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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농땡선녀 Jul 15. 2024

정님 씨, 현금 천만 원 인출 소동

수술을 앞둔 어느 날 정님 씨가 은행에 갔다.

여전히 통장을 들고 출금 용지를 적어내는 옛날 사람 정님 씨가 현금 천만 원을 요청했다.

은행원은 당황했다.


"천만 원을 현금으로 한 번에 찾으신다고요?
어디에 쓰시려고요? 혹시....


내가 원래 현금으로 써요.
과일도 사 먹고 휴지도 사고 그래요.
손주 손녀 용돈도 주고.


그래도 어머님, 이렇게 큰돈을 한 번에 찾으시면 위험해요.
필요한 만큼만 찾으시고 다음에 또 찾아 쓰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아녜요.
여러 번 오기 귀찮아서 그래요.
그냥 천만 원 다 찾을래요.


그러면 어머니.
이렇게 큰돈을 한 번에 찾으시면 저희가 어디에 쓰시려는지 알아야 하고
그게 불명확하면 저희가 경찰에도 연락을 해야 해서요.


아니, 천만 원이 무슨 큰돈이라고 경찰을 불러요?
그냥 내가 필요해서 찾는 건데.  
이게 무슨 큰돈이라고 참, 나.



결국 은행에서는 경찰서에 연락을 했고 경찰관 두 명이 왔다고 한다.

주민등록증과 거주지, 연락처 등을 확인한 경찰은 앞선 은행원과 같은 질문을 했고 똑같은 대답이 반복됐다.

결국 자식 누군가가 급히 돈이 필요하다고 연락 온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속아 현금을 넘겨주려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한 경찰은 남동생에게 확인 전화까지 한끝에 돌아갔고,

정님 씨는 무사히 천만 원 현금을 들고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며칠 후 둘째 딸과 백화점 쇼핑 중이던 정님 씨는 현금으로 결제를 했다.

그러곤 뜬금없이 "며칠 전 은행에서 천만 원을 현금으로 찾았는데..."를 시전 했다.

아니 딸도 처음 듣는 이야기를 백화점 직원에게 시시콜콜 이야기하더란다.  

깜짝 놀란 둘째 딸이 꼬치꼬치 캐물으니 그제야 이야기하더란다.

그것도 묻는 말에만.

아마도 정님 씨는 은행에서의 소란이 부끄러웠던 모양이다.



그러게 시원하게 말하지 그랬어요.

"나 수술하는데 수술비로 쓰려고 현금 찾았다."라고.

왜 정작 중요한 말은 안 하고 과일 사 먹고 용돈 준다는 얘기만 했냐고요.

그리고 수술비 우리 공동 경비로 지불하니까 엄마는 그냥 수술만 하시면 된다니까

왜 현금을 찾아 집안에 쌓아두냐고요.

누가 보면 부자인 줄 알겠네.

그냥 카드 쓰시라니까 현금으로 사면 깎아준다고.

그런 거 요즘 없다고 말해도 고집을 부리고 현금을 고집하는 옛날 사람 정님 씨의 웃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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