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비 2세로 살아온 대표의 비밀 공유 Ch.5
사람들은 얼마나 눈물을 흘리며 기도하느냐에 따라
저 사람의 기도가 진실한지 아닌지 판별하는 것 같다.
무릎을 꿇고 눈물을 많이 흘리고
거기에 방언까지 하면 난리 나는 조합이라고 볼 수 있다.
나도 똑같이 했다,
눈물도 흘리고 방언도 했다.
진짜 방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기도를 1-2시간 시킬 땐 더 이상 할 말도 없고
그냥 외계어 같은 걸 입에서 나오는 데로 내뱉는다.
기도 시간은 남았고 할 말도 없고 입이 아플 때 유용한 팁이다.
사람들은 방언이 영의 기도라고 하는데
그건 모르겠고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어서 그냥
방언인 척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으니까.
그래도 진심으로 기도를 하긴 했다.
"주님, 더 바라지 않을게요 A컵 브라에만 꽉 찰 수 있게 해 주세요"
"얼굴과 몸매가 예뻐지게 해 주세요, 예뻐지게 해 주신다면 더 열심히 사람들을 전도하겠습니다"
정말 진심을 다해 눈물을 흘리며 기도했다.
그런데 사람들은 대부분 교주를 위해 기도를 한다.
교주의 생일이 찾아오면 춤추고 노래하고 잔치를 버리고
어떻게 교주가 하늘의 선택을 받았는지 애니메이션 영상도 나오고
거의 재롱잔치 수준이랄까. 매년 성대한 환갑잔치와도 같았다.
거기에 예수님을 대신해 내려온 사람이니 크리스마스에도 열심히
재롱을 피웠다. 생일이 두 번이나 있는 사람이니까.
나도 열심히 참여했는데
미국에서도 찬양 리더, 치어리더와 행사 때는 연극 주인공으로 연기를 했다.
덕분에 사람들이 우리 아버지는 안 좋아해도 나는 좋아했던 것 같다.
내 기도 내용을 모르니
어쩜 2세가 기도도 몇 시간을 눈물을 흘리며 하고
어린 나이에 찬양 리더에 치어리더까지 곧 잘하고
곧은 자세로 몇 시간의 말씀을 열심히 필기하며 들으니 하고 말이다.
그런데 나는 사실 말씀 내용에 그게 관심이 있었던 적이 없다.
그냥 거북목을 갖고 싶지 않아 계속 자세를 교정한 거고
말씀이 지루하니 글씨체라도 연습하자 하며 들리는 모든 말을 받아 적은 것뿐이다.
거기에 나는 사람들이 무대에서 노래 부르는 나에게 관심을 주는 것이 좋았고,
음악에 맞춰 몸을 자유로이 움직이는 것이 즐겁고
대사를 외우고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집중할 때 느껴지는 긴장감과 떨림이 나에게 희열을 느끼게 했다.
남들은 떨려서 어려워서 못하겠다고 하는 것들이 나에게는 너무나도 즐겁고
크게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누구보다 잘하는 것이 있구나라는 사실 하나 만으로
나는 교회가 좋았던 것뿐이다.
그렇게 나는 열심히 기도를 한 덕분인지
가슴은 A컵을 훌쩍 넘었고
2차 성장기 덕분인지
엉덩이와 허벅지에 살이 붙으면서 일자였던 몸에 굴곡이 생기고
날카로웠던 얼굴이 여성스럽게 여름방학 사이 바뀌었다.
그리고 내 상상 속 연기에 남자가 자주 등장하기 시작했다.
내 상상 속에서 나는 금지된 연애를 하곤 했다.
잘생긴 남자가 나를 보고 반해 고백을 하는 상상,
학교에서 인기 많은 남자애가 나에게 말을 거는 상상 등
매일 시나리오도 바뀌고 대사도 바뀌었지만
누군가에게 관심을 받는 건 동일했다.
하지만 연애는 내 인생에서 절대 있어선 안 되는 일임을 나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교회에서 초등학생 때부터 남매처럼 지내오던 남자아이와 같이 수다를 떨고 있을 때
그걸 본 집사님이 나와 그 친구를 목사님에게 데려갔고
우리는 두 번 다시 둘이서만 대화를 하는 것을 금지시켰고
교인들은 남자와 여자 성별에 맞춰 나눠 앉아야 했다.
4살짜리 아이들도 여자 아이와 남자아이가 놀고 있으면 어른들은 분리를 시켰고
우리 아버지는 집에 돌아와서 이게 말이 되는 일이냐며 어머니에게 말을 하시고 했다.
