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2세로 살아온 대표의 비밀 공유 Ch.2
나는 어릴 때부터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하고 또 춤추는 걸 좋아했다.
책을 읽으라고 주면
책에 적힌 글씨에 나만의 멜로디를 붙여 노래처럼 부르고
또 티비를 보는 게 금지였지만
아버지가 뉴스를 방에서 보실 때
가끔 나오던 CF 배경음악에 리듬을 타며 춤을 추기도 했다.
자기 전에 베개를 앞에 두고 상대방 배우라고 상상하며
나만의 대사를 만들어 연기를 했다.
하루는 우는 연기
하루는 화내는 연기.
부모님이 새벽기도를 하러 가시는 새벽에
문득 눈이 뜨면 바로 안방에 들어가
티비를 몰래 틀곤 했는데
새벽이라 만화영화는 하지 않았고
뮤직비디오가 계속 리플레이되는 채널이 있었다.
나는 그 채널을 보면서 가요를 들었고
그 사람들을 동경하기 시작했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노래, 춤과 연기를 한 번에 다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게 몰래 눈으로 익힌 노래와 춤을 흥얼거리기 시작했고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틈날 때마다 흥얼거리며 춤을 연습했다.
하루는 학교에 돌아와 조용한 빈집에서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안방에서 티비를 틀어놓고 나오는 배경 음악에 심취해 춤을 추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티비가 꺼져 문쪽을 바라보니 어머니가 굳은 얼굴로 서서 나를 쳐다보고 계셨다.
지금도 머릿속에 생생할 만큼 차가운 얼굴과 말투로 어머니는
이런 노래와 춤을 다시는 하지 말라고 하셨다.
매를 맞은 것도 아니고
큰 소리를 낸 것도 아니지만
어머니 표정에 나는 애정이 식음을 느꼈다.
그리고 내가 큰 잘 못을 했음을 느꼈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내가 해선 안 되는
나쁜 행동이구나 생각했고
그 이후로 나는 자기 전 상상 속으로만 춤과 노래 연기를 하곤 했다.
그렇게 노래와 춤 연기를 좋아하는 나를
어머니는 교회 활동을 시키셨다.
가요 대신 느낌이 항상 비슷비슷한 찬송가를 부르고
웨이브 대신 경건한 율동을 하고
또 크리스마스나 교회 이벤트에 맞춰
연극에서 아이 다운 연기를 할 수 있게 해 주셨다.
그래도 그나마 나았던 건 사람들은 내 목소리를 칭찬했고
내 춤 선을 좋아했고
금방 대사를 외우고 무대에서 떨지 않고 연기하는 어린 목사 딸을 정말 예뻐했다.
사람들은 나를 축복받은 2세,
미래 목사라고 불렀다.
나는 정말 큰 인물이 될 거라며
모두가 나를 부러워하고 또 고귀한 존재로 봤다.
내가 노래를 잘하고 춤을 추고 연기를 잘하는 것도
내가 글을 잘 쓰고 말을 또박또박 잘하는 것도
다 내가 축복받은 아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나는 교회만 오면 가장 빛나는 아이였고
세상에서는 큰 비밀을 안고 사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가장 평범하지 않은 아이였다.
세상과 교회의 생각은 너무나도 달랐다.
초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학교 친구들은 남자 친구 여자 친구를 이야기 하기 시작했고
누가 좋다, 고백을 할 거다 등 연애에 관심사가 많아졌다.
난 알았다, 나는 평생 연애라는 걸 못 해 볼 거란 걸.
일요일이면 저학년들은 어른들이 예배를 드리는 3층이 아닌 2층에서 주일 교사 선생님과
함께 항상 어린이 버전의 말씀을 듣곤 했다.
그때 선생님은 아담과 하와의 죄에 대해 말을 해주셨고
우리는 우리의 몸을 성전과 같이 지켜야 한다고 당부했다.
기독교에서도 아마 비슷한 이야기를 말해주는 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이비 종교에서는 연애를 하는 순간 지옥이었고
우리 종교에서는 연애하는 사람은 절대 있을 수 없었다.
교회를 잘 다니던 대학생 오빠가 여자 친구를 비밀리에 사귀고 있었다는 이유 하나로
울면서 회개하던 걸 보며 난 얼마나 연애가 큰 죄인지 어린 나이에 인지했었다.
다가오는 이성은 사탄이며 연애를 하는 순간 다시는 천국에 갈 수 없고
지옥행이라고
불타는 지옥에 가랑이에 꼬챙이가 찔려 비명을 지르는 나체의 여자와 남자의 그림을 보여주며
절대 해서는 안될 행위라고 우리 모두에게 알려주고 또 알려주었다.
그리고 담배와 술에는 뱀의 형상의 사탄이
티비 미디어에서는 사탄들의 속삭임이 있다고 매주 말해줬다.
티비에서 나오는 모든 것들은 금지되었고
영화, 드라마, 뮤직비디오와 '세상 음악'도 금지되어 있었다.
또 거기에 커피와 라면도 금지를 시키기도 했고
우리는 정말 고분고분 잘 따랐다.
나는 그렇게 목사 딸로서 큰 죄책감을 느끼며
몰래 보던 뮤직비디오도 끊었고
학교에서 작성해 제출하라고 한 장래희망란에도 가수라고 쓰려다
지우고 간호사로 대충 바꿔서 제출했다.
나의 가수라는 꿈은 사탄의 시험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