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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니 Jun 12. 2024

사수 없이 맨땅에 헤딩하기

더 성장할 나를 위해, 더 성장할 날이 올 거예요.

서비스 기획자로 첫 근무를 하게 된 회사에서는 사수가 없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사수가 팀장님이었으나 서비스 기획자로서의 경력이 없으신 분이었다.

게다가 그 회사는 출판업을 하다 보니 웹, 모바일 서비스가 따로 없어 새로운 서비스를 개척해 나가야 했다.

또한 나의 사수인 팀장님은 업무로 바쁜 나머지 나에게 신경을 써줄 여력이 없으셨다.

그렇다고 해서 가만히 있는 성격은 아니라서 스스로 이것저것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았다.


제가 도와 드릴 일이 없을까요?

팀장님께 말씀드려 어떻게 해서든 할 일을 만들어내고 내 필요성을 증명해 보였다.

그러나 스스로 찾는 것도, 할 일을 요청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어느 날은 업무에 속도가 붙지 않기도 하고 점점 나태해져 갔다.


또한 이전 회사는 워터폴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보니 기획을 끝내면 디자인과 개발을 차례로 하는지라 나는 항상 시간이 남았다.

남들은 다 바쁜데 나 혼자만 여유로우니 때로는 무력감에, 때로는 내 직무의 존재 가치가 의심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매일 업무에 관한 모든 궁금 사항을 물어볼 수는 없어서 스스로 랜선 사수를 헤매기도 했다.


이런 방법을 도입하면 어떨까요?

나는 신입으로 입사를 했지만 우리 팀의 모든 프로젝트 관리를 도맡고 있었는데 업무가 어디까지 진척되었고 어떤 업무가 남았는지 한눈에 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했다.

그래서 프로젝트 관리를 위해 지라나 노션을 도입하자고 팀장님께 여쭤보았다.

노션을 둘이서만 써보자고 하셔서 노션 템플릿을 만들었고 그렇게 노션으로 프로젝트를 관리했다.

또 SB라 불리는 화면설계를 PPT로 하다 보니 매번 문서를 전달하고 수정 시에 문서를 또 전달해야 해서 불필요한 문서들이 쌓여가기에 피그마를 도입하자고 제안도 했다.

그래서 나의 마지막 프로젝트였던 교과서 교수 지원 사이트의 모바일 버전과 영어 문법 출제 프로그램은 피그마로 화면을 설계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다.

프로젝트 관리의 경우 나와 팀장님만 노션으로 관리를 하다 보니 다른 팀원들은 해당 내용을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디까지 업무가 진척되었는지 매번 묻고 답하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또한 피그마는 입문 문턱이 조금 높은 편이라서 피그마를 사용해보지 않은 팀원들에게 알려줘야 하는 상황이 왔다.

피그마와 노션은 분명 협업에 있어서 좋은 툴이었으나 초기 도입 시에는 어느 정도 배움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내가 간과했다.


성과는 분명 있었다. 이전보다 프로젝트 관리가 더 효율적이게 한눈에 볼 수 있게 되었다는 점, 그리고 피그마로 화면을 설계하니 PPT로 할 때 보다 더 생산성이 올라갔다는 점이다.

하지만 팀원들이 툴을 모르는 상황이면 오히려 리소스가 더 들어갈 수 있는 위험도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경험이었다.


이렇게 나는 내 필요성을 증명하기 위해 스스로 업무를 찾아내고 새로운 방식을 도입해 업무 효율성을 올리고자 노력했다.


사수가 없는 서러움

그러나 나에게 인사이트를 줄 사수가 없이는 이러한 노력들이 빛을 발하기는 쉽지 않았다.

신입으로 들어왔으나 알아서 해야 하다 보니 나 스스로 이렇게 하는 것이 잘못되었고 잘되었고를 파악할 수 없었다.

난생처음으로 백엔드를 구축하고 서비스의 모든 정책을 정하고 프로젝트 관리를 하고..

이 모든 것을 인터넷에서 찾아보며 해가다 보니 꼬이는 부분도 많았다.

그 과정에서 스스로 다음엔 이렇게 해야겠구나 하고 깨달은 게 많았지만 디자인이나 개발 중에 문제가 생기면 원인은 나의 기획 실수로 몰리기도 했다.

항상 먼저 맨땅에 헤딩을 해봐야 알 수 있어서 사수가 없는 것이 때로는 억울하고 서럽기도 했다.


내 성장의 J커브

그러나 한편으로는 내 성장에 급격한 J커브를 가져다준 시기가 이때였다.

1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나는 교재의 부수적인 서비스를 4개나 기획하고 교수 지원 사이트의 프론트와 백엔드를 구축하고, 기존 서비스의 UXUI를 개선하였다.

사수가 없이 그 모든 과정을 하다 보니 서비스 기획자로 1년이 안되게 근무했음에도 필요한 역량을 충분히 기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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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회사나 체계가 있는 회사가 아니면 보통은 사수가 없거나, 또는 사수가 있어도 크게 배울 수 없는 회사들이 많다.

그러나 그 안에서도 스스로 할 일을 찾고 기획을 하다 보면 사수가 있을 때보다 성장할 수 있는 폭이 가파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방향성을 잘못 잡아도 괜찮다. 시행착오는 우리를 더 성장하게 한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사수가 없다고 해도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시간으로 여기고 악으로 깡으로 존버해 보자.


사수 없이도 괜찮아요. 더 성장할 나를 위해, 더 성장할 날이 올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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