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은 자리를 잃는 세상
안녕하세요, 심리 연구원입니다.
저도 자기소개를 할 때 '심리 연구원'이라는 직함을 사용합니다.
그럴듯해 보이죠?
하지만 문득 이런 의문이 듭니다.
이 직업이 정말 현대 사회에 필요한 형태일까요?
이제 연구원이라는 직업의 수명이 다해갑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심리 엔지니어입니다.
심리학계에는 'P-Hacking'이라는 용어가 있어요.
연구자가 통계적 유의성(p-value < 0.05)을 억지로 끌어내기 위해
수많은 분석 방법을 시도하는 행위를 뜻합니다.
즉, 논문에 실릴 만한 결과를 미리 정하고,
그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통해 과정의 정당성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예를 들어 "내향적인 사람일수록 혼밥을 자주 한다"는 가설을 세웠다고 해보죠.
내향성 관련 설문 문항들을 여러 개 조합하고,
혼자 밥을 먹는 주기(주 n회, 월 n회 이상 등)를 계속 조정하여
결국 "내향적인 사람은 혼밥을 자주 한다"라는 결론을 정당화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잠깐 생각해 보세요.
'내향적인 사람이 혼자 밥을 먹는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에게 어떤 실질적 가치를 제공하나요?
이와 비슷하게 매달 쏟아져 나오는 논문들의 주제들 한 번 보시죠.
"인간관계 연결이 끈끈하면 사회가 더 안전하다고 느낀다"
"스트레스를 잘 다루면 진로 선택을 수월하게 한다"
스치듯 지나가면 "그렇구나" 싶은 제목들이지만,
이런 논문들은 게재된 후
누군가의 학위와 교환되고는
디지털 공간 어딘가로 사라져 버립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실제 현장에서 나타납니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높은 학점을 받은 사람들조차
실제 인간의 심리를 다룰 때는 엉뚱한 접근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배운 이론을 기계적으로 적용하거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죠"라며
정말로 듣고 맞장구치는 것만 하는 사람들이 허다합니다.
먼저 '엔지니어'라는 개념을 살펴볼까요.
중세 시대에는 성벽을 무너뜨리는 기계를 조작하는 기술자를 의미했고,
산업혁명 이후에는 증기기관이나 철도 등의 기계와 구조물을 설계하는 의미로 확장되었습니다.
현대에서는 기계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시스템, 조직 등에 대한
'복잡한 문제를 설계하고 해결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이제 심리학에도 엔지니어링 개념이 필요한 시대가 왔습니다.
누군가 마음의 문제를 호소할 때,
그 문제가 어떤 종류인지 분류하고
'너무 지나치지도, 너무 모자라지도' 않은 적절한 방법을 찾으라는 뻔한 조언 대신,
실제로 그 문제가 해결되도록 만드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진정으로 한 사람의 삶이 변하는 실질적인 솔루션을 만들어내는 것이죠.
2025년 7월, 일론 머스크는 xAI 채용 공고를 통해 흥미로운 선언을 했어요.
"연구자"라는 직함을 공식적으로 폐지하고
"엔지니어"라는 개념만을 적용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는 "연구자란 학계의 유물일 뿐, 오직 엔지니어만 존재한다"며,
연구와 엔지니어링을 구분하는 것이 실제 혁신을 저해하는
이중 계층 구조를 만든다고 지적했습니다.
가장 어렵고 복잡한 분야에서
가장 많은 혁신을 가져온 SpaceX의 원동력은
실질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것이었습니다.
현대 심리학이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려면,
현상 분류와 측정 중심에서 벗어나 실질적 문제 해결 중심으로 진화해야 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이론을 늘어놓는 연구원이 아니라,
심한 문제는 정신과 의사를 찾으라는 말 뒤로 숨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의 삶을 개선시킬 수 있는 심리 엔지니어들입니다.
이런 변화가 일어날 때,
심리학은 비로소 학계의 상아탑을 벗어나
현실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심리학에 이미 몸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이 이야기를 부정해요.
그러나 미래에 심리학의 꿈을 꾸는 분들이라면
제 말을 믿으세요.
'약물 치료' 없이도 문제를 해결하는 '엔지니어'가 되겠다는 것을 목표로 잡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