각이 전혀 없으니 어떻게 해야하지.



그래도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마음은 붕 떴지만 애써 부여잡고 공부를 합니다.

그래서 수업이 진행은 됩니다.

그런데 '공부싫어' 아이들은 마치 제가 교실에 없다는듯 떠들고 놀더라구요.

모두가 한 마음으로 공부할 생각이 없으니 수업 진행 자체가 어려웠습니다.



문제풀다 지겨워서 연습장으로 하트를 접은 학생.. 그래도 난 너희가 좋아!





아이들이 똑같이 말을 안들어도 유독 지치는 시기가 있는데 5월이 저에겐 그런 한달이었습니다.

출근하기가 두려울 정도로, 통제가 안되는 아이들을 데리고 수업을 하는게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너무나 지쳤습니다.



저는 아무리 감기가 심하게 걸려도 집에 가만히 못있어서 밖으로 놀러나가는 사람인데요,

이번 5월은 얼마나 지쳤는지 주말이 되면 사람과 대화할 힘이 없어서 방에 가만히 앉아만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저에게 말을 거는것조차 버거울정도로 진이 다 빠지는 시기를 보냈습니다.



아무래도 세상에 공부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들은 없는 것 같아.

나는 배우고 싶어하는 학생을 가르치고 싶어.

그런 애들이 세상에 있을까? 있긴 하겠지.

하지만 이렇게 놀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억지로 잡아다가 공부시키는 것은 내 적성에 너무 안맞아.

하기 싫어 죽겠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시키는 것이 과연 꼭 필요한 일인지도 모르겠어.

아이들에게 진짜 도움되는 것을 가르치고 싶다.



저는 이런 고민이 계속되는 나날들을 보냈고

세상 모든 선생님들이 정말 존경스럽게 느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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