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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내 마음대로 해볼걸

딱 한 가지 후회되는 사실

by 느뇽

저의 10대 시절을 돌이켜봤을 때,

가장 아쉬운 것을 하나 꼽자면 '더 많은 시행착오를 해보지 않은 것'입니다.

좀 더 거칠게 말하면, '더 내 맘대로 살아보지 않은 것'입니다.


누군가는 "이 사람 팔자 좋은 소리 하네 누가 안그러고 싶어서 안그러나" 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저는 14살때까지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정말 신기할만큼 아무 기억이 없어요. 고등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여러가지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14살 때까지의 기억은 14년이나 되는 시간 중 한 두장면 기억이 날까합니다. 그 시절의 저는 "살아있다고" 말하기는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 부모님이 이 글을 보시면 속상해하시겠지만 저는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시절 저의 유일한 목표는 '부모님께 잘 보이는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저뿐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그 나이에는 그럴겁니다. 부모님께 예쁨받아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능적으로 생각하거든요. 그 때 제 삶에서 '나'는 없었습니다. 오직 엄마 아빠가 시키는대로만 살았거든요.




제가 기억나는 한 두 장면은 모두 공부를 하는 장면이거나, 공부를 안한다고 혼나는 장면입니다. 슬프지만 사실이에요.


저는 초등학생 때 문제집을 엄청 많이 풀었습니다. 학교가 끝나면 친구들과 놀지 못하고 항상 집에 와서 좁은 방 안에서 문제집을 풀어야했습니다. 해야할 공부가 태산처럼 쌓여있었기에 놀 수가 없었어요. 학원 숙제도 해야하고, 구몬도 풀어야하고, 집으로 배송오는 어려운 책들도 읽어야했어요.


아마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저는 반항할 용기는 없을 것 같아요. 그 시절은 부모님 눈밖에 나면 큰일난다고 생각할만큼 어리니까요. 그 때 저는 제가 '살아있지 못하다는 것'도 인식하지못할만큼 마음이 죽어있었던 것 같아요. 원래 다들 이렇게 사는줄 알았어요. 저희 집안은 친척들까지 모두 공부를 엄청 잘하는 집안이라 엄마는 사촌 오빠들이 항상 집에오면 얌전히 공부만 하는 모습을 봐왔고, 학생이 학교 끝나면 집에 와서 얌전히 공부하는게 너무 당연했던거에요. 저희 엄마도 지금은 조금 후회하신대요. 초등학생 때는 그냥 열심히 놀라고 할걸 하면서요. 엄마도 몰랐던거죠.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제가 15살이 되면서 저를 찾아가기 시작했어요. 물론 엄마 아빠 몰래요. 15살때부터 20살 때까지 고3 1년을 빼고 5년이라는 시간동안 저는 평생 해볼법한 이상한 행동을 다 해봤어요. 제가 제 인생에서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이에요. 물론 부모님 입장에서는 애가 엇나간다고 생각하셨었지만요. 저는 오히려 '더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것 다 해볼걸' 아쉬움이 남는 시기입니다.




앗, 하지만 오해하진 마세요?

저는 제 인생을 매우 소중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저에게 해가 될 행동이나, 후회될 행동이나, 돌이킬 수 없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았습니다.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열심히 놀았을뿐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라면 자기 자신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거나, 소중히 여기고 싶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내가 소중하다면 지금 나의 잘못된 행동이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할 일로 남지 않도록, 잘 생각해서 자유로움을 택해야해요.


제가 했던 일탈의 수준은 아주 순수하고 귀여웠답니다.

친구랑 산에 가서 아무도 없는 길 탐험해보기. 그러다가 버섯 캐는 분들을 만나서 위험하다며 끌려내려왔습니다. 친구랑 야자 째고 길에 버려져있는 페달 없는 자전거 타고 한강까지 갔다 오기. 야자째고 학교 뒤 계곡가서 놀기. 학교 끝나고 계곡가서 물놀이 하고 교복이 흠뻑 젖은채로 칼국수 먹으러 가기. 학교 동상 기어 올라가서 사진찍기. 산 비탈길에 돗자리 깔고 놀다가 굴러내려와보기. 사람 많이 다니는 시내 광장에 담요 깔고 누워서 별보기.