아버지는 과학을 전공하셔 그런지 이유가 합당하지 않으면 잘 받아들이시지 못했고
우리 어머니는 반대로 그 어떤 말이 안 되는 것도 믿음을 갖고 받아들이라고 하면
잘 받아들이셨다.
우리 교회는 갈수록 말이 안 되는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
남자와 여자 같은 차에 타는 것 금지
커피와 라면 금지
게임 금지
영화 및 그 어떤 미디어 뉴스도 포함하여 금지
우리 교주의 이름이나 종교 이름 검색 금지
자위 금지
이성 간에 모든 교류 금지
한 번은 남자 백인 전도사님이 예배가 끝나고 전할 말이 있다며 앞에 나와
자위를 하고 포르노를 봤다며 교주가 교인들 앞에서 이실직고하라고 했다며
고백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아직 고등학생인 나와 초중고 학생들 앞에서
모든 교인들 앞에서 전도사님은 가장 불쌍한 얼굴로 고해성사를 했다.
그날, 우리 아버지와 오빠 그리고 나는 지금 이게 도대체 무슨 경우인지
이런 상황이 정상이냐며 이야기를 나눴다.
다만 더 이상 우리는 어머니를 이 대화에 껴주지 않기 시작했다.
어머니는 그 무엇도 질문 거나 의심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나도 아버지와 오빠의 의견에 100% 동의 하지만 교회에서는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난 교회라는 작은 사회가 사실 마음에 들었다.
난 어릴 때부터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안고 살아서 그런지 몰라도
사람들의 기대에 나를 맞추는 것도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도
게임에서 퀘스트를 깨고 레벨업을 하듯이 재밌고 어렵지 않았다.
교회에선 기준에 부합하기만 하면 호감을 살 수 있다.
나는 찬양 리더에, 치어리더를 해서 수요예배, 금요예배, 일요일 예배를 이끌었고
거기에 방학 땐 새벽기도까지 매일 나와 2-3시간을 기도하고
교주의 모국어인 한국어와 영어에 능통했고
다들 어려워하는 노방 전도도 정말 열심히 했다.
그렇게 나는 10대임에도 불구하고 유일하게 HQ 인원으로 들어가
미국 전 지역 주 업무에 관여하곤 했다.
사람들은 나를 미래의 교역자라고 뒤에서 말했고
목사님들도 나를 예뻐해 주셨고
나의 말이라면 진지하게 들어주셨다.
내 또래의 2세들과 교인들은 나를 롤모델이라며 치켜세워줬다.
특히 어느 순간 목사들이 다 예쁜 여자들로 생겨나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나에겐 더 갖고 싶은 타이틀이 되어고 여자인 내가 유리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모태 사이비임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도 교주가 하는 말씀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나는 그냥 내가 주인공이라 생각하며 다녔을 뿐이다.
내가 얻는 위치와 권위에 따라 나이와 상관없이 보이지 않는 위치가 바뀌는구나 하고
교회나 사회의 자연의 섭리를 이해했던 것 같다.
덕분에 나는 세상의 이치 하나를 빠르게 이해했다.
사람들은 내가 보여주는 모습만 믿는다는 것.
이 이치는 학교에서도 사용하기 시작했다.
나는 항상 조용하고 친구가 없고 사람 눈도 잘 못 쳐다보는 전형적인 숫기 없는 아시안 학생이었다.
그런데 이 이치를 이해하고 난 바로 다음날 나는 모든 사람들을 편하게 대하기 시작했고
내가 상대방에게 보여주고 싶은 위치에 맞춰 말을 하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나를 인기 많은 친구로 봤으면 좋겠다고 하면 인기 많은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했고
내가 웃긴 친구, 예쁜 친구 등 내가 원하는 자아를 입력해 그대로 행동했다.
인기 많은 자아를 연기할 땐 먼저 자연스럽게 인사를 하고, 자신감이 넘치니 눈을 똑바로 응시하며 여유 있는 미소를 짓기도 하고 상대방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루 이틀 지나면서 나는 수업 시간이나 복도를 지날 때마다 나에게 인사를 건네는 친구들이 생겼고,
나를 시기 질투하는 학생까지 생겼다.
한 달 만에 난 모든 학생들과 나 자신까지도 속였다.
나는 사랑을 받고 싶어 부모님 앞에서의 자아,
교회에서의 자아, 학교에서의 자아
총 세 가지의 자아를 갖고 생활했다.
그리고 그 세 가지 자아 모두가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