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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바람처럼 Oct 17. 2024

작가로 살기 위해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읽으며


어제는 집에 있기 아까운 날씨였다. 오전에 작업을 마치고 점심을 먹고 나니 거실 한가득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요 며칠 비가 계속 오락가락 흐린 바람에 어제 햇살은 더욱 눈이 부셨다. 잠시 작업을 멈추고 소파에서 햇빛을 받으며 책을 읽을까 하다가 도서관에 가보기로 했다. 오전에 카톡으로 지난번 빌린 책 반납일을 알리는 문자가 와 있었다. 책 반납도 할 겸 햇살도 쏘일 겸 집을 나섰다. 화창한 가을 날씨 속에 순간의 고즈넉함을 만끽하고 싶었다.     



도서관에 도착해 종합자료실에서 책을 몇 권 골라 열람실로 올라갔다. 엊그제 다른 책에서 임경선 작가를 추천한 게 생각나 『나 자신으로 살아가기』를 먼저 펼쳤다. 이 책은 ‘나이를 잊고 살 수 있을까’, ‘작가로 생존할 수 있을까’, ‘삶의 선택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세 파트로 나뉘어 있었다. 18년 차 전업 저술가인 저자가 나이 듦에 대해, 글쓰기와 작가의 삶에 대해, 선택의 연속인 삶에 대해 생각을 정리한 책이다.     



글은 작가의 내면을 그대로 드러낸다. 작가가 얼마나 깊이 사유하며 성찰했는지 고스란히 전해져 단숨에 읽었다. 처음에는 글쓰기 책이 아니라 별로 기대하지 않았는데 정작 글 쓰는 데 유용한 내용이 많았다. 저술가로서 경험에서 우러나온 실용적인 조언이 가득했다.      



특히 여행기 초고를 미리 써놓고 가라는 말이 크게 와닿았다. 그동안 여행기를 여러 권 써 봤지만, 이 방법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다. 현지에 가서 메모하다 보면 일정을 적기도 바빴다. 막상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디서 어떻게 감동했는지 갈무리할 여유가 없었다. 떠나기 전에 큰 줄거리를 짜놓고 현지 정보나 책에 실을 자료를 충분히 조사해 초고를 써 놓은 다음 현지에서는 현장을 생생하게 느끼고 감상을 메모하는 데 집중하면 좋을 것 같았다.     



또한 저자는 문학적 글쓰기에도 자료조사와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통해 글을 깊이 있게 하고 디테일을 풍부하게 살릴 수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나이 들어감이나 삶에 대한 성찰 등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문장을 일부 옮겨본다.     



“나다움은 오랜 시간과 노력을 들여 생각과 실천을 부단히 반복하며 더듬더듬 걸어가야 하는 좁은 길이다.”     

“누구에게나 모든 나이는 첫 경험이다.”     


“에이지리스하게 나이 들어가기 위해서는 꾸준히 나 자신으로 살아가야 할 것이다. 그것은 자자신의 정체성과 인생을 사는 농도가, 나이가 주는 고정관념을 희석시킬 정도로 충분히 진한 것을 의미한다.”  

   

“여행기는 초고를 미리 쓰고 가야 한다. 자료조사를 철저히 하고, 큰 동선을 미리 계획하고, 공부를 많이 해두고, 흐름을 잡아놓은 다음 가야 한다. 그래야 현지에서 느낌에 충실할 수 있다.”     


“영감은 그간의 생각이나 경험을 통해 내 안에 조용히 숨 쉬는 어떤 기억의 총집합 같은 것이 있는 상태에서 외부의 작은 자극들-음악, 풍경, 독서 등-로 인해 톡 건드려지면 그게 생각으로 부풀어 올라 글을 쓰게 만든다. 그걸 아이디어 서랍에 차곡차곡 저장해둔다.”     


“문학적 글쓰기도 쓰고 싶은 주제에 대해 자료조사를 철저히 해야 한다. 그래야 깊이 있고 디테일이 풍성하게 글을 쓸 수 있다.”     


“자료조사를 하다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겨 글을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자료조사는 인터넷은 진부한 이야기가 많으므로 도서관으로 가서 관심 주제의 책을 고른 후 주위의 책들을 무작위로 훑어본다. 그러다 보면 뜻밖의 연관 주제가 발견된다.”     



“인용은 자제하고 나만의 글로 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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