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일에도 웃을 수 있도록

by 티숙

아침에 일어나면 전기 포트기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차 한 잔을 내린다. 평소 같았으면 조용하게 차를 마시며 지나가는 오전 시간. 그날은 차를 마시면서 일을 했다. 당연히 차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고 사용한 다구들을 정리하지 못한 상태로 출근길에 나서야 했다.


왜 출근 전부터 일을 해야 하는 거지.


거의 같은 패턴으로 불만이 피어오른다.

'왜 이렇게 바라는 게 많아?'->'돈을 많이 주는 것도 아니잖아 '->'그냥 그만둬야지'

회사 생활에서 시작된 불만들은 회사 밖 내 생활에도 번져간다. 퇴근 후 집에 와서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마음속에 독이 그득그득 차버린 날에는 차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그저 뇌를 저 멀리 던져둔 상태로 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무한 스크롤링에 빠져 불만이 가득한, 힘들어하는 나를 회피한다. 어제도 나는 그렇게 내 시간들을 쓰레기통에 휙휙 던졌다.


출근길 지하철 역으로 향하며 에어팟을 귀에 끼워 넣었다. 먼저 끼운 쪽에서만 음악이 흘러나오다 나머지 한쪽에서 음악이 같이 나왔다. 순간 기분이 좋아졌다. 먹먹하게 느껴지던 소리가 확 바뀌며 공간감을 만드는 것이 신비롭기까지 했다. 이 순간을 맞이하고서야 내가 모든 것에 불만을 품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불만이란 놈은 전염성이 강해 여러 가지 감정을 물들인다. 이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가장 먼저 전염되는 조그마한 감정들에 더 집중하는 것. 일상이 퍽퍽해질수록 작은 기쁨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된다. 꽃을 보고, 하늘을 보고, 바람을 느끼며, 빵 굽는 향을 맡으며, 그리고 차를 마시며 느낄 수 있는 기쁨들을 지켜내는 것. 조그마하고 아름다운 기쁨을 지켜야겠다.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을 바라보고 소중히 해야지.


초원이 아름다운 이유 중 하나는 보일 듯 말 듯 피어있는 작은 야생화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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