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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언제나 바람처럼 Oct 19. 2024

과학이 위로가 되는 순간

『과학을 읽다』를 읽고


몇 해 전 한동안 도서관에 규칙적으로 다니던 때가 있었다. 시험을 준비하는 아이와 함께 주말마다 도서관에 간 덕분에 나는 두꺼운 책을 진득하게 읽을 수 있었다. 도서관 서가 인문 코너를 훑어보다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책은 <아무도 죽지 않는 세상>이었다. 제목에 끌려 읽기 시작한 책은 내 호기심을 자극했다. 책을 읽어가며 늘 마음속에 있던 의구심들이 되살아났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가?

나는 왜 있는가?

세상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세상은 왜 존재하는가?     



과학에 문외한이었던 나 역시 세상과 나에 대한 궁금증은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알고 싶었다. 나의 과학책 독서는 『과학을 읽다』를 읽으며 본격적으로 불이 붙었고 나는 비로소 눈을 뜨기 시작했다. 과학이 내 삶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과학은 내 일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지구와 우주뿐 아니라 나라는 존재도, 그리고 왜 존재하는지도.     



과학책을 한 권씩 읽어가며 나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온 듯 경이로움에 휩싸였다. 모든 순간의 깨달음들이 금세 사라져 버릴 것 같아 중요한 내용과 인상깊었던 부분을 메모하며 읽었다.      



그 가운데 『과학을 읽다』에서 일부 발췌한 내용이다.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

     

‘나는 그 사람이 아프다’는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가 <사랑의 단상>에서 한 말이다. 나는 그 사람을 사랑해서 그 사람 때문에 아프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면 이 사랑의 고통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이 책은 롤랑 바르트가 어머니를 잃고 썼던 쪽지를 모아 출간된 책이다.   

  

제인 구달은 탄자니아에서 침팬지를 연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자식을 돌보는 침팬지에 큰 감동을 받은 구달은 침팬지가 죽었을 때 깊은 슬픔을 느낀다. 그런데 침팬지의 자식도 어미가 죽자 혼자 지내며 움직이지도 않고 먹지도 않다가 결국 쇠약해진 몸으로 죽는다. 죽은 어미를 사무치게 그리워하다가 슬픔에 겨워 죽은 것이다.     

<애도 일기>를 쓴 롤랑 바르트와 침팬지를 비교하는 것이 불경스러울 수 있겠지만 어미를 잃은 슬픔 앞에 인간이나 침팬지나 똑같이 무력하고 절망에 빠질 뿐이었다. 생명의 진화에서 인간과 침팬지 모두 포유류의 뇌를 가진 것이다. 포유류는 진화하는 과정에서 완전히 새로운 일을 하도록 뇌가 조직화 되었다.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누가 과학을 두려워하는가? '  


우주에서 내려다본 지구에는 국경선이 없다.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를 쓴 영국 소설가 줄리언 반스는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목도한다. 뇌종양 판정을 받고 한 달 만에 아내를 떠나보내면서 그는 이렇게 마음을 다잡는다. ‘이건 그저 우주가 제 할 일을 하는 것뿐이야.’ 아내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자살 충동을 느끼면서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우주에서 인간의 존재를 받아들이는 삶의 태도였다.

    

살면서 때로 어려운 문제에 부딪혔을 때 <코스모스> 같은 과학책에서 위로를 얻을 수 있다. 나라는 존재가 왜 출현했고 우주의 기원이 무엇인지를 안다는 것, 다시 말해 내 주변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알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속시원한 일이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별하고, 내 잘잘못을 따지고, 무지가 빚어낸 오해와 죄책감에서 벗어난다는 것은 삶에 큰 위안을 준다. 시련과 고통에 대처해서 최선의 방책을 세우고 과학적 사실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한다는 것만으로도 편안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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