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이 정도면 괜찮은 삶이지", 제네시스 GV80

한국 부자들이 GV80을 선택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by 황준선
우리나라에 부자가 저렇게나 많나?


그렇다.

GV80을 타고 다니면 부자가 맞다(물론 그 의미의 상대성은 해석하기 나름).

그리고 도로에 무수히 많이 보이는 GV80.

한국엔 정말로 부자가 많다.

그래서 GV80 소유자들의 심리는 곧 우리나라 부자들의 심리를 엿보는 좋은 수단이 된다.




제네시스 GV80은 단순한 SUV를 넘어 한국 사회의 독특한 문화적 코드를 담은 플래그십 모델이다.

국산 브랜드 최초로 수입차에 맞먹는 위상을 확보하며,

한국인의 '성취와 체면'이라는 복합적 욕구를 절묘하게 충족시킨 상징적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사회적 의미와 상징성

GV80의 등장은 그동안 수입 SUV가 독점해 온 프리미엄 시장에 균열을 가했다.

장대한 차체와 세련된 실루엣, 점잖음을 잃지 않은 세련미가 돋보인다.

전통적 겸손함과 적극적 과시가 공존하는 독특한 정서,

즉 '한국인다움'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결과물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시장 성과와 고객층 분석

2024년 국내 판매량은 36,810대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당연하게도 주요 고객층은 50대 남성이 중심을 이루며,

40대와 60대의 비중도 상당하다.


남성 오너가 80% 이상을 차지하는 이 집단은 경제적 기반이 탄탄하고,

내가 보이고픈 품격에 대한 욕구가 명확한 특징을 보인다.

출처: 현대자동차

구매자의 심리와 소비 트렌드

GV80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은 자기만족과 체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는 한국적 정서가 반영된 선택을 한다.


"이 정도면 꽤나 괜찮은 삶이지"라는 자기 확신이 강하면서도,

늘 나보다 더 잘 나가는 사람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 존경심,

그리고 약간의 시기심까지 복합적으로 갖추고 있다.


이러한 심리는 직업군별로 다르게 표출된다.

사업가들은 돈을 위해선 물불 가리지 않는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아 하며,

우아하고 여유롭게 돈을 버는 사업가처럼 보이고 싶어 한다.


반면 고소득 또는 전문직 종사자들은 "저보다 잘 버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요"라는

겸손함을 앞세우면서도 자신의 지위를 은근히 드러내고자 한다.


GV80 쿠페의 판매 저조는 이러한 심리를 잘 보여준다.

중후함이 아니라, 날렵함과 역동성이 중요했다면

차라리 다른 브랜드를 선택하겠다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물론 설계부터 쿠페가 아니라, 기존 GV80에 뒤통수만 깎아서이기도 하겠지만...)


GV80 오너들이 추구하는 것은 모든 걸 쏟아내는 열정!!! 이 아니라

적당히 우아하고, 적당히 가정적이며, 그러나 꽤나 능력이 있는

바로 그런 '안정감 있는 성취'의 표현인 것이다.




GV80은 국산차의 실용성과 수입차만큼 비싼 가격이라는 상징성을 하나로 융합한

한국만의 독특한 자의식, 즉 '품격 있는 성공'을 구현한 대표적 SUV다.


실질적 성공의 결과물을 품격 있게 드러내고 싶은

한국 사회 중장년층을 위한 프리미엄 선택지로서,

국내 자동차 시장에 강렬하고도 의미 있는 족적을 남기고 있다.

keyword
이전 13화브랜드의 철학을 상징하는 BMW 3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