제가 그렇게 놀러다니면서, 어떤 일이 벌어졌냐면요. 담임 선생님이 저희 엄마한테 전화를 하셨어요. 은영이가 공부 안하는 친구들이랑 몰려다니면서 놀기만 한다고. 그 뒤로 어떻게 됐냐구요? 엄마는 담임 선생님의 전화를 크게 오해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셨고, 이럴거면 학교 가지 말라며 아빠랑 합세해 저를 엄청 혼냈답니다.


아마 저는 그 때부터 꽤 오랫동안 어른을 믿지 않기 시작했고, 엄마 아빠한테 입을 닫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제 말을 믿지 않고 담임 선생님의 전화 한통으로 제 친구들을 판단한 엄마 아빠한테 크게 실망했었거든요. 물론 성적으로 사람을 판단해 엄마한테 전화를 거신 담임선생님께 느낀 실망감은 말할 것도 없고요. 엄마아빠가 학교 가지말라고 했던 그 순간의 장소, 느낌, 분위기 모두 아직도 아주 생생하게 기억이 납니다.


그때 전 이렇게 생각했어요. "더 열심히 놀아야지"

사람은 언젠가는 반항하는 시기가 한번은 오더라구요. 어릴 때 바르게 자라면 결혼해서 애 낳고 오거나, 더 시간이 지나 갱년기로 오거나. 사람은 살면서 크게 한번은 억눌렀던 것이 터지는 시기가 분명히 오는 것 같아요.




제가 아는 분은 부모님 속 한번도 안썩이고 정말 착한 딸로 자랐는데, 애 낳고 그게 다 한번에 터져서 우울증이 심하게 와서 자살 시도까지 했었다고 하셨어요. 그러니 절대 억누르고 살지 말아야 해요. 우리 하고 싶은건 다 하고 살자구요. 가능하면 어릴 때요.


뭐든 어릴 때 해야 나에 대해 더 빨리 알게 되고, 그렇게 더 내 길을 빨리 찾아갑니다. 그러고 보면 저는 10대, 20대에 하고 싶은걸 다 해봐서 참 다행이에요. 원 없이 내 마음대로 살아본 것 같아요.


혹시 이 글을 보시는 부모님이 계시다면, 내 자녀가 엄마 아빠의 말을 너무 잘듣는 바른 아이라면 좋아만 할게 아니라는걸 꼭 알아주시면 좋겠어요. 그 아이는 부모님께 미움 받고 싶지 않아서 자기를 없애고 부모님이 원하는 나로 살아가고 있을 수 있거든요. 아이가 스스로 마음 가는대로 살아볼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 그래야 빨리 자기 인생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저희 엄마는 정말 걱정이 많은 사람이에요. 세상 모든 게 다 걱정거리인 사람이죠. 그래서 스스로도 부모 걱정시킬 짓 한번 안해봤다고 말씀하시는데요, 엄마만 모른답니다. 엄마가 갱년기가 얼마나 쎄게 왔었는지요. 엄마는 제가 시행착오 겪는걸 너무 싫어하셨어요. 시행착오를 전부 '실패'라고 여기시고 '왜 그랬냐며, 그러지 말았어야지" 라고 타박하시는 분이세요. 전 그럴 때마다 말했습니다. "엄마, 난 세상에서 경험해볼 수 있는건 다 해볼거고, 할 수 있는 실패는 다 해보고 싶어. 그러니까 말리지 말아줘. 다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할거야"





시행착오는 빨리 해볼수록 좋다고 하잖아요.

더 어릴 때, 잃을게 비교적 적을 때, 마음 껏 도전하고 시행착오 경험해보시고, 마음대로 살아보세요.

다른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예쁨 받기 위해 타인이 원하는 나로 살아가지 않길 바랍니다. 하루 빨리 진짜 나를 찾아 내 인생을 살아가면 좋겠습니다.


최대한 어릴 때 많은 시행착오 경험해보세요.


시행착오는 실패가 아닙니다. '새로운 경험'입니다. '나'에 대해서 더 알 수 있는 순간이고, '새로운 세상'을 알아갈 수 있는 순간이고, 내 시야가 넓어지는 순간입니다. 나에 대해 알면 알수록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자신감도 생길거에요.


우리 모두 '실패'를 두려워하는 사람이 아니라,

'새로운 경험'을 반가워하고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배우고 느끼는 사람이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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